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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홍상수 감독이 또 '홍상수스러운' 작품을 들고 찾아왔다.
홍상수 감독은 15번째 장편 신작 '우리 선희'를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우리 선희'는 세 남자가 각자 얽힌 한 여자 선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우리 선희'는 찌질하지만 유쾌하다. 한 여자에게 집착 혹은 미련을 보이는 문수(이선균), 동현(김상중), 재학(정재영)은 선희(정유미)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지니고 있다.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문수에게 선희는 옛 여자 친구이자 인생의 화두다. 동현에게 선희는 해외대학원 추천서를 부탁하기 위해 갑자기 나타난 제자지만 이후 자신의 삶에 핑크빛 설렘을 안겨주는 인물이다. 구질구질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감독 재학에게 선희는 비밀스러운 과거를 공유한 후배다.
이 세 남자는 선희를 내성적이지만 착하고 안목이 있으며 약간 또라이기는 하지만 용감하고 예쁜 여자로 기억한다. 문수, 동현, 재학의 입에서 돌고 도는 선희에 대한 평가는 각자의 상황과 결합, 홍상수식 반복 어법의 재미를 안기며 웃음을 유발한다.
사실 '우리 선희'는 특별할 것 없는 인물, 소소한 상황, 자극적이지 않은 대사들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스크린은 홍상수 감독이 만들어내는 '매혹'으로 가득 차 있다. 찌질하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인물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들이 아닌 나의 이야기라는 공감, 삶을 관통하는 홍상수 감독의 시선 등 꾸며지지 않은 소박한 매력이 담겨 있다.
또 삽입된 노래마저 매력적이다. 최은진의 노래 '고향'은 홍상수 감독의 신의 한 수다. 노래에 얼굴이 있다면 최강의 신스틸러가 될 것. 또 최은진이 운영하는 카페 '아리랑'에서 실제 '우리 선희'가 촬영됐다는 사실도 소소한 재미다. 여기에 예지원의 활약에 힘입어 치킨 흡입 욕구를 무한 상승시킨다는 점도 숨겨진 함정이다.
물론 배우들은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이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인다. 생활연기의 달인 드림팀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홍상수 감독은 '우리 선희'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술자리신을 롱테이크로 처리했다. 한 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를 듣고, 보고 있자면 당연히 지루할 법도 하지만 실제를 의심케하는 연기력과 홍상수 감독의 연출력이 더해진 결과는 흥미진진하면서도 유쾌할 뿐 아니라 웃기면서도 슬프다.
이런 홍상수 감독은 '우리 선희'를 통해 '정의(定義)'라는 생각거리를 던진다. 선희에 대한 세 남자의 일관된 평가는 과연 실제 선희의 모습일까, 관객들은 선희를 어떻게 느끼는 것일까, 그들이 정리해 판단하고 단언하는 선희는 얼마나 현실과 닮아 있을까. 그 과정에서 어쩌면 과오를 범하고 있지는 않을까.
홍상수 감독의 신작 '우리 선희'는 세 남자가 한 여자를 둘러싸고, 그녀가 누구인지에 대해 많은 말들이 오고 가면서 새로운 상황을 발견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오는 12일 개봉.
[영화 '우리 선희' 스틸컷. 사진 = 영화제작 전원사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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