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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경민 기자] 래퍼 H유진이 1년 여만에 돌아왔다. 지난해 몸 담았던 소속사에서 나와 1인 기획사를 설립하고 홀로서기에 나섰던 H유진은 새 싱글로 오랜만에 근황을 전했다.
1년 전 H유진은 1인 기획사로 야심차게 새 출발을 알렸건만 지난해 9월 발매했던 ‘맨 온 파이어 파트1(Man on fire part1)’에 수록된 ‘파티 애니멀'(Party Animal)’, ‘스틸'(Still)’이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19금 판정을 받으면서 활동에 직격탄을 맞았다.
가사에 술을 권장하는 내용이 담겨있다는 이유로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 세칙’이 적용된 것이었다. 이미 만든 노래를 한 소절 때문에 다시 엎을 수도 없었고 이에 CD에 안무와 뮤직비디오까지 모두 제작된 상태였지만 결국 음악 방송 하나 나오지 못하고 일주일만에 활동을 접어야 했다.
H유진은 최근 여의도에서 가진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독립 후 처음 냈던 앨범이었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투자도 많이 하고 여러 모로 심혈을 기울였는데 많이 안타까웠다. 그 일을 토대로 1인 기획사를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고 더 신중하게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일로 그간 벌었던 돈들을 탕진하고 재정적으로 어려움도 겪었다. 이에 저작권료와 행사 등을 뛰며 수입을 벌었고 그렇게 다시 재기를 준비했다”고 털어놨다.
지난 앨범에서는 힙합의 화려하고 강한 면을 보여주기 위한 것에 급급했다면, 이번에는 ‘사랑’을 기반으로 조금 더 대중과 타협한 곡들로 엄선했다. H유진은 올 연말까지 총 3곡의 디지털 싱글을 출시해 다시금 재기를 노릴 생각이다.
이에 지난 29일 그 첫 번째로 신곡 ‘쓰레기’를 공개했다. 가수 숙희가 보컬 피처링을 맡은 서정적인 힙합곡이다. 제목으로만 봐선 강한 이미지이지만 쓰레기처럼 버려진 여자와 여자에게 못되게 대하고 떠난 남자가 후에 자신이 쓰레기였음을 깨닫는 대비되는 가사가 인상적인 노래다.
“가사를 쓰는데만 두 달 정도 걸렸다. 내 과거 경험담을 담은 곡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여자에게 다정다감한 스타일은 아니었다. 소위 나쁜남자였고 이를 깨달았던 게 불과 1년 전이다. 그간 오래 연애를 안하다보니 나를 더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되더라.”
이번 곡에 이어 오는 10월 두 번째 싱글과 연말께 3번째 싱글도 순차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최근 가장 핫한 작곡가팀 이단 옆차기와 작곡가 안영민, 에이트 주희와 럼블피쉬 최진이 등이 H유진을 든든하게 지원했다.
1인 기획사로 혼자 음원 출시에 심의, 매니지먼트에 홍보까지 모든 것을 해내야 하는 H유진은 분명 대형 기획사에 비해서는 불리한 부분이 많지만 최근 음악 시장의 분위기를 보며 희망을 얻는다고 했다. 실제 H유진의 ‘쓰레기’도 별다른 홍보 없이 현재 주요 음원차트 상위권에 고루 랭크돼 있다.
“요즘은 리스너들이 실력있는 뮤지션을 알아보고 먼저 찾아주는 시장이 되고 있는 것 같아 정말 기쁘다. 음악 방송에 굳이 출연하지 않아도 방송 활동 및 흔히 하는 홍보 전략을 세우지 않아도 음악만 좋다면 먼저 알아봐주는 느낌이다. 이에 저도 라디오나 SNS 등을 통한 홍보 정도만 하고 있지만 너무 불안하지는 않다. 독립한 지 겨우 1년 남짓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좋은 음악으로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다가서고 싶다.”
특히 힙합의 인지도가 언더에서 오버로 과거에 비해 많이 올라가고 대중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오고 있는 것도 같은 업계 종사자로서 반가운 일이었다.
“굉장히 많은 힙합 음악이 온라인 음원차트에서 상승세에 있고 이제는 대중들이 래퍼들의 이름도 외우고 메이저 시장에서 힙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 큰 성공을 이룬 분들도 있고 개척자도 있는데 저 또한 제 색깔의 랩과 음악을 대중적으로 많이 알리고 싶단 욕심이 더 생기더라.”
H유진은 스스럼없이 자신에 대해 “철저히 대중만을 고려해서 음악을 만드는 래퍼”라고 정의했다. 그는 “그 타이틀이 전 나쁘지 않다. 음악만 좋다면 사랑해 주지 않을까 믿는다. 제 색깔은 분명 조금 더 대중적이다. 그동안에도 여성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많이 해왔던 것 같고 그걸 놓고 싶진 않다. 저의 음악 색으로 가되 앞으로 조금 더 세련되고 발전된 음악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같은 래퍼로서 최근 다이나믹 듀오와 슈프림팀 이센스와 사이먼디, 스윙스 등 동료 래퍼간 불거진 디스전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자신의 생각을 직설적으로 내뱉을 수 있는 것은 바로 래퍼만이 할 수 있는 장르이고 이를 래퍼답게 디스전으로 표현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디스전은 속도에 대한 압박이 있어 굉장한 실력이 있지 않으면 힘든데 워낙 저보다 랩을 잘하는 분들이라 각 자 수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가 더 잘했다고 하기 힘들 정도로 다들 잘하시더라.
단,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때는 좋지만 서로를 디스하는 것이 마치 유행처럼 되거나 그 본질이 흐려질 수도 있다는 것은 주의를 해야될 것 같다.”
[H유진, 사진 = 본인 제공]
고경민 기자 gogin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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