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메이저리그가 비디오판독을 확대한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지난 16일 구단주 회의를 통해 내년부터 비디오판독을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제외한 모든 부분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그것도 한 경기서 팀당 3차례 요청 가능하다. 1회~6회까지 1차례, 7회 이후 2차례 요청 가능하다. 파격적이다. 메이저리그도 아직 세부 시행수칙은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디오판독을 확대하겠다는 의지 자체는 확고하다.
비디오판독 확대의 의미는 무엇일까. 결국 아웃-세이프, 페어-파울, 체크스윙-노스윙 여부를 과학의 힘에 빌리자는 것이다. 야구의 성역을 깨는 대사건이다. 그동안 야구에서 심판의 판정은 신성 불가침의 영역과도 같았다. 심판의 약간의 주관적인 감각에 따른 경기운영은 그 자체로 야구의 묘미로 인정됐다. 하지만, 전통을 중시하는 메이저리그가 태도를 바꿨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 메이저리그는 성역을 깼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발표 이후,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환영 의사를 보였다. 아직 메이저리그 선수협회와 심판협회의 공식적인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적용 시기와 세부 시행 수칙은 바뀔 수 있어도 근본적으로 구단주 회의에서 결정된 뼈대 자체가 백지화되긴 어려울 것 같다. 야구의 정통성과 역사를 중시하는 메이저리그도 이젠 인식이 바뀐 것이다.
한국도, 미국도 TV 중계방송 기술이 발달하면서 경기 중 발생하는 미묘한 상황을 느린 그림이 잘 잡아낸다. 심판들은 “예전과 오심이 나오는 확률은 비슷한데 카메라에 유독 애매한 장면이 자주 비춰지니까 오심이 늘어난 느낌”이라고 호소한다. 실제 국내 모 코치도 “국제대회를 보면 국내 심판들의 수준은 굉장히 높다. 단지 애매한 판정이 더 잘 드러나서 실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라고 했다. 이로 인해 심판들의 스트레스가 예전보다 더 심해졌다는 말도 들린다.
중계방송 기술을 과거로 회귀시킬 순 없는 노릇이다. 또, 국내야구의 경우 최근 실제로 누가 봐도 뚜렷한 오심 논란에 휩싸인 사례도 종종 나왔다. 한 야구인은 “메이저리그는 엄청나게 보수적이다. 그런 곳에서 심판 판정의 성역을 깼다. 과학기술을 이용해 판정을 바로 잡는 게 심판의 권위를 높여준다고 생각한 모양”이라고 해석했다.
그동안 판정에 항의가 나오거나 판정이 번복될 경우 심판의 권위가 엄청나게 구겨지는 걸 의미했다. 그러나 이 야구인은 “바꿔 생각해보면 비디오 판독 확대를 통해 심판의 판정이 옳다고 판명 날 수 있고, 심판이 좀 더 판정에 집중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비디오 판독으로 심판의 권위가 무조건 떨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라고 했다. 메이저리그 심판협회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 국내야구도 진지한 연구가 필요하다
메이저리그의 비디오판독 확대 움직임. 아무래도 국내야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전통적으로 메이저리그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제도는 국내야구에도 적용이 된 사례가 많다. 국내야구가 현재 홈런-파울 여부에 한해 비디오판독을 실시하는 것도 메이저리그의 변화의 움직임을 받아들인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비디오판독을 확대한다고 해서 국내야구도 무조건 따라서 해야 할 이유는 없다. 메이저리그 사례를 참고해 좋은 것만 취하면 된다. 국내야구실정에서 비디오판독의 확대가 가능한지, 야구인들과 심판들의 생각은 어떤지 충분히 연구 및 분석을 해볼 필요는 있다. 예를 들어 비디오판독이 확대할 경우 경기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비디오로도 확연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한 처리 등에 대한 것들이다. 한편으로 야구인들은 “심판들의 판정 논란에 못지 않게 심판들의 처우 개선도 중요하다”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야구의 비디오판독 확대는 분명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아직 KBO를 비롯한 야구계에선 별 다른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메이저리그에서 심판 판정에 대한 의식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시대가 바뀌었다. 국내 야구팬들의 눈 높이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들은 야구에서 일어나는 판정이 더 완벽해지길 바란다.
[잠실구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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