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최강 삼성을 이겨서 큰 영광입니다.”
LG는 3일 현재 삼성에 3경기 뒤진 2위다. 뒤이어 넥센이 2경기 차, 두산이 3경기 차로 LG를 추격하는 형국. LG는 후반기 4승 3패로 보합세인데, 자칫 3~4위권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2일부터 시작한 선두 삼성과의 홈 빅매치 3연전 첫 판을 잡았다. 이번 3연전서 위닝시리즈만 거둔다면 선두를 공략해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은 언제나 겸손하다. 전반기 막판 연속 위닝시리즈 행진으로 2위까지 치고 올라왔을 때도 ‘삼성’이란 말을 입 밖에 내놓지 않았다. 2일 잠실 삼성전을 앞두고도 마찬가지. 평소 자신의 야구철학에 대해선 가감없이 설명하는 김 감독답지 않았다. 이날 LG 덕아웃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저 “재미있게 해보겠습니다”가 이번 삼성과의 홈 3연전에 임하는 각오의 전부. 이날 승리 이후엔 “최강 삼성을 이겨서 영광입니다”라는 소감을 내놓았다.
▲ 김기태 감독이 삼성 언급 꺼리는 이유, 엘레발은 도움이 안 된다
김 감독은 왜 삼성에 대한 언급을 꺼릴까. 삼성에 대한 얘기를 꺼내면 그 자체로 선두에 도전하겠다는 의미다. 김 감독은 올 시즌이 시작된 이후 단 한번도 “몇 위하겠습니다”라고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지난 10년간의 흑역사. 김 감독은 과거처럼 말만 앞세우는 거짓말쟁이가 되고 싶지 않다. 감독으로서 책임지지 못할 말을 내뱉는다는 건 팀 위상과 자존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설레발, 즉 LG 감독으로서 엘레발을 떨지 않겠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LG는 2위도 안정적이진 않다. LG는 후반기 4승3패로 보합세다. 반면 넥센과 두산은 최근 나란히 3연승 상승세다. 김 감독은 항상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면 안 된다”라는 마인드다. 순위에 대한 언급 없이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본다. 김 감독은 이제껏 그렇게 하면서 2위까지 올라섰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굳이 장담 못하는 순위, 특히 선두공략 목표를 꺼낼 이유는 없다고 본다. 물론 김 감독이 선두 삼성을 따라잡는 게 그리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계산을 했을 수도 있다. 급격한 강공드라이브는 후유증을 동반할 수도 있다.
▲ 삼성전 5승4패, LG 더 이상 삼성에 밀리지 않는다
확실히 LG는 변했다. 김 감독의 조심스러운 마인드와는 달리 LG는 삼성에 다 이상 안 밀린다. 4월 23일~25일 잠실에서 열린 시즌 첫 3연전서 삼성이 2승(23일 우천취소)을 챙겼다. 그러나 이후 연거푸 대구에서 치러진 3연전서 모두 LG가 2승1패를 기록했다. 2일 승리까지 중간전적은 5승4패. 특히 5월 21일~23일 3연전을 시작으로 11차례 연속 위닝시리즈를 해내며 2위로 치고 올라왔다.
2일 경기만 해도 LG는 삼성과 팽팽하게 힘과 힘으로 맞붙었어 삼성에 우세를 보였다. 선발 우규민이 차우찬과의 맞대결서 판정승을 거뒀다. 타선의 응집력에서도 한 수 위였다. 7~8회 카리대와 안지만의 투구폼을 훔쳐 도루로 흔들기도 했다. 8회 이동현, 봉중근이 흔들리며 2실점했지만, 곧바로 8회말 공격에서 삼성 안지만, 권혁을 상대로 추가점을 뽑은 건 올 시즌 LG가 달라졌다는 증거다.
LG는 중심타선과 불펜진의 힘, 기동력 등에서 삼성과 용호상박을 이룬다. 올 시즌 달라진 야구의 위상이 드러나는 부분. 물론 수비와 세밀한 작전야구에선 삼성이 근소한 우위이기에 LG도 쉽사리 삼성을 이길 수 있는 건 아니다. 2일 경기를 봐도 삼성은 LG 필승조를 공략하며 바짝 추격하는 힘을 과시했다.
▲ 김기태 감독은 언제 승부수를 띄울까
가장 궁금한 점. 김 감독은 언제 승부수를 띄울 것인가. LG는 더 이상 11년만의 가을야구 복귀가 목표가 아니다. 2위를 지키고 있는 마당에 최소한 플레이오프 직행은 노리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2위를 달리는 팀이 3~4위로 내려가서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하겠다는 목표를 잡는 것도 좀 그렇다. 일단 넥센과 두산을 확실하게 밀어내는 게 필요하다.
LG가 넥센과 두산을 확실하게 밀어낸다면 그만큼 2위 가능성은 높아진다. 시즌 막판 2위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자연스럽게 선두공략 욕심도 생기지 않을까. 물론 삼성이 LG의 사정권에 계속 머물러 있다는 걸 전제한 것이다. LG가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고 시즌 막판 승부수를 던진다면, 선두 삼성도, 3~4위 넥센과 두산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LG 야구가 강해졌다.
[LG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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