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 '비트'의 김성수 감독이 10년 만에 신작 영화로 돌아왔다. 지난 2003년 개봉한 영화 '영어 완전 정복' 이후 10년 만이다.
그런데 10년 만의 행보가 의외다. 액션 영화를 준비하고 있던 김성수 감독이 감염 재난 영화인 '감기'로 관객들 곁을 찾은 것. 하지만 이 역시도 김성수 감독이 좋아하고, 또 시나리오를 본 뒤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댄 영화였다.
김성수 감독은 "나도 내가 재난영화를 하게 될지 몰랐다. 2010년 홍콩과 합작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 영화가 엎어져 낙담해 있는데 정훈탁 대표가 가지고 있는 시나리오가 있다며 보라고 줬다. 그게 '감기'였다. 현실감 있는 재난영화를 좋아하는데, 일상의 공포 같은 것들이 재미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감기 바이러스가 눈에 보이고 해치워야 할 상대가 아니다. 해결 방법이 없다. 재난은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재난이 벌어졌을 때 우리가 어떻게 되느냐. 어떻게 반응하고 움직이고 판단하느냐의 문제다. 초점도 이쪽으로 맞추려고 했다. 재난 영화가 던지는 가정법은 '이런 일이 벌어지면 너도 그러지 않을까?'다. 재난 상황 중 큰 것들이 사람들의 이기적인 행동이다. 난 사실 사람들을 선동하고 자기만을 위한 것은 나쁜 행동이지만 재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이기적 행동이 다 비난 받아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서인지 '감기'에는 최악의 재난 상황 속 자신만을 생각하는 혹은 다수의 사람들을 위한다는 이유로 소수의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이기적인 사람과 상황들이 실감나게 그려진다. 물론 그 중에는 자신을 희생해 사람들을 구하고 희망의 불씨를 심는 사람도 있다. 김성수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선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기적적으로 재난을 멈추게"하는 그런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휴머니즘 가득한 히어로들이 극히 소수라는 건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 속에서 이기적인 인간들의 군상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 중 하나가 인간을 살처분하는 장면. '감기'의 배우들도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꼽는 이 장면은 김성수 감독이 가장 공을 들인 장면이다. 그리고 '감기'를 상징하는 한 컷이기도 하다.
김성수 감독은 "포크레인으로 사람들을 매립하는 장면에 공을 들였다. '감기'의 상징장면이 뭐냐고 묻는다면 그 장면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영화를 한참 준비하던 과정에서 돼지 구제역이 생겼다. 아무리 죽을 돼지라고 하지만 그 방식이 너무 끔찍했다. 그걸 보고 있는데 돼지들이 '무슨 짓이냐'라고 할 것 같았다. 우리가 대답할 수 있는 건 '우리가 돼지고기를 맛있게 먹기 위해 문제가 있는 돼지는 다 죽어야 돼' 정도지 않나. 돼지는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이후 "돼지들 중 누군가가 이랬을 것 같다. '너희도 이런 꼴을 당하는 날이 올 거다. 역전될 걸'이라고. 우리에게도 한 번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일이 생기면 인간이 인간에게 이런 만행을 저지를 수도 있다는 걸. 실제가 있게끔 보여주고 싶었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머리에 박히게 하고 싶었다. 공을 많이 들인 장면이다. 그게 '그렇게 보일까', '섬뜩한 느낌이 느껴질까' 싶었는데 그 장면은 조금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누구나 다 그렇듯 아쉬운 부분들도 있을 것. 특히 그동안 여러 액션영화를 준비했고, 안타깝게 개봉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과정에서 10년이라는 공백을 갖게 된 그에게는 더욱 그렇게 느껴질 터였다. 이런 우려와 달리 김성수 감독은 10년 이라는 시간 때문에 개봉 전 더 부담감을 느끼긴 하지만 '감기'가 오랜만에 선보인 영화이기 때문에 특별히 아쉬운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김성수 감독은 "영화는 만들고 나면 너무 아쉽다. 끝내고 나면 내 손을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간다는 생각이 든다.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는 순간은 관객의 영화가 된다. 어떻게 보느냐는 관객의 몫이다. 마치 자식을 키워서 떠나보내는 것처럼 아쉽지만 어떻게 하지는 못하는 것처럼. '감기'가 내 손을 막 떠나 사회로 나가고 있다. 내가 잘 키우고 싶었는데 훌륭한 사람으로 자랐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괜찮은 아이라고 생각하는데, 세상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고 자평했다.
또 "장점이 많은 최고의 스태프들과 일을 했다. 그런 면에서는 부끄럽기도 하다. 배우와 스태프들이 굉장히 좋았다. 나 스스로는 이 사람들과 웰메이드 영화를 만들었다고 자부하는데, 관객들이 앞으로 평가를 내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오랜만에 국내 영화판으로 돌아와서 배우, 스태프들과 호흡을 맞춘 김성수 감독은 작업 방식의 변화도 꾀했다. 지난 1995년 개봉해 이경영에게 백상예술대상 남자연기상, 이병헌에게 대종상 신인남우상 등을 안겼던 '런어웨이' 촬영 중 커뮤니케이션의 불협화음으로 인재가 발생했던 후 그는 스스로 호랑이 감독이 됐다. 주로 액션 영화의 메가폰을 잡았던 김성수 감독은 위험한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해 스스로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도 엄격해지는 방법을 택했다. 그 결과 '무서운 감독'이라는 이미지가 생겼지만, 이번 현장에서는 버럭하지 않았다.
김성수 감독은 "현장에 나가 보니 스태프들의 전문성이 높아지고 탐구적이며 프로덕션 방식 자체가 합리적이 됐더라. 십년 동안 한국영화의 변화가 '인력 프로덕션 시스템에서 비롯된 거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에는 (내 바뀐 방식이) 어색했다. 그런데 우리 현장에 있는 스태프들이 굉장히 열성적이었다. 근사한 팀과 같이 일할 때 나도 근사한 사람, 근사한 팀의 일원이 된 느낌을 받게 된다. 박지성 선수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 가서 플레이를 하니까 자신이 더 나은 플레이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나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제 김성수 감독은 다시 액션영화로 돌아가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야기가 오가는 작품들이 있으며 빠르면 올 겨울 촬영을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
마지막으로 김성수 감독은 '감기'를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방법을 공개했다.
그는 "재난은 우리를 변화시킨다. '감기'에서 변화되는 것처럼. 이 영화를 볼 관객을 비롯해 우리도 여러 가지 모습을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관객도 그런 걸 생각하면서 봐줬으면 한다. 재난과 반응에 대처하고 맞서는 사람들의 태도를 보면 재밌지 않을까. 사실적으로 던져주는 영화고 다양한 인간 군상이 나오니 그렇게 봐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성수 감독이 10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 '감기'는 치명적인 변종 바이러스로 인해 피할 사이도 없이 폐쇄된 도시에 갇힌 사람들의 치열한 사투를 담은 영화로 오는 14일 개봉된다.
[김성수 감독.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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