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김민성의 스타★필]
고아성은 숫자 7과 관련이 깊다. 봉준호 감독의 2006년 작 '괴물'에 이어 7년 만인 올해 '설국열차'에 올라탔고, 이 영화에서 고아성이 맡은 요나 역은 17살이다. 고아성은 4살 때 CF모델로 데뷔한 17년 차 배우다.
숫자 '7'은 통상 행운과 관련이 있지만, 고아성은 우연한 행운만으로 뜬 연기자는 아니다. 2006년 15살의 나이로 영화 '괴물'로 괴물 같은 신인 여배우로 반짝 떴지만, 기획사와 계약하여 일신을 도모하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영화와 드라마를 직접 선택하며, 독자적인 활동을 했다. 그래서 그녀의 필모그래피에는 영화 '결혼식 후에', '식스틴', '듀엣' 등 유명하지 않은 영화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대학도 연예 활동의 연장선이 아닌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다.
그녀가 선택한, 혹은 봉준호 감독에 의해 그녀가 선택된 '설국열차'는 새로운 빙하기, 생존자들을 태운 기차가 17년간 지구를 순환하는 설국열차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 동명의 프랑스 만화 프랑스 만화 '설국열차(Le Transperceneige)'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냉혹하고 탐욕스러운 계급 사회의 생리, 진실을 은폐하고 긴장을 고조시켜 이득을 얻으려는 지배 집단들의 부조리함을 그렸다. 단순한 킬링타임용 영화로만 보기에 다소 무겁다. 수많은 은유와 환유가 있기에 마냥 쉬운 영화도 아니지만 또한 범인(凡人)이 납득할 수 없는 대단히 어려운 영화도 아니다.
이 영화에서 고아성이 맡은 요나는 기차에서 나고 자란 신비한 능력을 지닌 소녀. 그녀의 세계는 기차가 전부다. 다양한 인종, 강렬한 비주얼을 지닌 등장인물이 많이 등장하지만, 그녀의 존재는 단연 독보적이다. 소녀와 여인의 중간계 같은 신비스런 비주얼과 함께 몽환적인 눈빛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다. 출연 분량이 적기에 매 순간 공을 들인 티가 난다. 튀기 위해 잔뜩 힘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힘을 뺀 자연스러움이 더욱 빛이 난다.
고아성이 오목조목한 전형적 미인형 외모가 아니듯이 캐릭터 또한 전형적이지 않다. 미성년자(?) 주제에 술을 마시고, 환각 물질에 취하고, 사람도 해치지만 감정 기복이 없어 보인다. 기차 만의 온 세계였던 소녀와 일반 사람들과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리라. 바깥 세계 멸망의 책임으로부터 책임이 없는 원죄가 없는 아이이기에 그녀의 독특한 행보는 엔딩까지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유창한 영어 실력은 덤. 이번 영화를 계기로 해외 진출까지 점쳐지고 있다. 고아성은 이미 2009년 프랑스 입양아 출신 감독 우니 르콩트의 데뷔작 '여행자'에 출연했고, 이 작품은 칸국제영화제 특별방영 부분에 초청된 바 있다.
고아성과 송강호, 그리고 할리우드의 쟁쟁한 배우들을 태운 '설국열차'는 맹렬한 속도로 폭주하며 한국을 넘어 167개국에 수출되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로 어느새 괴물 배우로 자란 고아성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설국열차'의 고아성과 '괴물'의 고아성(위 오른쪽), 영화 '설국열차' 스틸컷.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제공]
김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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