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매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각 팀들은 투수 뽑기에 주력한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KT 위즈가 우선 지명한 심재민과 유희운을 비롯해 각 팀을 대표하는 신인들 가운데서는 야수보다 투수가 월등히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을 거스르는 팀이 있었다. 바로 LG 트윈스다. 2년 전 드래프트에서 포수 조윤준을 1라운드 지명했던 LG는 지난해 1라운드에서는 대형 내야수 재목인 강승호를 선발했다. 1차 지명이 부활한 올해엔 제주고 출신 좌완 임지섭을 점찍었지만, 2차 지명에서는 1라운드에 성남고의 외야수 배병옥을 가져가는 등 10명 중 투수를 단 3명만 데려왔다.
올해 마운드가 힘을 내며 팀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고 있는 LG는 이번 지명으로 야수들을 대거 보강했다. LG 육성팀 정성주 차장은 "현재 1군 투수진에 여유가 있고 퓨처스에도 잠재력 있는 투수들이 많다. 미래에 대비해서 야수를 뽑았다"고 다수의 야수를 선발한 배경을 밝혔다.
이번 드래프트를 포함해 LG가 지난 3년간 뽑아온 상위 지명자들을 살펴보면 타자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조윤준은 포수로서의 기량이 무르익지는 않았지만 아마추어 시절부터 공격형 포수로서의 자질이 엿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군복무를 면제받았다는 것은 유망주 조윤준이 가진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강승호 역시 중장거리 타자로서 내야에서 힘을 불어넣어 줄 선수다.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고 있지는 않지만, 고졸인 만큼 1군 진입을 위해 준비할 시간은 많다. 애초에 즉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보다 잠재력으로 인정을 받았던 강승호이기에 급할 것은 없다.
배병옥 역시 마찬가지다. 배병옥은 빠른 주력을 지닌 중견수로, 넓은 수비 범위와 강한 어깨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공격에서도 자신의 롤 모델인 맷 켐프(LA 다저스)와 같은 호타준족의 면모를 보이겠다는 의욕이 두드러진다. 정성주 차장은 "세기가 조금 떨어지는 면이 있지만, 보완한다면 1군 주전감이다"라며 배병옥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샀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센터 라인에 속하는 선수들이라는 점이다. 야구에서 센터 라인의 중요성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크다. 강한 센터 라인이 없이는 우승할 수 없다. FA나 트레이드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도 있겠지만, 강한 전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센터 라인에 포진할 젊은 선수를 육성해 장기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팀에 도움이 된다.
대표적인 것이 1990년대 후반의 뉴욕 양키스다. 양키스는 1996 시즌 월드시리즈를 제패하며 1978년 이후 처음으로 왕좌에 올랐다. 1997년에는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월드시리즈 3연패에 성공하며 20세기 메이저리그의 마지막 왕조를 이뤘다.
이때 양키스의 센터 라인을 지키던 선수들은 모두 양키스 팜에서 나온 유망주들이었다. 포수 호르헤 포사다, 유격수 데릭 지터, 중견수 버니 윌리엄스는 당시 양키스의 핵심 멤버였다. 개개인의 능력만 봐도 뛰어났지만, 팀을 이뤘을 때 나오는 이들의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컸다. 양키스는 나머지 포지션은 외부 영입 선수들로 채우기도 했지만, 센터 라인만은 순혈주의를 지켰다.
조윤준과 강승호, 배병옥은 센터 라인에 들어갈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기대대로 잘 성장한다면 LG의 주축이 될 선수들이다. LG는 오지환을 주전으로 키워내며 10년 이상을 책임질 수 있는 센터라인의 축을 세웠다. 이들이 저마다 자신의 포지션에서 주전으로 당당히 살아남는다면, 2002년 이후 첫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LG도 강팀으로 장기집권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배병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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