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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류현진이 웃었다. 그것도 뒤돌아서서.
MBC 허구연 해설위원은 “저런 건 잘하는 것이다. 구심이 보이지 않게 뒤 돌아서서 슬쩍 웃는다”라고 했다. 웃음의 의미. 스트라이크존이 왔다갔다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그 웃음 뒤에 더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LA 다저스 류현진이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맷 하비(뉴욕 메츠)와의 메이저리그 영건 맞대결서 판정승하면서 시즌 12승(3패)째를 따냈다.
이날 경기를 진행한 구심은 유달리 바깥쪽 스트라이존이 불명확했다. 분명 똑 같은 코스에 똑 같은 높이로 공이 들어갔는데 어떤 공은 스트라이크, 어떤 공은 볼이었다. 이는 류현진에게도 그랬고, 맷 하비에도 그랬다. 경기 후반엔 덜했지만, 경기 초반엔 유독 그랬다. 보통 영리한 선발투수는 경기 초반엔 일부러 이곳 저곳에 다양한 구질의 공을 넣어본다. 구심의 미묘한 스트라이크존을 파악해야 경기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이날 이렇다 할 위기가 없었다. 1회 1사 후 후안 라가레스에게 2구째 슬라이더를 던지다 좌월 솔로포를 맞았다. 다저스타디움 왼쪽 외야 낮은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솔로포. 대니얼 매피에게 안타를 내줬으나 말론 버드에게 직구를 던져 유격수 병살타로 돌려세웠다. 변화구보단 직구에 오히려 메츠 타자들이 힘겨워했다. 그만큼 91마일짜리 직구에 힘이 있다는 의미.
류현진은 자연스럽게 초반 직구 위주의 승부를 선택했다. 당연히 바깥쪽 코스를 공략하게 돼 있다. 그런데 구심이 그 코스를 스트라이크존으로 잡아주다가 잡아주지 않곤 했다. 3B까지 가는 경우가 늘어났다. 투구수가 늘어나는 건 좋을 게 없다. 결국 2회 2사 후 존벅에게 3B1S에서 91마일짜리 직구를 던지다 볼넷을 내줬다. 하지만, 류현진은 오마 퀸타니야를 볼카운트 2S1B에서 4구째 바깥쪽 직구에 파울 팁 삼진으로 처리했다.
류현진은 4회에만 안타 2개를 내줬으나 3회, 5회, 6회에 연이어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3회와 5회는 직구 위주였다. 경기 중반엔 힘이 살아있었기 때문. 인상적인 건 류현진이 스트라이크 존에 더욱 신경을 쓰면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것. 그러자 구심도 경기 중반 이후엔 애매한 판정을 내리지 않았다. 류현진은 6회와 7회, 즉 타자들을 세번째로 상대했을 땐 체인지업을 내세워 완벽하게 타이밍을 빼앗았다. 애매한 직구 판정을 딛고 결국 류현진 스스로 경기를 주도한 것이다.
메이저리그서는 으레 신인들에겐 엄격한 스트라이크존 판정을 한다. 특급투수일수록 상대적으로 후한 판정을 받는 게 불문율. 류현진은 이런 불문율조차 이겨내고 맹투를 선보였다. 더구나 선발 맞대결 상대가 강력한 영건 투수라는 압박감도 있었으나 결국 모든 걸 이겨내고 12승 고지에 안착했다. 애매한 스트라이크존도 이겨낸 침착함. 그게 바로 내셔널리그 신인왕 유력후보 류현진이다.
[류현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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