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팀을 위해서라면 제가 대타로 나가는 게 맞죠.”
모든 야구선수의 꿈은 1군 주전이다. 특히 퓨처스리그서 뛰는 선수들은 오직 1군 콜업의 꿈을 안고 하루 하루를 산다. 그러나 정작 1군에서 주전으로 한 시즌도 못 뛰어보고 은퇴하는 선수가 부지기수다. 야구 팬들은 매일 TV, 현장에서 주전들을 만나지만, 사실 그 자리에 도전하다 좌절한 뒤 사라지는 선수가 더 많다. 누군가가 뻥뻥치는 1군 무대 홈런이 누군가에겐 평생의 로망이다.
한화 이양기(32)는 올해로 프로 11년차 베테랑 타자다. 그 역시 야구를 하면서 주전으로 제대로 뛰어본 시즌은 없었다. 그나마 2011년 93경기에 출전했지만, 지난해와 올해 팀내 세대교체, 리빌딩 바람에 1,2군을 바쁘게 오갔다. 언젠가부터 이양기의 보직은 오른손 전문대타요원. 보통 이런 타자들은 주전으로 올라서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마련이다.
▲ 주전보다 대타가 좋다, 정말?
이양기를 11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만났다. 의외의 말이 쏟아졌다. 그는 “우리팀 타선이 안정되려면 나는 주전보단 경기후반 왼손투수만 상대하는 대타로 나가는 게 낫다”라고 했다. 너무 겸손한 대답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이양기의 표정은 진심이었다. “원래 대타가 익숙하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양기는 지난 7일 청주 SK전부터 꾸준히 주전으로 나섰다. 9일 대구 삼성전서는 6타수 5안타라는 엄청난 활약을 선보였다. 최근 5경기 22타수 13안타. 이양기는 “내가 한 게임 5안타를 1년에 몇 번이나 칠수 있겠나. 그저 당시엔 권혁의 볼에 자신이 있었다”라고 했다. 이양기는 지금 주전으로 나서면서 타격감이 좋지만, 혹시 완전히 주전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조금의 희망도 갖고 있지 않았다. 욕심을 버린 듯한 표정이었다. 다시 대타를 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도 "OK" 였다.
▲ 안타 못 치면 못 살아남으니 짧게 친다
이양기는 프로필상 185cm에 85kg의 신체조건을 자랑한다. 실제로 보면 좀 더 커 보인다. 전형적인 홈런타자와 모습이 흡사하다. 이양기는 ”원래 큰 스윙을 했다. 그러나 살아남기 위해선 홈런보단 안타를 많이 쳐야 했고 자연스럽게 스윙이 작아지면서 그게 내 스윙이 됐다”라고 했다. 이양기는 “지금은 전혀 장타욕심이 없다”라고 했다. 실제 그의 통산홈런은 2개다.
‘이양기는 “한화는 크게 치려고 하는 선수가 많다. 나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라고 했다. 지금은 간결한 스윙이 더욱 자연스러웠다. 특히 최근엔 밀어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이양기는 “좋은 타구를 만들려면 당겨치기만 해선 안 된다. 지난 2달간 밀어치는 연습만 했다”라고 했다. 이양기는 왼손투수를 효과적으로 공략하려면 밀어서 안타를 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양기가 말하는 대타로 살아가는 법
이양기는 ”지금 주전으로 나가고 있지만, 언제라도 대타로 돌아갈 수 있다”라고 했다. 이양기는 대타로 살아가는 방법을 확실하게 알고 있다. 오랫동안 대타를 하면서 익힌 노하우다. 이양기는 “’준비해’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미리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준비해’라는 말이 나온 뒤 준비를 하면 늦는다”라고 했다. 벤치에서 경기를 보면서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특정타자의 타격감이 좋지 않거나 상황에 따라 누구 대신 들어갈 수 있겠다는 걸 감각적으로 캐치하고 미리 스트레칭을 해놓는다고 했다.
이양기는 그 감이 대부분 맞아떨어진다고 했다. 대타성공률이 좋은 건 이유가 있다. 올 시즌에도 이양기의 대타타율은 0.250. 이양기는 “지난해, 2011년 모두 시즌 초반부터 무너졌다. 올해도 그렇게 됐는데 지금이라도 다시 분위기를 다잡아야 한다”라고 했다. 주전보다 대타가 더 좋다는 한화 이양기. 그는 역대 최고의 대타를 꿈꾼다.
[이양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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