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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가수 박진영이 진지해 졌다. 과거의 그가 삶 앞에서 진지하지 않았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지난 9일 발표된 박진영의 음악이 이전보다 훨씬 묵직하게 다가온다는 뜻이다. 그의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테마를 표현해 보자면 짙은 농도의 ‘사랑’과 ‘구원’으로 함축된다.
앞서, 가수로서 박진영의 캐릭터는 ‘엔조이(enjoy)'에 가까웠다. 그가 남긴 대부분의 히트곡들을 살펴보면 ‘난 여자가 있는데’, ‘허니(Honey)', ‘그녀는 예뻤다’, ‘니가 사는 그집’, ‘음음음’, ‘엘레베이터 안에서’ 등이다. 지난 2001년에 발매한 정규 6집 앨범 ‘게임(Game)'에서 그 특성이 두드러지는데 박진영은 타이틀곡 ’스윙 베이비(Swing Baby)'를 비롯해 ‘방문에서 침대까지’, ‘처음 만난 남자와’, ‘놀이’, ‘밀애’ 등에서 이성과의 짙은 ‘에로스’와 인생의 짜릿한 ‘향락’을 노래했다.
박진영의 지나간 음악보다 주목하고 싶은 것은 ‘2013년 현재’ 박진영의 그것이다. 박진영의 이번 앨범을 논하기 전에 짚어볼 것은 그가 지난 가을 떠났던 중동 및 이스라엘 여행. 박진영이 선공개곡 ‘사랑이 제일 낫더라’를 포함해 앨범 대부분의 곡을 여행길에서 썼다는 것은 그 여정이 앨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그는 지난해 4월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서 ‘이 세상과 인간을 누가 만들었는지 알고 싶다’는 고민을 내놓았을 만큼 이 명제에 대한 해답에 갈증이 있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박진영은 그에 대한 나름의 답이 담긴 10번째 앨범 ‘하프 타임(Half Time)'을 발매했다.
아프리칸 리듬과 힙합 베이스에 일렉트릭 피아노가 더해져 탄생된 타이틀곡 '놀만큼 놀아봤어'는 박진영의 이전 음악과 연장선에 놓여 있지만 담고 있는 메시지는 확연하게 다르다. ‘이런 날 어서 구원해줘. 제발. 꺼지지 않을 음식으로 나를 배불려 줘’, ‘눈 감을 때 두렵지 않기를,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면서 내딛는 힘찬 발걸음으로 살기를’의 가사가 방향을 전환된 그의 고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사랑이 제일 낫더라'는 귀를 맑히는 청량한 피아노 사운드에 기타와 오케스트라로 맛을 더했다. 사람이 태어난 이유, 살아야만 하는 이유에 대한 절박한 고민 속에서 그래도 박진영이 찾게 된 해답은 바로 ‘사랑’이었다. 이 ‘사랑’은 그가 이전에 외쳤던 ‘사랑’과는 그 의미와 농도가 다르다.
한 인간임과 동시에 아티스트인 박진영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게 되는 그 고민을 음악적으로 전환시켜 대중들에게 물음을 던지고, 함께 풀어나가기를 원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박진영의 이번 신곡들은 음악을 넘어서 이야기로 다가온다. 이는 분명 귀를 사로잡는 멜로디와 소름 끼치는 춤 실력, 그 이상이다.
[가수 박진영.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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