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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지영 기자] 사공이 많으면 배는 산으로 간다. 방송 전부터 사공 많던 KBS 2TV '마마도'도 결국 산으로 갔다.
'마마도'는 중견 여배우 4명이 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이라는 설정이 알려지자마자 논란의 중심에 섰다. 평균 76세 중견 배우들의 유럽 여행기를 그린 케이블채널 tvN '꽃보다 할배'(이하 '꽃할배')가 연일 화제를 이루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애당초 콘셉트만 따졌을 때 '마마도'는 '베끼기' 논란을 피하기 어려웠다.
결국 '마마도' 제작진은 "보다 내면에 집중하는 버라이어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꽃보다 할배'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는 기획의도를 내세우며 다른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렇게 말 많던 '마마도'는 28일 오후 첫 방송됐다. 이날 방송에서 '마마도' 마마들은 직접 '꽃할배'와의 논란을 언급했다. 김용림은 "왜 ('마마도'가 '꽃보다 할배'를) 따라간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따라갈 필요가 없다. 왜 미리들 그럴 것이라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우리대로 개성있게 가면 된다"라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그러나 아쉽게도 김용림의 의도는 첫 방송에서 드러나지 않았다. 다른 방송과 전혀 다른 '마마도'의 개성은 마마들의 거침없는 언변 이외에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잠자리 쟁탈을 위해 게임을 하는 것은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의 구성과 흡사했다. 결국 논란을 의식해 '꽃할배'와 다르게 가려던 편집은 오히려 특별한 내용 없이 마마들의 수다와 신경전만 그려진 채 끝이 났다.
특히 방송 전 논란을 증폭시켰던 이태곤의 몰래카메라는 부실하고 어설펐다. 이 몰래카메라는 방송 전 설정이 알려지자마자 '꽃보다 할배' 1회에서 보여줬던 이서진의 몰래카메라와 똑같은 것이 아니냐며 논란을 키우는데 일조했던 소재였다.
이날 몰래카메라는 이태곤의 어색한 연기와 이미 눈치챈 듯한 마마들의 반응, 목적지에 다다르기도 전에 들통 나버린 이태곤의 정체 등으로 긴장감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흐지부지하게 마무리 되면서 큰 웃음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결국 논란까지 가중시켰던 몰래카메라는 사람들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한 체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았다.
가장 큰 논란을 만든 '짐꾼이자 운전기사 이태곤'의 존재는 의아함을 자아냈다. 이태곤에 대한 제작진의 원래 의도가 방송에서처럼 마마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청일점의 역할이었다면 그 캐릭터를 더 살렸어야 했다. 반면 만약 진짜 짐꾼과 운전기사의 역할로 이태곤을 섭외했다면 국내에서 차를 타고 편안하게 여행하는 마마들에게 굳이 필요했을까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모든 것들을 신경쓰다 보니 '마마도'는 예능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를 놓쳤다. '마마도'의 첫 방송이 끝나고 남은 것은 마마들의 날 선 신경전과 거침없는 독설이었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이는 김영옥과 김수미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보편적인 이미지다. 새로운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에 몇 회가 방송되고 나면 이것 역시 식상하게 다가올 수 있다.
다행히 '마마도'에는 방송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효춘과 김용림이 있다. 과감한 발언으로 유명했던 이순재가 '꽃할배' 이후 얻은 '직진순재'라는 별명을 생각해 보자. 누가 70대의 이순재가 그토록 건강한 몸으로 앞으로만 진격하리라 생각했었겠는가. 예상치 못한 캐릭터, 대중이 생각하던 이미지를 캐릭터화 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생각지 못한 캐릭터를 발견하는 것, 이것이 신선함과 함께 호기심을 유발했다.
그렇기 때문에 '마마도'의 이효춘과 김용림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은 이들의 새로운 발견이 '마마도'의 성공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방송의 후폭풍이 두려운 젊은 배우들과 달리 그런 부수적인 것을 신경 쓰지 않는 마마들의 진솔함도 '마마도'가 가진 매력이다.
다만 산으로 가버린 '마마도'의 1회의 원인은 "'꽃할배'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는 제작진의 확언이 오히려 제작진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마마도'. 사진 = KBS 2TV '마마도' 방송화면 캡처]
이지영 기자 jyou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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