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역사가 말한다. 정규시즌 3연패의 어려움을.
정규시즌이 단일리그 체제로 전환된 1989년부터 지난해까지 정규시즌 2연패를 차지한 팀은 많았다. 1996년~1997년 해태를 시작으로 2001년~2002년 삼성, 2003년~2004년 현대, 2005년~2006년 삼성, 2007년~2008년 SK, 2011년~2012년 삼성까지. 특히 삼성은 21세기 들어 무려 세 차례나 정규시즌 2연패를 차지했다.
프로야구 역사상 정규시즌 3연패를 달성한 팀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전, 후기 리그로 분리됐던 프로 초창기 시절에도 통합 승률 1위를 3연속 달성한 팀은 없었다. 1986년~1989년 해태가 한국시리즈 4연패를 달성했으나 이 기간 정규시즌 승률이 가장 높았던 시즌은 1988년뿐이었다. 전기 혹은 후기리그 중 한번만 우승하면 최소 한국시리즈 진출이 보장되니 무리할 이유가 없었지만, 2년 넘게 도전자들을 뿌리치고 정규시즌 정상을 수성하기가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21세기 최강자 삼성 역시 마찬가지다.
▲ 디펜딩 챔피언들의 피할 수 없는 전력약화
프로스포츠의 디펜딩 챔피언. 다음 시즌에 필연적으로 우승 후유증을 앓는다. 남들보다 늦게 시즌을 마치면서 많은 힘을 쏟아 부었다. 피로가 누적되고, 일부는 부상에 시달리기도 한다. 다음 시즌 준비에 악영향을 미친다. 다른 팀보다 내부 정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목표의식의 결여를 꼽기도 한다. 객관적인 전력 자체가 떨어지게 돼 있다. 두 시즌까진 정상을 유지해도, 세 시즌 연속 전력을 유지하기가 참 어렵다는 것. 프로야구 역사가 말해준다.
1998년 FA 제도가 생기면서 전력 약화가 가속화되기도 했다. 2002년 정규시즌 2연패에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달성한 삼성은 2003년 이후 마해영, 이승엽이 연이어 빠져나갔다. 2004년 통합 2연패에 성공한 현대는 심정수와 박진만을 삼성에 내준 뒤 휘청거렸다. 2006년 통합 2연패를 달성한 삼성은 주전들의 피로와 노쇠화가 극에 달해 전력이 떨어졌다. 올 시즌 삼성도 마찬가지다. 정현욱과 권오준의 공백이 확실히 느껴진다. 좀 다른 케이스이지만, 1997년 통합 2연패에 성공한 해태도 이후 모기업 재정악화로 선동열, 이종범을 주니치에 넘긴 공백을 느끼며 정상권에서 멀어졌다.
▲ 경쟁자들의 급부상, 영원한 지배자는 없다
화무십일홍이요, 권불십년이란 말이 있다. 열흘 붉은 꽃도, 영원한 권력도 없다. 피도 눈물도 없는 프로야구는 더 하다. 경쟁자들이 가만히 놓아두질 않는다. 9개구단의 궁극적 목표는 우승. 우승을 위해선 외부영입, 내부 육성 모두 철저하게 진행한다. 2013년 강자로 급부상한 LG. FA 이진영과 정성훈을 붙잡은 게 컸다는 평가다. 분명 내리막이지만, 정현욱의 영입 역시 성공적이었다. LG는 FA 제도 초창기 시절 실패를 거듭했으나 올 시즌 꽃망울을 피웠다. 투자가 결실을 본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다. 비록 반짝 우승이었지만, 2009년 KIA도 김상현 영입이 결국 SK의 3연패를 저지한 원동력이었다. SK 역시 2007년 주전들의 노쇠화로 주춤한 삼성과는 달리 김성근 감독 부임 직후 혹독한 훈련으로 2008년까지 2연패에 성공했다. 심정수와 박진만 영입이 결국 현대를 주저앉히고 우승으로 연결된 2005년 삼성 케이스는 두 말할 것도 없다. 현대 역시 2003년 삼성의 정규시즌 3연패를 저지하고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현대는 1998년 해태의 3연패 도전을 좌절시킨 팀이기도 했다. 3연패를 저지하고 새로운 강자로 올라선 팀들의 공통점은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과감한 전력보강과 내부 육성 및 경쟁 체제도 돋보였다.
▲ 2013년 삼성의 운명은
2013년 삼성.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를 목표로 내걸었다. 사실 전력이 약화된 것치고 7월까지 잘 풀렸다. 경쟁자들이 서로 물고 물리면서 삼성을 도와줬다. 삼성 역시 좋은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주면서 넥센과 LG를 따돌리고 1위를 지켰다. 그러나 멀리 달아나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8월 이후 급격히 흔들린다. 7월까지 보여줬던 위용은 온데간데 없다.
삼성은 지난해에도 4~5월 급격히 흔들렸다. 5할 승률을 5월 말에서야 처음으로 찍었다. 그 당시의 위기가 올해는 시즌 막판 찾아왔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삼성의 최근 부진을 두고 근본적인 전력 누수를 지적하기도 한다. 시즌 중반까지 잘 버티다 흐름이 꺾이자 회복을 쉽게 하지 못할 정도로 힘이 떨어졌다. 마운드가 예전만 못하다. 투수들이 최강으로 군림하던 시절에 육체적, 정신적인 에너지 소모가 컸다. 그 사이 대체자들 육성은 더딜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LG와 넥센의 약진은 지난 수년간 실패를 딛고 거둬낸 결실이다. 삼성은 이젠 LG에 1경기 뒤처진데다 두산과 넥센의 맹추격을 받는 신세다. 현 상황에선 정규시즌 4위권 추락도 가능하다. 선두 공략 역시 얼마든지 가능하다. 만약 삼성이 올 시즌 어려운 상황을 딛고 LG를 끌어내린 뒤 두산과 넥센의 추격마저 뿌리치고 정규시즌 우승에 성공한다면. 훗날 역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시즌으로 기억될 것이다.
[2012년 통합 2연패를 달성한 삼성(위). 2008년 통합 2연패를 달성한 SK(가운데). 2006년 통합 2연패를 달성한 삼성(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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