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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정말 이란은 넘을 수 없는 벽인가.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이 2일(한국시각) 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1라운드 C조 예선서 이란에 패배했다. 패배 자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한국의 2라운드 진출은 사실상 확정적이다. 그러나 내용과 과정이 좋지 않았다. 유 감독은 경기 막판 타임아웃을 부른 뒤 정신적인 면을 연이어 강조했지만 결과를 뒤바꿀 순 없었다. 기본적으로 중국전과는 너무 달랐다. 하루만에 무기력해졌다.
이란은 2007년과 2009년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한 아시아 신흥강호다. 한국은 최근 몇년간 국제대회서 연거후 이란에 무너졌다. 특히 218cm를 자랑하는 센터 하메드 하다디(피닉스)의 존재가 위협적이다. 한국은 윌리엄존스컵서 하다디에게 34점 15리바운드를 내줬다. 이날도 30점 13리바운드를 내줬다. 골밑을 폭격당했다. 유재학 감독은 하다디 같은 장신자를 막기 위해선 오버가딩(볼이 투입되기 전 미리 앞에서 수비를 하는 것)과 그에 따른 뒷공간 커버가 중요하다고 봤다. 그러나 한국은 하다디를 아무도 막지 못했다.
▲ 하다디 수비, 정말 방법이 없는 것인가
하다디에게 2경기 연속 30점을 넘게 내줬다는 건 수비가 안 됐다는 소리다. 한국 빅맨들은 기본적으로 하다디의 힘을 제어하지 못했다. 전체적인 수비 조직력이 무너진 후반전서는 그야말로 하다디에게 공이 투입되면 한 골이었다. 그동안 준비했던 장신자 수비가 전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물론 1라운드인 걸 감안해 유재학 감독이 일부러 준비된 수비를 사용하지 않았을 수는 있다. 하지만, 1라운드만큼 준비된 수비를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도 드물다. 어차피 2라운드 이후 만날 팀들은 대부분 장신 귀화선수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짚어볼 부분은 속공. 하다디는 후반전서 연이어 속공 골밑 득점을 만들어냈다. 보통의 빅맨에 비해 기동력도 나쁘지 않았다. 센스있는 위치선정이 돋보였다. 이래저래 한국으로선 하다디를 막는 게 버거워 보였다. 8강 토너먼트서 다시 만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고 해서 하다디에게 줄 점수를 주고 나머지 선수들을 봉쇄하는 작전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날 포워드 니카 바라미는 23점을 쏟아부었다. 특히 3쿼터에만 현란한 개인기를 앞세워 12점을 기록했다. 앞선에서 바라미를 막지 못하니 하디디에게 투입되는 패스도 전혀 차단하지 못했다.
한국은 제대로 뚜껑을 연 이란이 예상보다 더 강력한 팀이란 걸 절감했다. 윌리엄 존스컵이 아닌 진짜 이란의 전력을 부담 없는 1라운드 예선서 미리 접해봤으니 결선에 대한 대비를 할 수도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한국은 4일을 제외하곤 매일 경기에 나선다. 상대적으로 하다디, 특히 이란에 대한 맞춤형 전술을 완성하고 연마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피로와도 싸워야 한다. 지금으로선 이란을 다시 만난다고 해도 전력 차이를 절감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 이란 못 넘으면 3위 입상 장담 못한다
한국은 3일 낮 말레이시아와 1라운드 최종전을 갖는다. 이변이 없는 한 대승이 예상된다. 이 경기는 2라운드 진출을 완전히 확정하는 경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결국 1라운드서는 중국과 이란의 전력을 탐색하는 게 주요 목적이었다. 중국은 류웨이가 빠지면서 전체적인 전력이 약화된 건 맞지만, 여전히 한국에 버거운 상대다. 이란은 현 시점에서 한국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강한 상대라는 게 드러났다.
한국은 2라운드서는 중국과 이란을 만나지 않는다. 중국과 이란은 한국과 함께 2라운드 F조에 편성되지만, 한국은 1승 1패의 성적을 그대로 안고 1라운드 D조 상위 3팀과 맞붙는다. 결국 중국과 이란을 상대로 준결승전 혹은 결승전서 진검승부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한국이 준결승전서 이란을 만나 패배할 경우 3-4위전서 반드시 승리해야 내년 스페인 남자농구월드컵에 참가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준결승전과 3-4위전서 연이어 중국과 이란을 상대할 수 있다.
일단 2라운드와 8강전을 통과하는 게 중요하다. 2라운드서는 카자흐스탄, 바레인 등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이후 8강전서는 홈팀 필리핀을 비롯해 요르단, 대만, 일본, 카타르를 상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넘어야 다시 중국과 이란을 만날 수 있다. 그 사이 대만 퀸시 데이비스(206cm) 등 또 다른 장신자들을 막아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유재학호가 빡빡한 일정 속에서 장신자 수비 대안을 찾고 최종적으로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는 이란을 극복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남자농구대표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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