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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지영 기자] 김원석 감독의 선택은 늘 의아함을 자아냈다.
KBS 2TV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서 연기에 처음 도전하는 박유천을 주연으로 발탁했던 것도 그랬지만 한국에서 생소한 뮤직드라마라는 장르에 비스트의 용준형과 하연수를 캐스팅했다는 것은 김원석이라는 사람에 대해 의문점을 품게 만들었다.
배우로서는 신인이었던 아이돌그룹 비스트의 용준형과 진짜 신인 하연수의 캐스팅은 분명 쉽게 할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이런 원석들을 고를 수 있었던 김원석 감독의 눈썰미, 다른 사람들의 만류에도 이를 몰아붙였던 김 감독의 패기는 대체 어디서 나왔을까?
'몬스타'가 끝나고 며칠 뒤 김원석 감독을 직접 만나 그의 변(辨)을 들어봤다.
기회가 그 배우를 만든다
극중 용준형이 맡았던 윤설찬이라는 인물은 인기 아이돌 그룹 맨인블랙의 멤버다. 김 감독은 캐릭터에 맞게 비스트 용준형에게 역할을 제안했고, 대본을 볼 줄 안다면 그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음악을 잘하는 친구를 찾았다. 그중 용준형은 학창시절 연기까지 전공했던 친구였다. 대본을 받고 자기 머리 속으로 윤설찬이라는 인물을 그려왔다. 처음 연기를 한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꽤 잘했다. 물론 아직 부족한 부분도 많다. 하지만 난 기회가 그 배우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준형이가 이번 역할을 통해 배우로서 한 발 나아갔다면 이제 더 좋은 기회를 얻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김원석 감독은 용준형뿐 아니라 여자 주인공 역시 대중에게는 낯선 하연수를 선택했다.
"연수는 목소리 톤이 굉장히 개성있었다. 동안 외모에 오목조목 귀여운 인상인데 낮은 저음을 갖고 있어서 여러 가지 독특한 특징이 많았다. 신인이었기 때문에 많이 고민했지만 결국 연수의 독특함이 끌렸다. 이번에 하는 시트콤에서 연수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연출자와 배우들을 만나는 것 만으로도 연수에게 큰 수확이 될 것이다."
17대 1로 싸워 이겼다는 전설을 가진 신비스럽고 다크한 나나는 걸그룹 글램의 다희가 맡았다. 말수도 적은 데다 느릿느릿 이야기하고 굉장히 낮은 저음을 갖고 있는 그녀, 김 감독은 나나 역 오디션 당시 미국의 여가수 아델같은 창법을 바랐다고 했다.
"내가 상상한 나나는 세상 풍파를 다 겪은 듯한 여성의 목소리를 원했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이 아델이었고, 다희가 오디션에서 아델의 노래를 가장 잘 불렀다. 첫 날 연기를 못해서 실망했지만 한 달 뒤 달라진 다희의 모습에 선택했다."
이들과 달리 개그맨 박규선과 뮤지컬 배우 출신의 강하늘, 김민영은 김 감독이 원했던 인물이었다.
"규선이와 민영이, 하늘이는 무조건 있었어야 했다. 다른 친구들이 연기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그 세 명이 노래와 연기 면에서 중심을 잡아줘야했다. 하늘이는 뮤지컬을 해서 노래를 잘했고, 연기도 몇 작품을 통해 충분이 갈고 닦은 상태였다. 민영이는 노래를 못하고 랩을 잘하는 설정이었는데 랩 장면을 하나도 못 넣어줘서 굉장히 미안했다. 하지만 민영이가 맡은 심은하 마저 아이돌을 쓸 수는 없었다. 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연기적인 부분이 안정감을 찾았다."
우리 드라마의 악당은 어른이다
김원석 감독은 흔히 '음악 영화'라고 이야기하는 전형적인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뛰어난 멘토로 인해 변화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도, 비슷한 실력을 가진 두 라이벌의 이야기도, 빛에 가려져 있던 음악 천재의 이야기도 그리려 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거창한 이야기가 아닌 우리 근처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의 소소한 성장 이야기를 원했다.
"'몬스타'는 올포원과 칼라바의 대결도, 세이가 엄청난 성장을 해서 기획사의 러브콜을 받는 이야기도 아니다. 사실 드라마적으로는 손해를 본 것이 사실이다. 보통의 드라마였으면 이보다 더 중요한 사건이 필요했을 것이다. 음악 때문에 이야기가 한 곳으로 집중되지 않은 느낌이 분명 있다. 하지만 우리 이야기에 중요한 캐릭터는 자존감이 부족한,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모르는 심은하, 박규동, 차도남, 올포원의 심재록이다. 음악을 통해 꿈을 꾸기 시작한 아이들, 그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김원석 감독의 말처럼 드라마 속 어떤 캐릭터도 눈부신 성장을 했다거나, 자신의 인생을 바꿀 엄청난 역할을 하지 않았다. 대중이 흔히 접했던 성장드라마와는 분명히 다른 길을 걸었다. 하지만 김원석 감독이 처음 기획했던 의도를 살펴보면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이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난 현실을 살아가기 급급한 아이들, 꿈이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아이들의 성장을 그리긴 했지만 꿈이 없던 아이들이 '내가 이제는 꿈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딱 그 정도의 성장을 보여줬고, 그게 내 목표였다. 그랬기 때문에 보시는 시청자들은 답답함을 느끼실 수도 있다. 이들의 성장은 이제 시작이고 카메라 밖에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된다."
김원석 감독은 상대적으로 악의적으로 그려졌던 올포원을 이야기하며 드라마 속 대중들이 놓치고 있던 이면을 꺼냈다.
"올포원도 사실은 엄청난 악당의 집단이 아니다. 우리 드라마의 악당은 어른이다. 마지막 회 준희가 변 PD에게 '내가 당신의 도움까지 있어야 이길만큼 허접한 줄 아느냐'고 말한다. 말 그대로 그 나이 때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생각이다. 올포원은 순수하게 음악으로 승부하고 싶었던 것이다. 모든 일들은 소속사, 변 PD, 선생님 등 어른들의 농간에 의해 이들이 좌지우지 된 것일 뿐이다. 그래서 마지막에 어른들의 뒤통수를 치는 멋진 무대를 꾸밀까도 생각했었는데 그 것을 실행으로 옮기지 못해 조금 아쉽다."
우여곡절 많았던 '몬스타'의 시즌 2 제작이 시작됐다. 김 감독을 비롯해 배우들까지 모두 새로운 인물이 투입될 예정이지만 김 감독은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물심양면으로 도울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감독은 인기 웹툰 '미생'을 드라마로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다. '성균관 스캔들'을 끝내고 다시는 원작있는 작품을 하지 않겠다던 김 감독은 원작의 매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했다. 쉬운 길을 두고도 쉽게 가려 하지 않는 김원석 감독, 그래서 김 감독의 작품이 더욱 매력적으로 비춰지는 것 아닐까.
[김원석 감독. 사진 = CJ E&M 제공]
이지영 기자 jyou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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