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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의 스타★필(feel)]
인간은 다면성을 지닌 존재다. 완전히 선한 사람도, 또한 온전히 악한 사람도 없다. 요즘 드라마 속 악역도 마찬가지다. 원래 악역은 주인공에게 역경을 주거나 갈등을 야기하는 부가적인 효과로 존재했지만 최근 악인 캐릭터는 악행을 저지르는 개연성이 부가하면서 좀 더 매력적이며, 입체감 있는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다.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출연 중인 민준국(정웅인) 또한 그러하다. 박수하(이종석)의 아버지를 교통사고 과실치사로 위장해 죽였는가 하면, 장혜성(이보영)의 어머니도 폭행과 방화로 해했다. 자신의 존재를 은폐하기 위해 과수원 여주인마저 살해하면서 3명이나 해쳤지만, 대놓고 밉지만은 않다. 아내의 죽음과 가족의 몰락으로 인한 악행이기에 어느 정도 공감과 동정심이 생긴다.
연쇄 살인마 민준국을 연기한 정웅인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한 사람 죽인다고 했다, ○○하는 걸 본 사람도 죽일 거야"라는 민준국 대사가 방송 캡쳐분과 함께 패러디되는 등 남다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원래 정웅인은 코믹 연기나 가족 극에서 각광받으면서 편안하면서 친근한 이미지가 강했다. 대학 동기인 장진 감독이 방송 작가로 활동하던 2000년 초반 ‘좋은 친구들’에서 ‘감 잡았어’라는 유행어로 히트시키며 확실히 눈도장을 찍은 그는 시트콤 ‘세친구’, 영화 ‘두사부일체’, ‘돈텔파파’, ‘투사부일체’ 등을 통해 코믹한 이미지를 굳혔다. 그러나 사실 정웅인은 코믹 연기에 능할 뿐 웃긴 사람은 아니다.
2009년부터 매년 연극 무대에 서며 연기공력을 다져온 그는 사극, 시대극, 로맨틱 코미디, 정통 멜로 등 장르를 오가면 끊임없는 자기 변신을 해왔다.
이번 드라마 또한 그러하다. 방화, 살인, 폭행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르지만 나쁜 짓 그 자체보다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더 집중하며 연민과 공감을 자아낸다. 정웅인의 악역 연기의 핵심은 표정과 눈빛, 목소리인데 평소 온화한 미소로 사람들을 현혹하다가도 일순간 싸늘한 눈빛으로 바뀌면서 묘하게 입 한쪽이 이글어지는 썩소는 선과 악을 넘나드는 극과 극의 반전 연기를 펼친다. 목소리 또한 그러하다. 나지막이 내뱉은 독한 협박은 흥분해 고함을 지르는 것보다 백배 심장을 쫄깃하게 한다.
배우의 얼굴은 타고나지만 배우의 연기는 진화한다. 정웅인은 정제된 악역 연기를 통해 몸소 그걸 제대로 증명해내고 있다. 주인공 위에 뛰는 악역 정웅인. ‘나쁜 놈들 전성시대’를 연 그의 변신이 무척 반갑다.
[배우 정웅인. 사진 = SBS 제공]
이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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