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별거 없어.”
한화 김응용 감독은 덕아웃에 나올 때 검정색 가방을 꼭 갖고 나온다. 그냥 갖고 나오는 게 아니라 신주단지 모시듯 두 손으로 꼭 안고 나타난다. 그 모습이 은근히 귀여운 구석이 있다. 김 감독은 25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별거 없어. 3000원짜리야. 아무렇게나 막 던지도 다녀도 절대로 아무도 안 가져가”라고 껄껄 웃었다.
김 감독은 “가방에 뭐가 들어있나요?”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했다. “각종 기록지, 전적, 월간지, 부록 뭐 이 정도지”라고 했다. 다른 감독과 별 다른 건 없었다. 각종 데이터는 경기를 운영하고 구상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이다. 모든 감독이 참고한다. 그런데 정작 눈에 띄는 건 책이었다. 야구에 관련된 책은 아니었다.
김 감독은 “야구를 자꾸 지는데 계속 생각이 나서 잠시나마 야구 잊으려고 책 읽는거야”라고 웃었다. 이어 김 감독은 “원래 우린 한 번 이기면 2~3번 지는데 어젠 이기더라고?”라며 기자들을 웃음 바구니로 몰아넣었다. 모처럼만의 2연승. 김 감독은 “어제 이겨서 오늘은 기분이 좋네”라며 활짝 웃었다. 스트레스 받을 때 보는 그 책들도 어젠 굳이 읽을 필요가 없었을 것 같다.
김 감독은 한바탕 웃음이 지나간 뒤 진실(?)을 얘기했다. “나 되게 영리했어. 예전엔 이런 뻔한 기록지를 안 봐도 돼. 그런데 요즘은 꼭 봐야 돼”라고 했다. 전력분석팀에서 주는 데이터와 각종 자료들을 굳이 보지 않고도 머리 속에 정리가 됐던 예전 시절. 그러나 김 감독은 아무래도 고령이라 예전보다 기억력이 좋지는 않은 듯하다. 김 감독은 기록지 정리를 꽤 깔끔하게 해서 갖고 다녔다.
김 감독이 검정색 가방을 즐겁게 갖고 다니려면. 한화가 계속 이기면 된다. 한화는 25일 잠실 두산전서 3연승에 도전한다. 한화는 이날 대나 이브랜드가 선발투수로 등판한다.
[김응용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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