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조정석이 물 만난 고기처럼 스크린을 헤엄친다.
영화 '관상'(감독 한재림 제작 주피터필름 배급 쇼박스)에서 조정석은 계유정난에 휘말린 조선의 천재 관상가 내경(송강호)의 문제적 처남 팽헌 역을 맡아 송강호와 더할 나위 없는 연기 앙상블을 선보인다.
이런 조정석의 모습은 납뜩이를 떠올리게 한다. 지난해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뜩이 역으로 혜성처럼 나타난 그는 이번에도 스크린 속 반짝이는 자신의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물론 납뜩이와 팽헌은 다른 인물. 하지만 '관상'을 본 많은 관객들이 팽헌의 모습에서 납뜩이를 연상시키는 건 지난해 스크린 속에서 "어떡하지?"라고 말하던 납뜩이를 발견했을 때처럼 능청스러운 팽헌이라는 인물을 목격하는 '유쾌한 발견'의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억양 하나도 심상치 않다. 연홍이라는 기생집을 모르는 사람이 있냐고 말할 때, 김혜수와 송강호 사이에 앉아 송강호가 아닌 자신과 이야기해야 한다고 어필할 때 조정석이 선보이는 말의 높낮이는 팽헌이 느끼는 모든 감정을 녹여내 듣는 것만으로도 폭소하게 만든다.
표정도 빼놓을 수 없다. 놀랄 때 입에 파리가 들어갈 정도로 입이 쩍 벌어지지만, 좋을 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깨방정을 떨지만, 그 모든 것이 과하지 않게 느껴진다. 그는 체통 없이 웃고 떠들어도 팽헌을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만들어내는 힘을 발휘한다.
눈에 보이는 외관뿐만이 아니다. 조정석은 팽헌이라는 인물 안에 자리 잡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표현해 낸다. 그가 연기해 낸 팽헌은 철없이 유쾌한 것 같지만 그 이면에 나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속 깊은 따뜻함이 있고, 가벼워 보이지만 그 안에 남들은 눈치 채지 못하는 진중함을 숨기고 있다. 사실 그의 외적인 연기가 더 대단해 보이는 건 이 자체가 팽헌을 만들어가기 위해 공든 탑을 쌓는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 탑을 쌓는데 이용되는 돌덩이 하나 하나의 퀄리티가 굉장히 높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부터다.
조정석도 자신이 표현하려 한 팽헌의 이중적 매력이 끌려 영화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 극의 진지함을 유하게 풀어줄 수 있는 캐릭터임에도 감정선이 변화된 후 문제적 요소들을 타당성 있게 보여줘야 한다는 양면성에 마음이 끌렸다는 것. 사실 팽헌은 지금까지 조정석이 연기한 캐릭터 중 자신과 가장 닮은 인물이기도 하다.
조정석은 최근 진행된 마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자신과 '관상' 중반 이후의 팽헌의 모습이 닮았다고 전했다. 자신이 연기한 여러 캐릭터 중 자신과 가장 흡사하다는 게 그의 평가다.
조정석은 "즐겁고 유쾌한 걸 평상시 좋아한다. 그런데 나는 진지한데 사람들은 내가 웃기는 사람인 줄 안다. 그런 것들이 오해를 산다"며 코믹한 캐릭터로 사랑받았던 후유증(?)을 전했다. 물론 그에게 납뜩이는 꼬리표로 따라 붙어도 섭섭하거나 서운하기 보다 감사한 마음이 먼저 드는 그런 수식어다.
이어 "지금까지 했던 역 중 가장 비슷한 게 팽헌이의 중반 이후의 모습이다. 팽헌이는 그 (유쾌한)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진중함이 있다. 그 모습이 내 실제 모습과 가까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정석의 신들린 코믹 그리고 감정연기를 목도할 수 있는 영화 '관상'은 조선의 천재 관상가가 계유정난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송강호, 이정재, 백윤식, 조정석, 이종석, 김혜수 등이 출연해 흥행 몰이 중이다.
[납뜩이, 팽헌(위 오른쪽)과 조정석. 사진 = 영화 '건축학개론'과 '관상' 스틸컷,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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