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테러 라이브', 하정우를 위한·김병우 감독에 의한·하정우의 영화!
[고인배의 두근두근 시네마]
윤영화(하정우)는 방송국 마감뉴스의 앵커로서 국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았던 국민앵커지만 불미스러운 사건과 이혼으로 인해 현재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밀려난 상태다.
일주일 전부터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아침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인 '윤영화의 데일리 토픽'을 진행 하고 있던 그는 부자들에게 감면혜택을 주는 법안을 가지고 청취자들의 의견을 전화로 받던 중 한통의 괴전화를 받는다.
일용직 노동자라고 밝힌 사내는 마포대교를 폭파하겠다며 협박을 하고 윤영화가 장난전화로 치부하며 전화를 끊은 순간, "지금… 한강다리를 폭파하겠습니다"라는 사내의 말대로 마포대교가 폭발한다.
마포대교가 폭발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 윤영화는 "내가 터뜨린다고 했죠?"라는 사내의 말과 눈앞에서 벌어진 끔찍한 재난으로 '테러사건'이라고 확신하게 된다. 그리고 이 사건이 자신의 유명세를 복구해 줄 일생일대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 그는 경찰에 신고하지도 않고 테러범과의 전화통화를 tv로 독점 생중계한다.
그것은 마감뉴스 복귀 조건을 내세운 윤영화의 야심과 시청률 70% 이상이면 본부장이 될 수 있다는 보도국장(이경영)의 욕심으로 성사된 은밀한 거래이다.
30년 전인 1983년 마포대교 보수공사 중 추락사한 세 명의 인부에 대해 국민적 차원에서 대통령의 사과는 물론, 21억원이 넘는 거액의 보상금을 요구하면서 그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2차, 3차 연쇄 폭파를 감행하겠다는 테러범과 윤영화의 숨막히는 독점 생중계는 그들의 거래를 성공적으로 이끌 만큼 시청률이 급속히 오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시청률을 위해 테러범을 자극시키려는 보도국장의 의도와 정부에서 파견한 테러 협상 전문가(전혜진)의 계획은 윤영화를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죽음 직전에 놓이게 한다.
"사과 한번 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라는 테러범의 말처럼 과연 대통령은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사과할 것인가?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 앵커에서 라디오 진행자로 좌천된 윤영화가 한강 마포대교 폭탄테러라는 최악의 재난 사태를 독점 생중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긴박하게 그린 영화' 더 테러 라이브'는 개봉 19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동원하여 개봉 19일 만에 800만을 돌파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쌍끌이 흥행을 이어 오고 있다.
방송국 스튜디오라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주인공의 감정 그래프를 관객이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도록 연출한 김병우 감독의 탁월한 연출의 힘과 독특한 발상이 담긴 재기발랄하면서도 탄탄한 구조의 시나리오, 그리고 거의 '원맨 쇼'처럼 영화 전체를 이끌어 가는 하정우의 열연이 부각된 이 영화는 단연코 하정우를 위한, 김병우 감독에 의한, 하정우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TV 모니터로 생중계되는 외부장면을 제외한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스튜디오를 지키는 윤영화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각 챕터와 장면마다 윤영화의 감정의 흐름을 분석하고 그래프로 그린 김병우 감독의 자료에 의한 하정우의 철저한 연습과 감정 이입에 기인한다.
서울의 교통상황을 전하는 여자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오프닝으로 라디오 프로그램인 '윤영화의 데일리 토픽'을 진행하는 윤영화의 일상적인 멘트로 시작되는 '더 테러 라이브'는 시작과 함께 본격적으로 관객들을 몰아붙이면서 급박하게 돌아가는 극한의 상황으로 빠뜨린다.
'더 테러 라이브'라는 제목처럼 라디오국으로 좌천된 국민 앵커 윤영화가 테러범의 전화를 받고 보도국장과 은밀한 거래를 하며 TV로 생방송을 결정하는 시간은 93분의 러닝타임 중 겨우 10분 남짓으로 이 영화의 속도감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은 과감하게 서론을 압축시키고 본론을 보여주는 만큼 이 영화의 빠른 템포는 테러의 긴박감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 주는 이 영화의 포인트가 된다.
무엇보다 테러범과 협상을 벌이면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테러의 위기 속에서 테러를 중계하며 명성을 회복하려는 윤영화의 냉정함과 이기적인 야심은 관객들의 미움을 사지만 테러공격에 대한 그의 대응방식과 더불어 점점 그의 진정한 내면이 드러나면서 관객들은 윤영화와 일치되어 숨막히는 긴장감속에 그의 심리적, 육체적인 위기를 절감하게 한다.
그런 만큼 라디오 스튜디오이면서 방송국 임시 스튜디오로 변모한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 영화의 외부상황은 스튜디오 안에 있는 모니터들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보여지는데 모니터를 지켜보는 윤영화의 다채로운 표정과 감정변화가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키는 동시에 공감대를 형성한다.
또한 오프닝에서 부자들에게 감면혜택을 주는 법안을 가지고 청취자들의 의견을 전화로 받는 '윤영화의 데일리 토픽'의 방송내용이나 막노동을 하다 억울하게 죽은 서민을 업신여기는 권력을 가진 자들에 대한 테러범의 분노, 그리고 시청률 경쟁으로 얼룩진 방송국과 공권력에 대한 불신을 국회와 방송사가 모여 있는 여의도를 배경으로 현실적인 이야기로 각인시킨 것도 이 영화의 극적 재미를 배가 시킨다.
윤영화가 단독으로 극을 이끌어 가는 이 영화에서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보도국장 역의 이경영과 정부가 보낸 테러 전문가 역의 전혜진은 윤영화의 감정변화를 일으키는 자극제로서 존재감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또한 1차 마포대교 폭파에서 점점 확대되는 2차, 3차에 대한 폭파 위협은 플롯의 비밀을 조금씩 보여주는 이 영화의 긴박감을 극대화 시키고 봇물처럼 터지는 후반부의 고층건물 폭파 장면은 방송국 건물을 덮치는 인상적인 장면으로 각인되면서 통쾌감마저 느끼게 한다.
그런 만큼 물질 만능주의에 물든 사회의 모순과 정치 풍자, 그리고 언론에 대한 비판을 보여주는 이 영화의 결말은 테러범을 잡고 영웅이 되는 할리우드식 통쾌한 해피 엔딩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정치계와 언론계의 현실을 냉혹하게 비판하는 작가주의 영화로 본다면 비현실적인 설정과 개연성이 부족한 허점이 드러난다.
하지만 가벼운 킬링타임용 오락영화가 아닌 불공정한 사회조직에 대한 메시지로 관객들의 공감을 유도하면서 극적 긴장감을 최고조로 밀어붙이는 이 영화는 성공적인 대중영화로 놓치기 아까운 두근두근 시네마이다. 상업적 오락영화의 결말과는 상이한 이 영화의 결말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슴 먹먹한 감동과 여운을 남겨준다.
2007년, 알 수 없는 곳에 감금된 채 신장을 강탈당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저예산 독립영화인 '리튼'으로 독특하면서 창의적인 스릴러의 진면목을 보여준 김병우 감독은 총 제작비 60억원이 투입된 이 영화로 손익분기점인 관객수 180만명을 넘기고 19일만에 500만 관객을 넘어서 스릴러영화의 일인자로 등극했다.
'인질이 죽어야 테러가 끝난다'라는 이 영화의 광고 카피는 테러범의 입장일까? 아니면 권력자와 경찰의 입장일까?
[영화 '더 테러 라이브' 스틸컷.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고인배 영화평론가 paulgo@paran.com>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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