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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경민 기자] 춘자 언니가 돌아왔다.
지난 2004년 1집 앨범 ‘가슴이 예뻐야 여자다’로 데뷔한 춘자는 어느덧 데뷔 10년차를 맞이한 가수다. 데뷔 때부터 여가수로는 다소 파격적이고 독특한 콘셉트에 짧은 헤어, 구릿빛 피부 탓에 중성적이면서도 센 언니 이미지로 기억된다.
최근 여름 시즌에 맞는 신나는 댄스곡 ‘So Fresh’로 컴백을 알린 춘자는 여의도에서 기자와 만나 수다 삼매경을 펼쳤다. 오랜 공백기의 근황을 묻기 민망했을 정도로 춘자는 다방면에서 정신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고, 뮤지션으로서 굉장한 열정과 남다른 꿈을 가지고 필드를 누비고 있었다. 또 거침없는 직설화법을 구사했지만 살뜰하게 챙길 줄 아는 든든한 언니이자 세심한 손재주를 지닌 여자의 모습으로 기자를 놀라게 했다.
“DJ 춘.자입니다.”
춘자는 가수이자 DJ란 수식어로 불리길 원한다며 그간의 근황을 밝혔다. 알고보면 업계에선 꽤나 잔뼈가 굵은 DJ이기도 하다. 벌써 경력으로 따지면 18년이나 된 베테랑이다. 잠시 손을 놓았다가 다시 5,6년 전부터 DJ를 시작했고 지금은 춘자의 삶에 가장 큰 에너지원 중에 하나가 됐다.
억지로 뭔가를 만드는 것은 성격상 맞지 않아 매스컴에 노출되는 것에 적극적이지 않았을 뿐이지 춘자는 DJ로 전국을 누비며 가장 가까이에서 팬들과 소통해왔다. 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진정성을 찾은 것 같고 재미를 느낀다고 했다.
“한창 방송도 많이 하고 20대 때는 수박 겉핥기식으로 살았던 것 같다. 진정으로 원하고 즐기는 줄 알았는데 일이라고 생각하니 돌이켜보면 100%를 즐기지 못했다. 요즘엔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찾았다. 당연히 노래는 내가 평생 하고 살아야 되는 거라 생각하고 요새는 DJ 일이 정말 좋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대신 수익적인 면에서는 포기해야 될 부분도 생겼다. 하지만 그보다 더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컸다. DJ로서 인정을 받는다는 것에 대한 성취감도 있었다. 단순히 음악을 틀어주는 것이 DJ의 전부가 아니다. DJ로 있는 그 시간만큼은 한 호흡으로 관객들을 이끌어줘야 한다. 그리고 그 현장 속에서 서로의 에너지가 교감돼 폭발했을 때 기분은 말로 표현 못하는 짜릿함이다.
하지만 여자 연예인으로서 DJ를 바라보는 기대심리라든가, 선입견은 필시 존재했다. “기대감에 너무 오버액션을 할 수도 없고 부담감에 힘든 부분도 있다. 이런 수식어는 민망하지만 여자 연예인으로서 DJ 1호이긴 하다. 하하. 난 경력이 18년인데도 아직도 거의 매일 5,6시간을 연습하고 모니터도 한다. 계속 공부해야 된다. 일은 일주일에 주말은 거의 나가고 요샌 여름이라 클럽 외에도 각종 페스티벌 공연장에 해수욕장 등 피서지도 많이 찾고 있다.”
이번에 ‘So Fresh’란 제목의 앨범을 낸 것도 사실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픈 이유이기도 했다. 래퍼 남대표가 랩피처링을 맡았고 랩이 재밌고 선명하게 들려서 오히려 자신이 피처링을 한 것 같단다. 성대에 낭종이 발견돼 가수로서 큰 위기를 겪었고 지금도 수술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터라 꾸준히 목관리를 해야 하지만 허스키하면서 시원스런 보컬의 매력은 여전했다. 이번 활동을 시작으로 앞으로 꾸준히 길게 그리고 천천히 활동을 이어가며 노래를 낼 생각이라고도 덧붙였다.
“우울증 올 틈이 어디 있어?”
얼굴을 노출해 먹고 사는 연예인이 오랫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으레 공백 기간 우울증에 대해 얘기하곤 하고 실제 이에 대해 고백하는 연예인들도 상당수다. 하지만 춘자는 “내게는 공백이란 없다”며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쉬지 않는 성격이라 우울증이 오는 줄도 모르게 지나간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참 바빴다. 수료증을 포함해 자격증만 한 11개에 이르고 종류도 보트, 바이크, 1종 레이싱 라이센스도 있고 에어로빅 트레이너 자격증까지 갖췄다. 여기에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아 대체의학 및 비만관리 수료증도 취득했고 수상 레포츠에 골프, 낚시, 볼링, 당구 등 운동도 많이 배우고 취미생활도 활발했다.
최근에는 개그맨 김기수로부터 댄스 스포츠를 배우고 있고 개그맨 정종철이 회장으로 있는 연예인 사진 동호회 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여기에 언젠가 한식집도 차리고 싶다며 깍두기에 간장게장까지 요리 실력도 수준급이란다.
“연예인이란 직업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 직업이라 주위에도 보면 잠시의 공허함을 못 견뎌하더라.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을 불편해 하다가도 못 알아보면 또 힘들어한다. 그런데 난 이래저래 우울해 할 시간이 없다. 힐링이라고까지 하긴 뭐하지만 스스로 노력을 안 하면 안 된다. 난 되려 요즘이 초심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내가 꿈꾸는 40대 춘자의 모습은…”
끝으로 춘자에게 가수로 그리고 DJ로서 목표에 대해 묻자, 곧바로 하나의 그림이 그려졌다.
“스킨헤드를 한 노메이크업에 40대 중반의 여자가 한 클럽이나 페스티벌 무대 위에서 위스키 한 병을 놓고, 땀으로 흠뻑 적셔진 채 노래를 부르고 디제잉을 하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정말 간지(?)나지 않을까? 언젠가 미래의 내 모습이 될 듯 싶다.”
[춘자. 사진 = 가온 엔터테인먼트 제공]
고경민 기자 gogin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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