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또 생중계가 안 될 것 같다는데…”
제27회 FIBA 아시아 남자농구선수권대회가 내달 1일부터 11일까지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다. 농구 팬들이 아쉬워할 소식이 있다. 이번 대회는 SBS ESPN이 중계방송을 맡았다. 그러나 SBS ESPN은 이번 대회 한국 전경기 생중계를 하지 않는다. 1일 중국전과 2일 이란전은 한국시각으로 오후 6시 45분에 시작한다. SBS ESPN은 오후 11시 30분부터 녹화중계를 한다.
▲ 야구에 치이는 농구, 국제대회 생중계도 쉽지 않은 현실
프로야구는 주중 6시 30분에 시작한다. 중계방송은 오후 6시 20분부터 들어간다. 중국, 이란전 시간과 겹친다. 스포츠 케이블 방송사로선 시청률과 광고수익을 보장하는 야구 생중계를 포기할 수 없다. SBS ESPN도 중국전과 이란전을 11시 30분 녹화중계로 잡았으나 야구 중계시간이 길어질 경우 녹화중계를 더 늦게 시작할 수도 있다.
SBS ESPN은 3일 낮 12시에 열리는 말레이시아전은 생중계한다. 야구가 이 시간에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 시각이 정해지지 않은 2라운드, 결선토너먼트도 야구 시간대와 겹친다면 생중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마철의 특성상 야구가 취소된다면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생중계될 예정이다.
그나마 SBS ESPN은 농구에 대한 애정이 많은 편이다. 다른 스포츠 케이블 방송사는 농구에 대한 관심이 낮다. 7월 초에 열린 윌리엄존스컵은 아예 중계방송이 이뤄지지 않았다. 8월 14일 개막하는 윌리엄존스컵 여자부도 중계 일정이 잡혔다는 소식은 없다. 농구 인기가 아무리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몇 년 전만해도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존스컵은 꼬박꼬박 생중계가 됐다. 이젠 야구에 밀려 어림 없다. 굳이 야구 중계와 겹치지 않더라도 농구라는 컨텐츠 자체가 예전에 비해 방송사에 미치는 영향력이 떨어졌다는 게 농구인들의 설명이다. 지상파 3사의 농구 외면은 사실상 오래전 일이다.
▲ 농구계의 고심, 야구·배구 눈치 보느라 이중고
KBL은 8월 15일부터 22일까지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제2회 프로-아마최강전을 개최한다. 대진표도 완성됐지만, 정작 경기시각이 발표되지 않았다. 최근 한 농구관계자는 “야구와 겹쳐서 생중계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스포츠 케이블 방송사와 조율 중인 것으로 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12월에 열렸던 제1회 프로-아마 최강전은 흥행에서 참패했다. KBL은 북한 팀 참가를 시도하고 경기 장소도 잠실로 정하는 등 흥행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대회 기간도 프로팀들의 고충을 받아들여 비 시즌으로 바꿨다.
그런데 정작 생중계가 불투명하다. 8월 중순이면 장마철도 끝나 야구가 취소될 가능성이 낮다. 프로-아마 최강전이 1회 때처럼 오후 5시-7시 팁오프를 고수할 경우 스포츠 케이블 방송사가 생중계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최근 끝난 프로배구 컵대회도 야구 시간대에 겹친 경기는 녹화로 중계됐다. 생중계가 불발될 경우 흥행과 홍보에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대회를 야구 시간대를 피해 낮에 개최할 경우 관중 동원이 쉽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다. 농구 팬들에게 욕을 먹을 게 뻔하다.
지난 시즌 프로농구는 전 경기 생중계는 고사하고 전 경기 중계도 이뤄지지 않았다.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는 2005년 출범한 프로배구보다 역사가 깊다. 그동안 배구 중계는 KBS N 스포츠가 독점했으나 MBC 스포츠플러스가 이미 배구중계에 뛰어들었고, SBS ESPN도 최근 끝난 프로배구 컵대회 중계에 나섰다. 확실히 요즘 스포츠케이블 방송사는 배구를 선호한다. 다가올 2013-2014시즌도 스포츠 케이블 방송사들은 남녀프로농구보단 프로배구를 우선적으로 택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농구의 인기 하락이 중계 외면으로, 중계 외면이 홍보 타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 농구계, TV중계 신경쓰기 전에 콘텐츠 질을 높여라
프로농구는 과거 11월 초에 개막했으나 이젠 10월 중순 개막이 일반화됐다. 농구계에선 챔피언결정전을 프로야구 개막 직전에 끝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지난 시즌만 해도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 우승 장면은 스포츠 케이블 채널에서 생중계를 타지 못했다. 남자농구보다 시즌이 일찍 끝나는 여자농구도 야구를 의식해 시즌을 빨리 시작한다. 다만, 올 시즌엔 아시아선수권이 10월 말에 열리는 관계로 일정이 약간 밀린다. 그러나 준플레이오프를 없애면서 챔피언결정전은 프로야구 개막 직전에 끝날 전망이다.
어떻게든 프로농구 시즌은 앞, 뒤로 프로야구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가 7개월이 넘는 대장정이기 때문. 주위에선 “야구 눈치 보지 말고 농구 자체의 질 향상에 매진해야 한다”라는 말도 나온다. 이 농구관계자도 “야구, 배구와의 시청률 비교보단 농구계가 어떻게 하면 경기 질을 높일까 고민을 해야 한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국내농구의 경기 질이 높아지면 팬들과 방송사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결론은 나왔다. 농구 자체의 경기력 향상이다. 농구인들이 이젠 정말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야 한다.
[남자농구대표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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