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좀 불안하죠.”
삼성 류중일 감독. 평소 시원스러운 성격으로 유명한 그도 불펜에 대한 질문엔 순간적으로 머뭇거렸다. 그래도 류 감독은 30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좀 불안하다”라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가장 가까이서 불펜 투수들을 바라보는 류 감독은 지금 삼성 불펜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삼성은 31일 현재 팀 평균자책점 4.02로 리그 3위다. 류 감독 부임 후 가장 높은 수치. 권오준과 정현욱의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들어맞았다. 그보다 더 뼈 아픈 건 권혁, 심창민 등 갖고 있는 자원도 예상 외로 100% 힘을 발휘해주지 못했다는 점. 누가 보더라도 2013년 삼성 불펜은 최근 몇 년을 통틀어 가장 약하다. 삼성은 올해 리그 최강 불펜 타이틀을 LG에 넘겨줬다.
▲ 추격조가 약하다, 조금씩 새 얼굴이 나와야 한다
류 감독은 “필승조 앞에 나오는 투수들이 나올 때마다 얻어맞는다”라고 아쉬워했다. 안지만과 오승환 앞에 나오는 투수들을 의미하는데, 선발투수가 길게 끌어주지 않는 한 이런 역할을 해주는 투수는 반드시 필요하다. 또 1~2점 뒤진 상황에선 반드시 제 몫을 해줘야 한다. 일명 ‘추격조’로 불리는데, 이들이 경기 중반에 무너질 경우 그대로 맥없이 경기가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삼성에서 올 시즌 이런 역할을 했던 투수들은 백정현, 박근홍, 이동걸, 김희걸 등이 꼽힌다. 단 1명도 류 감독을 흡족하게 한 선수는 없었다. 류 감독은 “추격조에서 실점이 늘어나면서 방어율이 높아졌다. 크게 지는 경기도 늘어났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삼성은 최근 추격이 쉽지 않을 정도로 경기 초, 중반 승기를 넘겨준 케이스가 많았다.
류 감독에게 미소를 안겨주는 투수도 있긴 하다. 주인공은 김현우. 류 감독은 “유일하게 요즘 실점 안하고 막아주는 투수”라고 했다. 김현우는 프로필상 187cm에 111kg의 건장한 체구를 자랑한다. 대졸 출신에 상무에서 군 복무까지 마쳤다. 지난 28일 대구 NC전서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게 류 감독의 마음에 든 모양이다. 당시 삼성 불펜은 안지만과 오승환마저 휘청거렸다. 류 감독은 “필승조에 서서히 젊은 투수들이 나와줘야 한다”라고 했다. 일단 김현우는 후보 중 1명.
▲ 몇 년산 필승조? 왜 헐거워질 수밖에 없나
현재 삼성의 필승조는 안지만과 오승환이다. 권혁과 심창민, 신용운은 그 앞에서 받쳐주는 역할. 더구나 권혁과 신용운은 부진과 체력적 난조로 최근 2군에 내려갔다. 내달 1일 확대엔트리 시행에 맞춰서 1군에 올라온다. 심창민은 시즌 초반 셋업맨으로 자리를 잡는 듯했으나 시즌 중반 어깨 부상 이후 위력이 약간 떨어졌다. 그나마 최근 3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최저점을 찍은 분위기.
이런 상황 속에서 안지만과 오승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안지만 역시 지난 시즌을 끝으로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아 올 시즌을 알차게 준비하진 못했다. 아무래도 예년에 비해선 위력이 떨어졌다. 얻어맞는 경기가 늘어났다. 지금 삼성은 안지만이 경기 중반 팽팽한 상황에서 실점하면 이길 확률이 뚝 떨어진다. 전체적으로 삼성 불펜의 힘 차제가 약해졌다.
류 감독은 “지금 몇 년째고?”라고 되물었다. 권혁, 안지만, 오승환은 전임 선동열 감독 시절이었던 2005~2006년부터 필승조 역할을 하고 있다. 7~8년이 흘렀다. 권혁의 경우 최근 1~2년새 구위가 뚝 떨어졌다. 안지만과 오승환도 어려운 상대이지만, 그렇다고 타자들이 기 죽고 타석에 들어서진 않는다. 류 감독은 “피로도 쌓였고, 구질도 노출됐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라고 했다.
▲ 얻어맞으면 진다, 실패할 때 해도 믿고 쓴다
류 감독은 왜 권혁과 신용운을 2군에 내렸을까. “권혁이 부진해서 2군으로 내려간 건 맞다. 하지만, 그만큼 본인에게 시간을 준 것이다”라고 했다. 최근 권혁은 확실히 내리막이다. 류 감독은 권혁이 자신의 심신을 다스리고 올라오길 바란다. 다시 말해서, 1군에서 쫓기듯 승부처서 등판 대기하는 것보다. 퓨처스리그에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자신을 돌아보길 바란다는 의미.
류 감독은 “권혁과 신용운을 9월 확대엔트리가 적용되면 1군에 올려 필승조로 쓸 것이다”라고 했다. 류 감독은 “막아주면 이기는 것이고, 얻어맞으면 지는 것이다”라고 했다. 류 감독은 어차피 이들이 필승조를 맡아줘야 한다고 본다. 그러니 신뢰를 주겠다는 것. 대신 류 감독은 1군에서 말소된 선수가 스스로 1군에 올라올 준비를 잘 해주길 바란다.
류 감독의 믿음 야구는 변함없다. “안지만이 무너졌지만, 경기 후반 위기 상황에서 삼진과 범타를 잡아줄 수 있는 투수”라는 말로 안지만에 대한 믿음을 과시했다. 실제 안지만은 30일 경기서 위기를 잘 막아내며 류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류 감독은 설령 이들이 무너지더라도 당장 기회를 박탈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류 감독도 삼성 불펜이 서서히 변화를 꾀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사실 역시 인지하고 있다. 제2의 심창민 찾기는 현재진행형이다.
[류중일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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