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여자대표팀 이원화가 힌트다.
한국남녀농구는 2014년이 굉장히 중요하다. 남자대표팀이 이달 초에 끝난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서 3위를 차지했다. 내년 스페인 남자농구월드컵 티켓을 땄다. 한국 남자농구는 16년만에 세계대회에 복귀한다. 내년엔 여자농구도 터키에서 월드컵이 열린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여자대표팀은 29일 진천선수촌에 입촌한다. 여자대표팀은 10월 27일부터 11월 3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서 3위 안에 입상하면 내년 월드컵 티켓을 획득한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월드컵 기간과 인천 아시안게임 기간이 붙어있고 겹쳤다. 2014 FIBA 스페인 남자농구 월드컵은 내년 8월 30일부터 9월 14일까지 열린다. 아시안게임은 내년 9월 19일부터 시작된다. 농구 일정은 하루 이틀 일찍 시작할 수도 있다. 심지어 2014 FIBA 터키 여자농구 월드컵은 내년 9월 27일부터 10월 5일까지 열린다. 10월 4일까지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과 완벽하게 겹친다. 물론 위성우호가 아직 티켓을 따지 못했지만, 전력상 아시아에서 3위 안에 들 가능성은 매우 크다. 참고로 남녀농구 월드컵은 예선 1라운드만 통과하면 최종 순위결정전을 치러야하기 때문에 대회 끝까지 경기를 치러야 한다.
▲ 월드컵-아시안게임, 둘 다 허투루 대할 수 없다
한국은 내년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허투루 대할 수 없다. 남자대표팀은 16년만의 세계대회 복귀다. 성적은 어차피 하위권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세계대회에 참가해봐야 한국남자농구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분명하게 찾을 수 있다. 남자농구가 프로농구 출범 이후 오히려 퇴보한 건 세계대회를 경험하지 못하면서 우물 안 개구리가 됐기 때문이다. 여자농구는 꾸준히 세계선수권에 참가하면서 국제경쟁력을 유지해왔다.
아시안게임도 중요하다. 남자농구의 경우 병역혜택이 걸린 중요한 대회다. 남자농구의 전력상 올림픽 3위 입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젊은 선수들이 병역혜택을 받아 소속팀에서 꾸준히 뛰기 위해선 아시안게임 우승이 절실하다. 2002년 부산대회 우승 이후 12년만에 홈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결코 우승을 포기할 수 없다. 여자농구 역시 1994년 히로시마대회 우승 이후 20년만에 금메달을 되찾을 수 있는 호기다. 홈에선 판정의 불이익을 걱정할 이유도 없다. 참고로 여자대표팀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서 이미선의 완벽한 스틸이 파울로 인정받아 홈팀 중국에 억울한 패배를 당했다.
문제는 남녀대표팀이 일정이 겹치는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모두 소화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자대표팀은 일정이 완전히 겹친다. 남자대표팀도 두 대회를 모두 치르기엔 체력적으로 무리가 있다. 자칫하다 가재도, 게도 모두 놓칠 수 있다. 프로아마최강전서 이미 확인했다. 국제대회 성적이 국내 농구흥행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내년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은 향후 몇 년간 남녀프로농구 흥행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프로배구에 조금씩 밀리는 인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내년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모두 납득이 되는 내용과 성적이 필요하다.
▲ 여자대표팀 이원화가 힌트다
여자대표팀은 지난 20일 대한농구협회 회의실에서 상견례를 가졌다. 말이 상견례지 사실상 선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진단서를 줄줄이 받는 자리다. 소속 팀에서 자신들의 선수가 부상을 당했을 경우 보호해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작은 부상도 큰 부상으로 부풀려 의도적으로 대표팀 분위기를 흐린 케이스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위성우호엔 크게 아픈 선수가 없다고 한다.
여자대표팀 주요 선수들은 지난 3~4개월 동안 소속팀에서 착실하게 몸을 만들었다. 예년과는 달리 휴식기간이 충분했다. 여자대표팀은 남자와는 달리 8월 초 존스컵엔 대표팀 1.5진이 나섰다. 남자의 경우 존스컵 이후 곧바로 아시아선수권이 진행됐기 때문에 존스컵서 전술을 가다듬어야 했다. 그러나 여자는 존스컵과 아시아선수권 사이에 갭이 길다. 굳이 대표팀 1진이 존스컵에 참가할 이유가 없었다. WKBL은 대한농구협회와 상의해 김영주 감독과 함께 젊은 선수들 위주의 대표팀을 구성했다.
유망주와 젊은 선수들 위주의 대표팀 1.5진은 존스컵 우승을 차지했다. 그 사이 대표팀 1진급 베테랑들은 소속팀에서 훈련과 휴식을 충분히 병행했다. 여자농구에 존스컵은 젊은 선수들의 국제무대 감각과 자신감을 길러준 좋은 계기가 됐다. 자연스럽게 여자농구의 국제경쟁력 강화, 대표팀 핵심 멤버들의 효율적인 몸 관리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따지고 보면 여자농구가 존스컵서 자연스럽게 대표팀 상비군 시스템을 시험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대한농구협회-KBL-WKBL, 의사소통과 교통정리가 절실하다
내년 남녀농구 대표팀 운영도 이런 지혜가 필요하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중 어느 대회를 우선순위로 택할 것인지 방향을 분명히 잡아야 한다. 특히 병역혜택이 걸린데다 오랜만에 세계대회에 참가하는 남자농구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대회시기가 겹치는 여자농구의 선택도 궁금하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선 대한농구협회와 KBL, WKBL의 긴밀한 협조가 절실하다. 대한농구협회는 KBL과 국가대표협의회를 구성했으나 유명무실해진지 오래다. 심지어 여자농구는 그런 최소한의 장치조차 없다. 그동안 한국농구의 대표팀 운영은 원칙 없이 특정인의 입김에 휘둘렸다. 내년엔 이런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올해 여자대표팀 케이스처럼 지혜로운 선택이 필요하다. 대회의 중요도를 설정해 대표팀 이원화 방안, 선수구성, 감독선임 모두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남자농구는 10월 12일, 여자농구는 11월 10일 2013-2014 정규시즌이 개막한다. 프로리그가 끝나는 내년 3~4월에 고민을 시작하기엔 이 문제는 너무나도 심각한 사안이다. 대한농구협회와 KBL, 대한농구협회와 WKBL의 활발한 의사소통과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대한농구협회 방열 회장, KBL 한선교 총재, WKBL 최경환 총재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여자농구 존스컵 대표팀(위), 남자농구대표팀(가운데, 아래). 사진 = WKBL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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