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8회까지 이기면 든든해.”
한화 김응용 감독이 이례적으로 박정진 사랑(?)을 표시했다. 마무리 송창식, 우완 셋업맨 김광수와 함께 좌완 셋업맨으로서 경기 후반에 좋은 피칭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정진은 올 시즌 8경기서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 중이다. 8경기이지만, 평균자책점 2.25는 한화 투수들 중 가장 좋은 기록. 박정진이 어깨 부상으로 긴 재활터널을 빠져 나와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 난 재활 오래하는 스타일, 여전히 밸런스가 좋지 않다
박정진은 2010년~2012년에 한화 마운드 마당쇠였다. 무려 56경기, 64경기, 63경기에 나섰다. 특히2010년엔 무려 79⅓이닝을 소화해 평균자책점 3.06을 기록했다. 마당쇠를 넘어 철인 같은 성적. 결국 어깨에 탈이 났다. 올 시즌 준비에 차질을 빚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정상적으로 공을 던지지 못하고 재활에 임했다. 그런 박정진을 6일 청주 SK전이 우천 취소된 뒤 만났다. “2~3년간 많이 던졌다. 올 시즌에도 빨리 몸을 만들려다 오버 페이스를 했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 결과 6월까지 재활만 했다. 박정진은 “원래 재활을 오래하는 스타일이다. 이젠 부상에서 90% 회복이 됐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박정진의 올 시즌 첫 경기는 7월 9일 잠실 두산전. 사실 이 등판도 빨랐다. 어깨가 완전하지 않았으나 1군에 올라왔다. 팀을 위해서다. 대신 김응용 감독은 복귀 초반엔 여유있는 상황에만 등판시키는 배려를 했다. 김 감독은 “너무 빨리 1군에 올려서 편하게 해줬다”라고 했다. 박정진도 김 감독의 배려를 받아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3일 창원 NC전서는 1사 3루 위기를 잘 막아내 “박정진이 돌아왔다”를 알렸다. 박정진은 “자신있게 던지자는 생각이었다. 리드 상황이었고, 감독님의 1500승이 걸린 경기였다. 평소보다 더 집중했다”라고 회상했다.
박정진은 지금 몸은 회복됐으나 투구 밸런스를 여전히 잡아가는 과정이다. 박정진은 “컨디션이 안 좋을수록 팔을 높게 들어올린다. 지금은 폼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다. 한창 좋을 때보다 몸이 더 뒤로 넘어간다”라고 했다. 더욱이 요즘은 비가 많이 내려 더욱 투수들을 괴롭힌다. 박정진은 “비가 오면 더 예민해지는 스타일이다. 스파이크에 흙이 많이 묻으면 밸런스 잡기가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 박정진의 서산 생활은? 운동하고 밥 먹는 게 낙이다
박정진은 그동안 퓨처스리그서 새까만 후배들과 함께 생활했다. 숙소를 함께 쓰진 않았지만, 오랜만의 2군 생활. 박정진은 “예전에도 2군 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특별한 건 없었다. 그저 2군에서도 (송)창식이, (김)광수와 통화하며 힘내라고 말해줬다. 미안한 마음뿐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텔레비전으로 한화 게임을 봤는데, 정말 안타까웠다. 내가 빨리 돌아가서 도움이 돼야 하는데. 2군에서도 항상 팀 성적에 대한 걱정뿐이었다”라고 했다.
박정진은 그럴수록 재활에만 매진했다. “서산은 운동하고 밥 먹는 게 낙이었다. 여기 밥이 1군보다 더 맛있다”라고 웃었다. 이어 “사실 서산은 재활 환경이 썩 좋지는 않았다. 5월 이후 날씨가 풀렸지만, 그전까진 너무 추웠다. 2군 코치님도 걱정을 많이 하셨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래도 1군에서 잘 풀려서 다행이다”라고 웃었다.
▲ 겸손한 정진씨, 후배 치켜세우느라 바쁘네
박정진의 1군 복귀도 어느덧 1달이 지났다. 이젠 리드 상황에 등판해 승리를 지켜내는 본연의 모습으로 완벽하게 돌아왔다. 주위에서도 박정진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하지만, 박정진은 손을 휘휘 내저었다. “내가 아직 별로 한 게 없다. 광수와 창식이가 정말 잘 해주고 있다. 특히 광수가 투수 조장으로서 후배들을 잘 이끌고 있다”라고 자신을 낮췄다. 이어 “나는 다른 투수들을 거들 뿐”이라고 했다.
박정진은 후배들을 치켜세우느라 바쁘다. “우린 1승이 간절하다. 타이트한 상황에 대한 부담은 있다. 광수와 창식이가 그동안 잘해줘서 고맙다”라고 했다. 이어 “내가 원바운드를 많이 던지는데, 포수가 옳게 못 받으면 불안해서 못 던지게 된다”라고 했다. 최근 주가를 높이고 있는 포수 엄태용을 칭찬한 것. 박정진은 “태용이가 요즘 내 볼을 몸에 딱 흡수하고 있다. NC전 이후 잘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라고 했다. 깊은 속뜻이 있었다. “어린 친구들은 ‘잘한다, 잘한다’라고 기를 살려줘야 한다. 태용이는 야구에 대한 욕심이 많다”라고 흐뭇해했다.
박정진은 요즘 후배들의 멘토가 됐다. “내가 기술적으로 뭔가를 전수해줄 위치는 아니다”라면서도 “(조)지훈이, (송)창현이 등 어린 투수가 많다. 1군에서 적응하는 방법 같은 걸 알려주고 있다”라고 했다. 이러니 김 감독이 박정진에게 “든든합니다”라고 말한다. 좋은 성적에, 후배들을 잘 챙기고 치켜세우는 고운 마음 씀씀이까지. 긴 재활을 끝낸 박정진은 요즘 한화 마운드의 대들보다.
[박정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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