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목동 김진성 기자] “차포 떼고 한번 해보지 뭐.”
삼성 류중일 감독은 10일 우천취소된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진갑용을 1군에서 뺐다. 무릎이 아프다”라고 했다. 이미 부상으로 1군에서 제외된 채태인, 조동찬에 이어 세 번째 주전 부상자다. 진갑용은 올 시즌 이지영과 출전을 양분했는데, 시즌 막판 선두다툼이 치열해지자 마스크를 쓰는 빈도가 늘어나며 사실상 주전 노릇을 하고 있었다. 삼성으로선 또 하나의 비보인 셈.
그러나 류 감독은 소위 말해 ‘앓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했다. “차포 떼고 해보겠다”라고 했다. 류 감독의 평소 스타일이 그렇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당당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정면 돌파한다. 그런데 이후 곧바로 허를 찔렸다. 취재진에서 “그럼 차는 누구이고 포는 누구인가요?”라는 질문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장기판으로 비유를 해달라는 것.
류 감독은 박장대소했다. 생각하지도 못한 질문에 바로 답을 하지 못했으나 걸작을 내놓았다. 류 감독은 “아무래도 채태인은 차고, 진갑용은 포겠지, 조동찬은 마 정도 되고”라고 했다. 류 감독 나름대로 올 시즌 이들의 성적과 팀 사정, 포지션 역학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채태인은 올 시즌 맹활약했다. 84경기서 타율 0.356 9홈런 45타점을 기록 중이다. 타율은 8월 중순 어깨부상으로 빠지기 전만 하더라도 선두를 질주 중이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생애 첫 타격왕도 사실상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류 감독은 “태인이가 차의 역할을 했지. 올해 정말 잘 했잖아”라고 했다. 그만큼 부상자 중에서도 가장 아픈 손가락이라는 것. 실제 장기에서 차가 하나라도 죽으면 승리 확률은 크게 떨어진다.
류 감독은 “진갑용이 포, 조동찬이 마”라고 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장기판에서 차 다음으로 중요한 게 포다. 포는 주로 왕 앞뒤에서 수비를 맡다가 공격에도 나서는 역할인데, 야구에서 포수의 역할도 바로 그렇다. 수비가 기본적으로 받쳐주면서 공격에서도 잘 해주면 빛이 난다. 산전수전 다 겪은 진갑용은 공수겸장포수다. 진갑용은 올 시즌 97경기서 타율 0.275 6홈런 36타점을 기록 중이다.
조동찬이 왜 마일까. 마는 장기에서 차의 보조 공격수로 활용된다. 차를 활용한 공격이 여의치 않을 때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한다. 주전 2루수이자 테이블세터, 혹은 하위타순 등 어느 곳에 들어가도 되는 조동찬이 올 시즌 삼성타선에서 이런 역할을 했다. 조동찬은 올 시즌 74경기서 타율 0.240 7홈런 25타점을 기록 중이다.
결과적으로 이들 3명의 1군 제외로 삼성은 잔여 경기서 차, 포, 마를 떼놓고 선두싸움을 하게 됐다. 아무리 백업이 든든한 삼성일지라도 차, 포, 마 하나씩을 떼놓고 싸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달리 말하면 삼성이 시즌 막판 최대 위기를 맞은 게 장기판으로 비유해도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채태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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