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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잽 11개, 결코 유쾌하지 않았다.
LA 다저스 류현진이 3일(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경기서 5⅓이닝 11피안타 6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10승(3패)째를 따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 첫 시즌에 선발승으로만 10승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박찬호도 해내지 못한 대기록이다.
10승과는 별개로 투구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던져야 할 볼이 던졌던 볼보다 훨씬 많다. 11개의 피안타가 말해준다. 투구 내용은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직구 평균 구속은 88마일~90마일대에 형성됐다. 기본적으로 직구 힘 자체가 컨디션이 좋을 때만 못했다. 류현진은 그동안 직구에 힘이 없을 때 변화구 구위마저 함께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다. 이날도 그런 현상은 반복됐다.
2회 상황을 살펴보자. 2사 후 콜 길레시피에게 볼카운트 3B1S에서 5구째 90마일짜리 바깥쪽 직구를 던지다 우익선상 2루타로 연결됐다. 2사 2루 위기. 그러자 다윈 바니에게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커브가 높게 구사돼 좌익선상 2루타를 맞아 첫 실점을 기록했다. 직구 위주의 승부를 펼치다 의외의 장타를 맞자 급하게 꺼내든 커브 제구마저 말을 듣지 않은 것이었다. 확실히 류현진의 커브는 실투 빈도가 높다.
4회엔 카스트로에게 슬라이더를 구사하다가 우익선상 2루타를 맞았다. 1사 후 길레스피에게 초구에 또 다시 88마일짜리 직구가 우중간 2루타가 됐다. 오히려 주무기 체인지업을 꺼내 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컵스 타자들이 류현진의 구종 변화에 대처를 능숙하게 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11개의 안타를 맞고도 위기관리능력을 과시해 2실점으로 막아냈으나 주자를 많이 내보내는 건 투구수 관리, 체력관리 등에서 좋을 게 전혀 없다.
시카고 컵스 타선은 컵스는 1일까지 팀 타율 0.241이었지만 팀 홈런 120개로 메이저리그 3위를 지키고 있을 정도로 한 방에 일가견이 있는 타선이다. 류현진도 이를 알고 큰 것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실제 홈런을 맞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컵스 타선이 커리어가 떨어지는 타자가 많다고 해도 역시 메이저리그 타자들이었다. 높게 제구 된 몇몇 공은 홈런을 맞더라도 할 말이 없었고, 4안타의 주니어 레이크, 3안타의 콜 길레스피 등은 정교함을 갖추고 있었다.
류현진의 데뷔 첫 10승 달성은 분명 축하할 일이다. 수준급 위기관리능력을 매번 구경하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시차, 체력관리 모두 자신과의 싸움이다. 투구내용에서 좀 더 기복을 줄여야 한다. 류현진이 여기서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위기 자체를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 훅은 안 맞았지만, 잽 11개는 결코 유쾌하지 않았다.
[류현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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