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만큼 강한 잇몸이다.
선두 삼성이 후반기 6승 1패를 거두며 2위 LG에 3경기 차로 달아났다. 6월 이후 불안한 행보를 보였던 삼성이 후반기 들어 급격히 투타 밸런스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아이러니하다. 삼성은 현재 선수단 내부적인 사정이 좋지 않다. 부상자가 속출해 이 대신 잇몸으로 버티는 형국. 그러나 주전 대부분 버텼던 6월, 7월 중순보다 오히려 더 끈끈하다. 그만큼 삼성이 선수 1~2명에 좌우되는 팀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다시 말해 삼성이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다.
▲ 이만큼 강한 잇몸, 무서운 삼성야구
삼성 부상자 현황을 살펴보자. 우선 심창민이 26일 대구 넥센전서 피칭 도중 어깨 통증을 호소했다. 27일 1군 말소. 28일 대구 넥센전서는 주전 유격수 김상수가 도루를 시도하다 손가락을 다쳤다. 또한, 조동찬은 어깨, 김태완은 허벅지 부상으로 후반기 시작과 함께 1군 엔트리에 올라오지 못했다. 30일 광주 KIA전서는 배영섭도 1회 시작과 함께 김진우의 공에 무릎을 맞아 교체됐다. 류중일 감독은 신인 내야수 정현도 후반기 시작과 함께 2군으로 내렸다. 1군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직은 퓨처스리그에서 배울 게 더 많다는 의미.
이렇게 많은 선수가 한꺼번에 1군에서 이탈하면, 엄청난 위기를 겪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별 다른 표시가 나지 않는다. 마운드에선 심창민의 공백을 신용운이 메운다. 이밖에 이동걸, 김희걸, 조현근 등도 십시일반으로 힘을 모을 전망이다. 내야진은 강명구가 2루, 정병곤이 유격수로 출전 중이다. 선수층이 두터운 게 이럴 때 효과를 본다.
잇몸들의 활약이 쏠쏠하다. 강명구는 30일 광주 KIA전서 5회 결승타를 뽑아냈다. 정병곤도 30일 경기서 5타수 2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신용운은 30일 광주 KIA전서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더 놀라운 건 강명구와 정병곤은 사실상 백업의 백업이라는 점. 삼성 주전 키스톤 콤비는 김상수-조동찬. 이들의 백업은 김태완과 신명철, 정현이었다. 놀라운 점 하나 더. 정형식은 삼성 백업 외야수다. 어지간한 다른 팀 주전 외야수보다 더 잘해서 주전처럼 보일 뿐이다.
▲ 잇몸들의 활약, 삼성 선순환 야구 결정체
삼성은 지금 매우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전통적으로 삼성은 여름에 강했다. 특히 후반기 초반 확 치고 나간 뒤 해피엔딩을 맞이한 시즌이 많았다. 지난 2011년과 2012년에도 후반기 초반에 강했다. 정규시즌 3연패가 우선 과제인 삼성은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내기 위해 이 시기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그런데 이 대신 잇몸으로 버티고 있다. 역설적으로는 선순환 야구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류중일 감독은 선수들을 절대 무리시키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다치거나 몸이 좋지 않으면 경기에서 빼거나 2군으로 보낸다. 사실 위에서 열거한 부상자 중 상당수는 경미한 부상이다. 다른 팀 같았다면 참고 뛸 정도의 부상자도 있다. 하지만, 이는 훗날 더 치명적인 독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류 감독은 더 큰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선수를 빼준다. 대신 평상시에 잇몸을 강하게 만들어놓는다.
잇몸들이 기회를 잡자마자 제 역할을 해주니 이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류 감독은 평상시 “자리는 선수 본인이 만드는 것. 빼앗기면 본인 손해”라고 입이 닳도록 강조한다. 백업들이 이대로 꾸준한 모습을 보일 경우 주전들이 부상에서 회복되더라도 주전을 장담할 수 없다. 주전들은 평상시에 더 철저하게 몸 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 백업 멤버들 역시 언제 콜업이 될지 모르니 퓨처스리그에서 항시 준비 중이다. 이러니 팀이 잘 굴러갈 수밖에 없다. 삼성이 다른 팀보다 부상자도 적고, 수준급 백업 멤버가 많은 이유다. 일종의 선순환 효과다.
안심은 이르다. 일단 2위 LG와의 주말 원정 3연전이 고비다. 리그에서 가장 잘 나가는 LG를 상대로 삼성 잇몸 야구의 진정한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주전 일부가 주말에 복귀한다면 내부경쟁도 더 치열해질 전망. 삼성은 어떻게든 후반기 초반 이 좋은 흐름을 최대한 오래 유지해야 한다. 지금 이 고비를 넘기면 좋은 흐름이 더 좋아질 수 있다. 지난 2년간 통합우승을 차지한 삼성은 분명 고비를 넘기는 힘이 있다. 올 시즌에도 시험대에 올랐다.
[강명구(위), 정형식(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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