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안 좋으면 바로 바꿔야 돼.”
한화 김응용 감독이 독특한 선발론을 밝혔다. 김 감독은 16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젊은 애들은 안 될 것 같으면 바로 빼줘야 돼”라고 했다. 김 감독은 14일 청주 NC전서 선발 등판한 유망주 조지훈이 1회 흔들리자 2회 곧바로 이태양으로 교체했다. 김 감독은 “어젠 던질 투수가 많아서 빨리 빨리 교체를 해줬다”라고 덧붙였다.
한화는 선발진 리빌딩이 상당히 중요한 과제다. 올해는 바티스타-이브랜드-김혁민-유창식-윤근영으로 출발. 그러나 윤근영은 곧바로 불펜으로 내려갔다. 유창식은 어깨통증과 부진이 겹쳤다. 마무리로 흔들리던 안승민을 선발진에 집어넣었으나 역시 실패. 이후 선발진은 테스트의 연속. 조지훈, 이태양, 송창현 등을 연이어 기용했다. 올 시즌 한화에서 선발로 등판한 투수는 무려 12명. 리그에서 가장 많다. 그러나 누구 하나 제대로 선발진에 고정된 토종 투수는 없다. 그나마 3선발로 붙어있던 김혁민도 최근엔 제구난조와 피홈런 문제로 중간으로 내려갔다.
▲ 선발투수 안 좋으면 바로 바꾼다는데…
김 감독은 “우리 선발은 다 젊은 애들이다. 안 좋으면 바로 바로 바꿔줘야 한다. 혹시 더 놓아뒀다가 더 얻어맞으면 더 기가 죽는다. 그러니까 미리 빼는 것이다”라고 했다. 더 많이 얻어맞기 전에 빨리 빼줘야 기가 산다는 논리다. 그렇다고 해서 기회조차 박탈하는 건 아니다. “조지훈도 계속 기회를 줄 것이다. 중간에서 몇번 잘 던지면 선발로 올라온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선발로 기용해서 몇 차례 좋지 않은 선수들은 불펜으로 보낸다. 그러다 불펜에서 몇 차례 잘 던지면 다시 선발로 기용한다. 김 감독은 “선발로 나가면 잠을 못 자나. 전부 불펜으로 나가면 잘 던지는데 선발로 나가면 흔들린다”라고 했다. 이어 김 감독은 “바티스타, 이브랜드, 유창식”까지 선발로테이션을 언급했다. 이후 더 이상 선발진에 들어갈 선수들의 이름을 열거하지 않았다. 철저한 경쟁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지론이다.
확실히 다른 감독들과는 다른 선발투수 운영 지론이다. 보통 젊은 선발투수들로 리빌딩을 하는 팀은 최대한 공을 많이 던지면서 긴 이닝을 경험하게 한다. 결과가 나쁘더라도 경기운영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얻어맞더라도 일정 기간은 기다려준다. 물론 어려움이 있다. 결과가 나빠도 기회가 계속 주어지니 선수 입장에선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또 다른 투수들의 선발진입 기회를 막는 모양새가 나올 수도 있다. 김 감독의 선발론은 이런 맹점을 보완한다. 하지만, 대부분 감독은 선발로 롱런할 옥석을 미리 골라낸 뒤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 1년내내 꾸준히 기회를 주면서 육성한다.
▲ 김응용 감독의 독특한 선발론, 그 결과는
김 감독의 독특한 선발론은 수긍이 된다. 한화는 그동안 젊은 투수들의 경쟁력이 떨어진 팀이었다. 좀 더 강인한 멘탈과 싸움닭 기질이 분명히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김혁민을 비롯해 조지훈, 이태양, 송창현을 철저한 경쟁체제로 운영하는 김 감독의 뚝심은 대단하다. 선발 조기강판을 해도 지금은 불펜이 상대적으로 안정감이 있다. 또한, 지금까지 보여준 김 감독의 성향으로는 최근 선발로 잘 던졌던 유창식도 한, 두 차례 부진할 경우 다시 불펜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야구인들은 “선발투수로 롱런하기 위해선 선발투수에 맞는 경기운영능력을 키워야 한다. 꾸준하게 로테이션을 소화하면서 다음 등판을 준비하는 방법도 익혀야 한다”라고 지적한다. 김 감독의 선발진 운영 지론상 한화 젊은 선발투수들은 이런 점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조금 얻어맞으면 일찍 강판되고 꾸준하게 선발로테이션 간격을 지켜보는 경험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젊은 투수들에겐 최대한 기회를 많이 줄 것이다”라고 천명했다. 단지 그 결과가 어떨지 관심이 간다. 결국 야구는 결과로 말한다. 김 감독의 톡특한 선발진 운영. 재임기간 중엔 어떤 방식으로든 리빌딩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김응용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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