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청주 김진성 기자] “주무기요? 한 가운데 직구요.”
젊은 투수들의 공통점. 자신의 장점을 발휘해보지도 못하고 덜덜 떨다가 제 풀에 무너지는 것. 한화 루키 조지훈은 좀 다르다. ‘내 공을 믿고 던졌는데 결과가 나쁜 것’과 ‘내 공을 던져보지도 못하고 무너진 것’은 천지차이다. 조지훈은 전자다. 결론은 같지만, 과정이 달랐다. 과정이 일단 올바르기에, 결론도 올바르게 도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은 결론을 거의 다 내놓고도 조그마한 실수로 무너지고 있다.
▲ 한 가운데 직구, 계속 밀어붙인다
장충고를 졸업하고 올해 입단한 우완 조지훈. 입단 첫 시즌에 1군 선발진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7일 청주 SK전을 앞두고 조지훈과 잠깐 얘기를 나눴다. “구속엔 관심이 없다. 타자를 잡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선두타자 볼넷만 내주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던진다. 볼넷+안타가 가장 좋지 않은 것이다”라고 했다. 실제 그의 직구 최고구속은 140km대 중, 후반. 직구 자체만 놓고 보면 매우 경쟁력있는 무기는 아니다.
그러나 조지훈은 “한 가운데로 직구를 던지는 게 내 스타일이다”라고 했다. 넥센 김민성에게 만루홈런을 맞고도 전혀 자신의 투구관(?)이 흔들리지 않았다. 어쨌든 강심장 기질이 보인다. 조지훈은 올 시즌 11경기서 2패 평균자책점 3.92다. 선발로는 2경기서 2패 평균자책점 7.56. 구원 성적이 더 좋지만, 선발로서의 가능성은 있다는 게 주위 평가다.
심지어 조지훈은 “넥센전서 커브를 던지는 등 소위 말해 꼬아서 던졌다. 그래서 결과과 더 안 좋았던 것 같다”라고 했다. 두번째 선발 등판이었던 1일 목동 넥센전. 당시 조지훈은 3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는데, 김민성에게도 변화구를 던지다 홈런을 맞았다고 했다. 조지훈은 그래서 더욱 “직구 위주 승부”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조지훈의 직구는 150km를 훌쩍 넘는 강속구가 아니다. 선발로 나가서 무너졌음에도 개의치 않고 또 다시 직구로 승부할 것이란 의지가 돋보인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일전에 “투수는 일단 자신이 던지고 싶은대로 해봐야 한다. 그래야 스스로 뭐가 잘 됐는지, 뭐가 잘못됐는지 느낀다”라고 한 적이 있다. 조지훈 역시 직구 하나로는 안 된다는 걸 안다. 다만, 직구위주의 공격적 마인드에서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에 놓여있다. 조지훈이 다른 투수들과 다른 점. 왜 공격적 마인드를 갖고 던져야 하는지도 모르는 투수조차 부지기수라는 것. 그런 점에서 조지훈의 강심장 같은 소신 발언은 의미가 있다.
▲ 조지훈을 뒤흔든 한 마디 “구속 생각 말고 자신있게 던져라”
조지훈은 팀 막내. 대선배들의 생활을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 한화 마운드엔 레전드 정민철, 송진우 투수코치부터 고참 김광수, 송창식 등 조지훈이 보고 배울만한 선배가 많다. 조지훈은 “선배님들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박정진 선배님은 저에게 옷도 주시고, 스파이크도 선물로 주셨다. 감사하다. 김광수 선배님도 정말 감사하다”라고 했다. 특히 박정진이 후배들에게 조언을 많이 하는 편이라는 후문.
조지훈에게 가장 귀에 잘 꽂힌 조언은 “투수는 직구구속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있게 던지는 마음”이라는 안승민의 조언이었다. 결국 지금 조지훈의 슬로건과도 같은 “한 가운데 직구”정신을 일깨워준 한 마디였다. 이처럼 멘토의 조언 한 마디가 저연차 선수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조지훈은 “선발진 경쟁을 하게 됐는데 자신있다”라고 했다. 조지훈의 “한 가운데 직구”정신. 좀 더 시간을 갖고 지켜보면 흥미로울 것 같다.
[조지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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