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인내심이 필요하다.
한국야구의 포수난.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거의 대부분 팀이 포수난에 시달리고 있다. 야구인들은 요즘 국내 포수들의 수준이 예전에 비해 확연하게 떨어졌다고 본다. 특히 그동안 안방을 지켰던 베테랑 포수들이 점점 노쇠화되면서 젊은 포수들이 1군에 중용되고 있는데, 이들의 기량이 처지면서 전체적인 세대교체도 더디다는 지적이다.
선두 삼성은 베테랑 진갑용의 비중을 줄이고 이지영의 출전 빈도를 높이고 있다. LG는 현재윤의 부상 이후 윤요섭이 주전포수로 나서고 있다. 두산이 양의지와 최재훈, 박세혁 등 가장 포수 자원이 그나마 괜찮다. 넥센은 허도환과 박동원, 롯데는 강민호와 용덕한, KIA가 김상훈과 차일목, SK가 조인성과 정상호, NC가 김태군과 이태원, 한화가 엄태용과 정범모로 안방을 꾸리고 있다. 강민호, 양의지 정도를 제외하면 전도유망한 공수 완성형 주전포수는 없는 실정이다.
▲ 공 뒤로 빠지면, 팀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11일 현재 리그 폭투는 382개. 경기당 0.9개다. 간혹 기록되는 패스트볼까지 감안하면 거의 매 경기 1개꼴은 포수 뒤로 공이 빠진다는 소리다. 최하위 한화의 피해가 특히 심각하다. 폭투 66개로 최다 1위다. 올 시즌 한화는 신경현이 빠진 자리에 한승택부터 정범모, 이준수, 엄태용, 박노민 등 젊은 포수들을 연이어 기용됐으나 확실한 주전포수는 없다. 최근 엄태용이 김응용 감독의 신뢰 속에 꾸준히 기용되고 있다. “공을 뒤로 안 빠뜨리잖아”라는 게 기용 이유다. .
한화 김성한 수석코치는 10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폭투가 나오면 팀 분위기가 가라앉는다”라고 했다. 폭투가 나오면 상대 주자를 한 베이스 공짜로 내주는 경우가 많다. 한 베이스를 더 가기 위해, 덜 보내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현대야구에서 폭투는 수비하는 팀에 허무한 결과다. 안타 2개를 내줘야 1점을 내줄 것을, 폭투가 나오면 안타 1개를 덜 내주고도 1점을 내줄 수 있으니 말이다. 김 수석은 “포수는 블로킹과 송구가 가장 중요하다. 그것만 되면 일단 방망이를 못 쳐도 주전으로 쓸 수 있다”라고 했다.
삼성과 LG는 폭투 28개와 35개로 리그에서 가장 적다. 두 팀의 팀 평균자책점은 3.86과 3.65로 역시 리그에서 가장 낮다. 유이한 3점대. 폭투가 적다는 건 포수들이 투수들의 공을 잘 받아줬다는 의미. 투수 입장에선 포수가 공을 잘 받아주면 뚝 떨어지는 유인구도 자신 있게 구사할 수 있다. 반대로 포수의 포구가 불안하면 떨어지는 볼을 던지는 데 주저하게 돼 있다. 투수의 선택지가 줄어드는 것. 그만큼 타자에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 심리적으로도 투수가 불안해진다. 폭투가 적은 삼성과 LG가 팀 평균자책점도 낮은 건 상관관계가 없다고 볼 수 없다.
▲ 포수가 갖춰야 할 숨은 조건들
흔히 포수가 갖춰야 할 조건으로 포구와 블로킹, 도루저지능력으로 대변되는 강한 어깨가 거론된다. 여기에 결과로 말하는 투수리드와 볼배합까지. 이게 전부는 아니다. 김응용 감독은 오른 팔로 공을 빼내 던지는 시늉을 자주 한다. “엄태용은 이게 빨라”라고 했다. 실제 배터리코치들에게 물어봐도 “공을 미트에서 빼낸 뒤 어깨 뒤로 가져가는 시간을 줄여야 도루저지 확률이 높아진다”라고 답한다. 어차피 어깨 강도는 타고난다는 것. 도루저지 확률을 높이기 위해선 공을 잡아서 던질 때까지의 시간, 그리고 재빨리 일어날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김 감독은 “포수는 목소리가 커야 돼. 엄태용이가 목소리가 좀 앵앵거려”라고 했다. 포수가 우렁차게 소리를 외치고 기를 북돋아줘야 야수들도 힘을 낸다는 것. 비슷한 의미로 한 야구관계자는 “내가 본 좋은 포수들은 성격도 좋았다. 평소에 동료들을 잘 이해하고 챙겨줬다. 포용하는 넓은 마음이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포수는 투수들과 야수들을 잘 이끌어야 하는 포지션. 평소 성격이 포수 특성과 잘 맞아떨어져야 롱런한다는 설명이다.
▲ 지금은 과도기, 시간을 갖고 기다려보자
김성한 수석코치는 “지금 9개구단의 포수 수준이 그렇게 떨어지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어 “잘 살펴보면 가능성 있는 유망한 포수가 많다. 포수는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 시간을 갖고 기다려줘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김 수석은 지금 대부분 구단의 포수가 세대교체 되는 시점이라고 봤다. 냉정하게 볼 때 박경완(SK), 진갑용(삼성), 조인성(SK)으로 대변되던 베테랑 포수 시대도 끝나가는 시점. 전문가들은 현재 강민호와 양의지 체제로 한국 포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고 본다.
김 수석은 “강민호도 처음부터 잘한 게 아니었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줬기 때문에 이만큼 성장했다”라고 했다. 이어 “우리팀도 지금 엄태용이 잘하고 있지만, 경험이 부족하다. 정범모는 몸이 좀 딱딱하다”라면서 꾸준히 경기에 내보내면서 키워야 한다고 했다. 좋은 포수가 되는 건 그만큼 어렵다. 시행착오를 겪지 않을 수 없다.
결국 현 시점은 한국 포수의 과도기다. 김 수석은 “포수 수준이 높아지면 경기의 질도 높아지게 돼 있다”라고 단언했다. 현재 9개구단 젊은 포수들이 경험과 경쟁을 통해 좀 더 기량을 끌어올리는 시기가 반드시 찾아온다는 게 현장의 해석이다. 결론은 나왔다. 포수난을 바라보는 지도자들, 팬들 모두 인내심이 필요하다.
[홈에서 고생하는 포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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