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잠실학생체 김진성 기자] 이건 농구가 아니었다. 드라마였다.
프로-아마최강전의 묘미. 단연 프로와 아마가 팽팽한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프로-프로, 대학-대학의 맞대결은 밋밋하다. 그건 프로농구와 대학리그에서 봐도 된다. 이 대회가 생긴 취지. 프로와 아마가 후회 없는 한판승부를 해보자는 의도에서였다. 과거 1990년대 중반 농구대잔치를 생각해보자. 고려대와 연세대의 맞대결이 아니었다면 하이라이트 필름은 모두 기아자동차-연세대 혹은 고려대 삼성전자-연세대 혹은 고려대였다.
1990년대 중반, 연세대와 고려대의 전력은 매우 높았다. 실업 최강과 정면충돌을 해도 밀리지 않았다. 20여년이 흘렀다. 올 시즌 대학 양강인 경희대와 고려대는 이번 대회 16강전과 8강전서 프로 중위권 정도의 팀들을 가볍게 누르고 파죽지세로 준결승전까지 갔다. 비록 프로팀들이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이고 대학 팀들은 포스트시즌을 앞둔 상황이라 경기에 임하는 컨디션과 실전감각에선 차이가 난다. 하지만, 그런 걸 감안하더라도 경희대와 고려대의 수준은 매우 높다. 20년 전 연세대와 고려대를 보는 것 같다.
20일 잠실학생체육관. 울산 모비스와 경희대가 8강전서 만났다. 미리보는 결승전이었다. 8강전서 만난 게 아쉬울 정도였다. 이번 대회 최고 빅 하이라이트. 프로농구 디펜딩챔피언과 대학 최강에 빛나는 경희대의 맞대결. 예상대로 뚜껑을 여니 매우 흥미로웠다. 김종규와 김민구. 두 국가대표 가드와 센터를 배출한 경희대는 프로최강 모비스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아니, 근소한 우세였다.
양팀은 경기 초반 주전들을 내세우지 않았다. 탐색전을 벌였다. 점수 차가 5~10점에서 오갔다. 경희대가 졸업반 3인방 김민구, 김종규, 두경민을 앞세워 공격을 하자 모비스는 문태영과 양동근을 내세워 맞붙을 놓았다. 두경민이 양동근을 상대로 전광석화 같은 드리블로 모비스 특유의 강력한 지역방어 깨기에 나섰다. 김종규와 배수용이 특유의 운동능력을 앞세워 함지훈과 문태영을 상대로 힘으로 골밑에 밀고들어간 뒤 득점을 해냈다.
경희대는 확실히 플레이가 투박했다. 하지만, 정직했다. 힘과 운동능력을 활용해 형님들을 요리했다. 김종규와 배수용이 모비스의 공격을 블록슛으로 저지하는 장면, 김종규가 특유의 탄력을 앞세워 골밑 득점에 성공하는 장면 등은 농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였다. 김민구, 두경민의 스피드도 양동근을 압도했다. 특유의 빠른 패스게임에 이은 시원스러운 외곽슛. 이건 농구가 아니라 한편의 명작 드라마였다.
모비스도 쉽게 물러서진 않았다. 아우들이 힘과 젊은 혈기를 들고 나왔다면, 모비스는 특유의 노련미로 아우들을 살살 꼬셨다. 문태영은 지능적인 플레이로 점수를 만들어냈다. 양동근과 함지훈도 묵묵히 지원사격을 했다. 모비스는 골밑에선 확실히 밀렸다. 하지만, 철저하게 기본을 지키는 플레이로 추격했다.
결국 승부는 4쿼터 막판까지 알 수 없었다. 2~3점 내외에서 승부가 오갔다. 결국 노련미의 형님이 앞섰다. 투박한 아우들은 경기 막판 서둘렀다. 김민구와 김종규의 결정적인 공격이 빗나갔다. 모비스는 문태영, 함지훈이 착실하게 점수를 만들었다. 승부는 그걸로 끝났다. 모비스의 승리.
하지만, 후회없는 한판이었다. 경희대는 경기 끝까지 대학의 패기를 선보였다. 자신들이 선보일 수 있는 농구의 전부를 쏟아부었다. 모비스는 그런 아우들의 패기에 고전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 승부를 뒤집는 노련미가 있었다. 경기 막판 앞선에서의 수비 강화가 성공했다. 결국 모비스의 신승. 경기결과를 떠나서, 프로최강과 대학최강의 정면 충돌. 농구 팬들은 20년 전 농구대잔치 향수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이게 프로-아마최강전의 묘미였다. 이건 농구가 아니라 한편의 감동드라마였다.
[모비스-경희대 경기장면. 사진 = 잠실학생체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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