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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지난 수년간 류현진(LA 다저스)은 프로야구의 독보적 토종 에이스였다. 김광현(SK 와이번스)과 2008~2010년 사이에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기도 했지만, 류현진이 약팀인 한화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꾸준한 피칭으로 승수를 쌓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김광현보다는 류현진이 리그 대표 에이스에 가까웠다.
류현진에게 국내 무대는 좁았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은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도 변함없이 호투하고 있다. 특히 승률에 있어서는 든든한 다저스 동료들의 지원을 받아 한화 시절보다 훨씬 나은 기록을 올리고 있다.
류현진의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무대 안착은 한국야구의 쾌거다. 하지만 류현진이 없는 프로야구는 토종 에이스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프로야구 평균자책점, 다승, 탈삼진 부문 1위는 모두 외국인 투수들이 차지다.
에이스의 조건은 크게 보면 두 가지다. 에이스는 압도적인 동시에 꾸준함도 갖춰야 한다. 우선 투수의 압도적인 면을 보여줄 수 있는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부문은 외국인 선수들의 주무대다. 국내 투수 가운데 평균자책점 1위인 유희관(두산 베어스)와 전체 1위 찰리 쉬렉(NC 다이노스)의 평균자책점 차이는 0.53이다.
탈삼진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희관의 팀 동료인 노경은은 111탈삼진으로 국내 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탈삼진을 잡아내고 있다. 하지만 리그 1위인 레다메스 리즈(LG 트윈스)에 19개나 뒤진다. 3~4경기를 더 던져야 뒤집을 수 있는 기록이다. 다승은 전체 선두와 국내 선두의 차이가 1승에 불과하지만, 평균자책점이나 탈삼진에 비해 팀 성적에 의존적이라는 면에서 순수한 투수 개인의 능력을 승수로만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투수의 꾸준함을 살펴볼 수 있는 지표로는 대표적으로 QS(퀄리티 스타트)가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QS의 가치를 저평가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KIA 타이거즈 선동열 감독이다. 선 감독은 "QS는 부끄러운 기록이다. 평균자책점으로 따지면 4.50 아닌가. 절대 호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QS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기록이기도 하다. QS는 투수가 얼마나 압도적이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얼마나 꾸준했는지를 알려주는 자료다. QS는 얼마나 타자들을 제압했느냐가 아니라 상대 타선을 맞아 얼마나 무너지지 않고 버텼는가를 나타낸다.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투수의 자리 역시 외국인 투수의 차지였다. 쉐인 유먼(롯데 자이언츠)은 이번 시즌 18회로 QS를 가장 많아 달성했다. 그리고 찰리(17회)와 리즈, 크리스 옥스프링(이상 16회)이 그 뒤를 이었다. 옥스프링은 유먼과 함께 34번의 QS를 합작하며 롯데 선발 로테이션을 이끌고 있다.
크리스 세든(SK 와이번스, 15회)까지 합해 15회 이상 QS를 해낸 외국인 선수는 총 5명이나 된다. 하지만 국내 선수 중에는 이 기록에 필적하는 선수가 없다. 노경은이 기록한 14번의 QS가 토종 투수 중 가장 많은 QS 기록이다.
류현진의 꾸준함은 여기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한화에서 팀 타선과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해 2.66의 평균자책점으로도 9승 9패에 그쳤던 류현진은 27경기에서 22번의 QS를 성공시켰다. 6이닝만 던지고 최소한의 요건만 채운 것도 아니다. 류현진의 지난 시즌 소화한 이닝은 경기당 평균 6.77이닝이었다.
이는 7이닝에 가까운 수치다. 이번 시즌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지고 있는 찰리(6.56이닝), 리즈(6.26), 세든(6.30)을 크게 상회한다. 국내 상위권인 노경은(6.13), 윤성환(삼성 라이온즈, 6.35)과도 큰 차이다.
지금은 7이닝을 편하게 믿고 맡길 투수를 찾기 힘들다. 매일 좋은 소식을 전해주는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성공기는 반갑지만, 류현진을 떠나보낸 프로야구는 심각한 에이스 부재 현상에서 아직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토종 투수 중 가장 많은 QS를 쌓은 노경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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