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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건 분명 예상 밖이다.
리듬체조 세계선수권대회를 생중계한 SBS 중계진은 “세계선수권은 다른 대회보다 긴장감이 큽니다. 세계적인 선수들도 실수를 합니다”라고 했다. 실제 그랬다. 세계 톱랭커들도 몇 차례 수구를 놓치자 점수가 대폭 깎였다. 치열한 경합 속에서 순위는 6~7위권으로 떨어졌다. 한 순간의 집중력이 메달 색깔을 뒤바꾼다.
손연재에게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는 두고두고 아쉬운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올 시즌 월드컵 시리즈 5연속 종목별 결선 메달을 따냈던 손연재.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의 수확도 결국 이번 세계선수권을 위한 과정이었다. 손연재는 올 시즌 포커스를 당연히 세계선수권대회에 뒀다. 그러나 정작 세계선수권서 월드컵시리즈, 유니버시아드 때만큼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후프 17.550점-17.158점, 볼 17.400점-16.658점, 곤봉 17.300점-17.566점, 리본 16.108점. 종목별 예선과 결선서 단 한차례도 18점대를 받지 못했다. 18점대는 메달을 사실상 보장하는 커트라인. 특히 상트페테르부르크 월드컵서 18.066점이란 고득점으로 동메달을 따낸 리본에서 결선 진출조차 하지 못한 건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후프, 볼 7위, 곤봉 6위. 나쁜 성적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칭찬을 받긴 어려운 성적표다.
손연재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월드컵서 컨디션 점검을 마친 뒤 곧바로 우크라이나 키예프로 넘어왔다. 현지적응훈련에 나섰지만, 여기서 컨디션이 다운됐을 가능성이 있다. 손연재는 이번 대회서 어딘가 모르게 동작이 작았고, 잔실수가 많았다. 하루에 최대 3~4차례 실시하는 연기는 분명 체력적으로 부담스럽다. 체중조절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
그러나 손연재는 이미 월드컵시리즈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세계선수권을 대비해왔다. 리듬체조 전문가들은 손연재의 체력이 많이 향상됐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이런 어려움은 다른 세계적 톱랭커들도 똑같이 안고 있다. 결국 집중력과 실수 한 차례를 더 하느냐, 덜 하느냐의 싸움인데, 이건 시즌 초반부터 손연재 스스로 강조했던 부분이다. 하루 아침에 개선되긴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다.
종목별 메달을 석권한 러시아 원투펀치 마르가티나 마문, 예나 쿠드랍체바는 역시 클래스가 달랐다. 우크라이나 원투펀치 안나 리자트디노바, 알리나 막시멘코도 이름값을 해냈다. 이들은 다른 선수들과 똑 같은 조건 속에서 신들릴 정도로 연기의 디테일과 집중력이 살아있었다. 이들과 손연재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의 차이는 미세했지만, 분명히 존재했다. 현실적으로 지난 이틀간 보여준 손연재의 컨디션을 감안하면 30일 밤 진행되는 개인종합 결선 전망도 밝다고 볼 순 없다. 더구나 손연재는 월드컵시리즈서도 개인종합 메달은 따내지 못했었다.
손연재에게 정말 세계선수권이란 높은 장벽일까. 혹시 너무나도 큰 부담을 안은 것일까. 지난해 런던올림픽 5위 당시 철저한 도전자 입장이었던 손연재는 이젠 위치가 좀 다르다. 여전히 세계정상에 도전하는 입장이지만, 확실히 다른 선수들의 경계를 받는 위치로 성장했다. 언론과 팬들에게도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다. 하지만, 이게 부진의 변명이 될 순 없다. 손연재 스스로 이겨내야 할 문제다.
한국인의 리듬체조 세계선수권 메달 도전. 역시 세상에 쉬운 건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손연재는 도전한다. 만약 이날 개인종합 결선서도 본인과 팬들을 만족시키는 성적을 내지 못하더라도 또 다음대회, 다음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손연재에겐 내년 세계선수권대회, 인천아시안게임, 나아가 2016년 리우올림픽이란 거사가 남아있다. 지난 이틀의 결과에 실망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예상보다 부진했던 지난 이틀을 되짚어봐야 한다. 악바리로 유명한 손연재. 좀 더 힘을 내야 한다.
[손연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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