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종합
미야자키 감독, 몇년전부터 후계 양성 등 은퇴 대비해와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은퇴한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호시노 고지(星野康二) 사장은 1일, '제70회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바람불다'를 마지막으로 미야자키 감독이 은퇴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언론들은 별다른 근거없이 최근 잇따른 정치 발언에 대한 부담이 은퇴요인이 아니냐고 '추측'했지만, 실상 미야자키 하야오는 오래전부터 은퇴를 대비해 후계 양성에 돌입했었다.
그 속에서 나온 작품이 바로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의 '마루 밑 아리에티'(2010년)와 미야자키 고로 감독의 '고쿠리코 언덕에서'(2011년)이었다. 이들 작품은, 일부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미야자키 없는 지브리의 한계'라며 혹평을 들어야 했다.
또한 지브리의 '마이더스의 손'이라 불리는 스즈키 도시오(鈴木敏夫) 프로듀서는 얼마전 미야자키 감독의 최신작 '바람불다'에 대해 '미야자키의 유언'이라고 밝혀 화제를 낳았다. 그의 말은, 미야자키 감독의 은퇴를 충분히 암시하고 있었다.
이처럼, 미야자키 감독의 은퇴 선언은 그의 정치적 발언과는 무관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물론,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을 더 보고 싶어하는 팬들 입장에서는 그의 은퇴 소식은 충격적으로 들렸을 것이 분명하다.
미야자키 감독의 애니메이션 인생은 50년전부터 시작됐다. 1963년, 애니메이션 제작회사 '토에이 도가'(東映動画)에 입사한 뒤 곧 두각을 나타냈고, 다카하타 이사오(高畑勲) 등과 함께 '태양의 왕자 호루스의 대모험'(1968년) 등의 애니메이션 작품에 참여했다. 그 뒤 몇몇 제작회사를 거쳐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1974년), '미래소년 코난'(1978년)등의 작품에 참여했고,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1979년)을 통해 처음으로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감독을 맡았다.
이후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1984년)에서 애니메이션 작가로 이름을 널리 알렸고, 1985년에는 스튜디오 지브리를 설립했다. 그는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 '천공의 성 라퓨타'(1986년), '이웃집 토토로'(1988년), '원령공주'(1997년) 등 수많은 히트작품을 만들어냈고, 대표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상과 베를린 국제영화제 최고상인 금곰상 등 수많은 상을 거머쥐었다. 흥행수입에서도 일본 역대 최고인 304억 엔을 기록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벼랑 위의 포뇨'(2008년)의 감독을 맡은 이후 한동안 새로운 작품을 내지 않다가, 5년이 지난 2013년에야 '바람불다'라는 작품으로 팬들의 곁에 돌아왔다.
이 작품은 실재한 전투기 설계자 호리코시 지로(堀越二郎)의 반생을 그리고 있다.
개봉 6주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일본 관객동원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37일간 누계는 총 640여 만 명, 흥행수입 80억 엔을 돌파했다. 이 영화를 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처음으로 자신의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좌익성향을 지니면서도 밀리터리 매니아였던 미야자키 감독이 그간 그리고 싶었지만, 자신의 이념적인 신조때문에 그리지 못했던 소재를 은퇴 전에 한번이라도 그려내고자 해서 만들어진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다.
▶ 참고 기사: 누가 미야자키 하야오를 우익이라 했는가
'바람불다'는 주인공 호리코시 지로가, 태평양 전쟁 때 전장에서 맹활약한 일본 전투기 '제로센'을 만들어내기까기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옛 일제 식민지 시절을 기억하는 한국민들로서는 이 영화의 소재와 내용이 그다지 반갑지 않다. 그나마 전쟁신이 없고, 작품의 초점이 호리코시 지로라는 한 청년의 꿈과 사랑에 맞춰져 있어 한국에서 개봉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이 작품이 야기할 논란을 예상했던 듯, 일본 개봉 직전, 미야자키 감독은 지브리가 발행하는 월간 소책자 '열풍' 7월호를 통해 아베 정권의 역사인식과 평화헌법 개헌 움직임을 비판했다. 또한, 이례적으로 한국 언론을 따로 모아 기자회견을 열기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신의 역사인식이나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그는 여러 언론을 통해 자신이 결코 이번 작품을 통해 옛 군국주의의 향수를 느끼고자 하려는 게 아니며, 자신이 전쟁과 군국주의에 매우 비판적임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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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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