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조용한 7연승이다. 저력이 살아났다.
삼성이 27일 대구 홈 게임서 넥센을 꺾고 7연승을 내달렸다. 5월 3일 부산 롯데전부터 15일 잠실 두산전까지 시즌 최다 8연승을 거둔 이후 시즌 두번째 자체 최다연승. 의미가 크다. 삼성은 이번 7연승으로 48승 28패 2무가 됐다. 9개 구단 중 가장 먼저 승패 차가 +20개가 됐다. 지난해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에서 시즌을 시작한 삼성. 6월부터 투타 밸런스가 살짝 깨지면서 좀처럼 치고 나가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7연승으로 팀이 확실히 정비됐다.
또 다른 의미. 올 시즌 가장 핫한 팀. 역시 LG와 넥센이다. 지난 수년간 하위권을 전전했던 두 팀이 당당히 4강을 넘어 선두까지도 넘본다. 지난해보다 전력이 살짝 떨어진 삼성은 선두를 지켜내고도 정작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겼다. 디펜딩챔피언이자 사상 첫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를 노리는 삼성으로선 은근히 자존심이 상하는 대목. 하지만, 이번 7연승으로 여전히 리그 최강자는 삼성이란 걸 과시했다. 삼성은 6월 9일 이후 단 한 차례도 선두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이번 7연승으로 선두를 좀 더 공고히 했다.
▲ 불안요소, ?에서 !로 바뀌는 분위기
삼성은 28일 현재 팀 평균자책점 3.79로 2위다. 1위는 LG의 3.75. 확실히 삼성 마운드가 예전과 같지는 않다. 권오준과 정현욱의 공백이 100% 메워지긴 어렵다. 권혁도 예년만 못하고 심창민은 침체가 은근히 오래간다. 26일 대구 넥센전서는 어깨 통증으로 교체된 뒤 27일 결국 1군에서 말소됐다. 컴백 시기는 알 수 없다. 안지만-오승환 특급 라인이 있지만 불펜이 예년 한창 좋았을 때보다 헐거워진 건 분명하다.
선발진 역시 릭 벤덴헐크와 아네우리 로드리게스의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결국 삼성은 팔꿈치 뼛조각이 발견된 로드리게스를 퇴출하고 새 외국인투수 에스마일린 카리대를 영입했다. 윤성환, 장원삼, 배영수로 이어지는 토종 선발투수들도 6월 이후 살짝 흔들렸다. 선발진과 불펜진의 불안감 노출은 장기레이스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는 걸 방해했다.
후반기 들어 조금씩 정비되는 느낌이다. 우선 한동안 침체했던 타선이 전반기 막판을 계기로 다시 상승세에 접어들었다. 부진했던 박석민과 이승엽이 확실히 좋아졌다. 최형우의 장타감각은 절정에 올랐다. 전체적으로 크게 페이스가 떨어진 타자가 없다. 타선의 활황세가 약간 헐거워진 마운드 위력을 보충해주는 모양새.
여기에 차우찬과 벤덴헐크가 최근 연이어 호투하며 선발진에 청신호가 들어왔다. 새 용병 카리대가 합류해서 괜찮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크게 숨통이 트일 전망. 선발진에서 여유가 생기면 불펜 부하도 줄어들 수 있다. 마운드 선순환 효과, 나아가 투타 밸런스 호조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카리대의 적응, 차우찬과 벤덴헐크의 꾸준한 호투 등 향후 검증해야 할 부분들이 남아있지만, 7연승 속에서 불안요소의 실마리를 찾은 건 엄청난 수확이다.
▲ 삼성야구 저력,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삼성이 투타 밸런스가 맞지 않았던 전반기 막판 “삼성이 쉽게 무너질 것 같나? 난 그렇게 보지 않는다”라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지난 2년간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은 그 저력이 어디로 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 삼성이 지난해보다 더 뛰어난 저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도 분명하다. 전력 자체가 지난해보다 나아진 게 없으니 말이다.
삼성은 전통적으로 여름에 강했다. 올 시즌엔 꼭 그렇지도 않다. 4월 13승6패, 5월 15승7패를 거둔 삼성은 6월 10승8패2무, 7월 10승5패로 4~5월보다 오히려 승률이 살짝 떨어졌다. 지난해와는 정 반대의 흐름.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는 게 삼성야구의 진짜 무서움이었는데 올 시즌엔 그렇지 않았다. 최근 중, 상위권 팀들이 삼성을 두고 “해볼 만 하다. 이길 수 있다”라는 확신을 갖고 자신있게 승부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올 시즌 타자들이 지난해보다 살짝 약해진 삼성 마운드를 자신있게 상대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 이런 부분이 기싸움에 미묘하게 영향을 미쳤다. 삼성이 최근 좀처럼 치고 나가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삼성은 전반기 막판 투타 밸런스를 되찾고 후반기 초반 7연승 가도를 달리면서 다시 한번 리그 최강자 이미지를 과시했다. 특히 넥센과 LG에는 제 모습을 찾아가는 삼성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맞대결서도 미묘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때 0.5경기~2경기차로 삼성에 바짝 붙어있었던 LG와 넥센은 28일 현재 2.5경기와 6경기로 간극이 좀 더 벌어졌다. 이 간극이 좀더 벌어진다면 두 팀은 후반기 막판 노선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 물론 삼성도 아직 불안요소가 완벽하게 해결된 건 아니다. 현재의 좋은 흐름은 시간이 지나면 또 살짝 꺾일 수밖에 없다. 선두 수성도 여전히 장담하긴 이르다. 하지만, 삼성의 이번 7연승, 그리고 +20승은 삼성엔 자신감을, 중, 상위권 팀엔 보이지 않는 부담을 안겨줬다. 특히 27일 경기서 9회와 10회 2점 열세를 연이어 극복한 뒤 12회에 승부를 뒤집는 모습.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이 살아난 요즘이다.
[삼성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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