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국내야구. 발렌틴이 부럽기만 하다.
야쿠르트 외국인타자 블라디미르 발렌틴(30)이 일본프로야구 단일시즌 최다홈런 기록을 갈아치웠다. 발렌틴은 15일 한신과의 홈경기서 56~57호 홈런을 연이어 날렸다. 1964년 오사다하루, 2001년 터피 로즈, 2002년 알렉스 카브레라의 55호 홈런을 넘은 데다 2003년 이승엽의 56호 홈런까지 넘어섰다. 발렌틴은 잔여 18경기서 60홈런을 넘어 최대 70홈런에 도전할 기세다.
최근 공인구 반발력 문제로 홍역을 치른 일본도 카브레라 이후 11년만에 단일시즌 50홈런이 나왔다. 일본 스포츠 언론들은 발렌틴의 최다홈런 신기록 소식을 신속하게 보도했다. 그만큼 일본에서도 이 기록의 가치를 높게 본다. 메이저리그서도 크리스 데이비스(볼티모어)의 후반기 페이스가 다소 주춤하지만, 50홈런을 채웠다. 미국과 일본에 비하면 홈런 29개의 박병호(넥센)가 선두인 국내야구는 어딘가 모르게 2% 부족하다. 40홈런 이상 때릴 토종거포는 고사하고 외국인거포도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 현장의 이유있는 외국인타자 무용론
국내야구는 2011년 카림 가르시아(한화), 코리 알드리지(넥센) 이후 외국인타자가 자취를 감췄다. 이후 2년 연속 외국인선수는 모두 투수로 채워졌다. 현장에선 ‘외국인타자 무용론’이 대두한지 오래다. 앞으로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 국내 대부분 감독이 “국내에선 여전히 외국인타자보단 외국인투수의 가치가 높다”라는 말을 한다.
이유가 있다. 성공했을 때 외국인 타자보다 외국인 투수가 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외국인 에이스가 잘 던지면 완투 혹은 완봉으로 1경기를 책임질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인타자가 홈런 3개를 쳐도 질 수 있는 게 야구다. 더구나 타격은 3할만 쳐도 성공이다. 그만큼 실패 확률이 높다. 그에 비해 똘똘한 투수는 1주일에 최대 2승을 보장한다.
외국인선수 스카우트 출신 한 야구인은 “외국인투수가 외국인타자보다 국내야구 적응이 더 빠르다. 투수는 기량만 뛰어나면 적응기간은 짧아진다. 타자는 아무리 뛰어나도 국내 수준급 투수와 2~3번 맞대결은 해봐야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다”라고 했다. 결국 똘똘한 외국인투수와 똘똘한 외국인타자가 팀에 미치는 파급효과 및 영향력은 전자가 더 높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외국인투수는 1~2선발로 확실한 쓰임새가 있지만, 외국인타자의 경우 쓰임새가 애매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한다. 또 다른 야구관계자는 “외국인타자를 데려오면 거포를 데려와야 하는데, 대부분 발도 느리고 수비도 약하다. 팀 전체적으로는 활용도가 떨어진다”라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에 수두룩한 교타자를 외국인선수로 데려오는 건 아깝다는 분위기다. 구단들이 성적에 사활을 건 상황에서 겉보기에 화려한 외국인거포보단 착실한 외국인 에이스가 낫다는 것이다.
▲ 외국인투수도 성공 장담 못하는 현실
문제는 지난 2년간 외국인투수로만 리그를 운영했음에도 성공보단 실패하는 팀이 많았다는 것이다. 올 시즌만 해도 찰리 쉬렉(NC), 크리스 세든(SK), 쉐인 유먼(롯데), 크리스 옥스프링(롯데), 레다메스 리즈(LG) 정도를 제외하곤 외국인투수 농사를 성공적으로 지은 팀이 없다. 재계약을 맺었던 더스틴 니퍼트(두산), 벤자민 주키치(LG), 브랜든 나이트(넥센), 벤해켄(넥센) 등은 예년보다 부진했다.
외국인투수 역시 한국리그 수준이 높아지면서 성공 가능성이 예년보다 떨어졌다. 스피드, 변화구, 제구력, 주자견제, 수비력 모두 갖춘 선수가 통하는 시대다. 이런 투수가 메이저리그가 아닌 한국을 노크할 가능성이 낮다는 게 문제다. 이러니 최대한 좋은 외국인투수를 영입하기 위해 혈안이 된 팀들이 KBO 외국인선수 계약규정 30만달러를 지키지 않는 케이스가 많아졌다.
각 구단은 지난 2년간 예산이 오버페이 되는 걸 각오하고 외국인 선발투수만 모셔왔다. 결과적으로 속앓이를 하는 팀이 만족스러워한 팀보다 더 많았다. 그런 팀들이 외국인 마무리 혹은 외국인타자를 데려왔을 경우 결과가 어땠을지 궁금하다. 또 다른 야구관계자는 “이제 정말 자기 팀에 필요로 하는 외국인선수를 데려올 때도 됐다”라고 했다. 발상의 전환을 강조한 것이다.
▲ 외국인선수 규정, 어떻게든 손질할 필요가 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외국인선수 규정에선 외국인 투수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현행 2명 보유 2명 출전에선 어떻게든 외국인 에이스를 데려오지 않으면 외국인선수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의미. 다시 말해서, 결국 외국인선수 쿼터가 확대돼야 외국인타자가 국내무대에 다시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외국인선수 보유 한도에 제한이 없다. 대신 1군에 4명 등록 가능하고, 모두 투수 혹은 야수로 채우지 않으면 된다. 한국보다 훨씬 유연하다.
한화 김응용 감독은 지난해 서산 마무리훈련에서 “외국인선수 보유한도를 풀어야 한다. 그래야 투수도 들어오고 야수도 들어온다”라고 했다. 심지어 사문화된 몸값 규정도 풀어야 구단들이 소신껏 구미에 맞는 선수를 데려올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여기엔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일단 한국이 일본에 비해 국내선수층이 얇다. 외국인선수 확대는 국내선수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선수협회가 외국인선수 보유한도 확대에 반대하는 이유다. 또한 몸값 상한선 제한이 풀릴 경우 구단 운영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국내에서 순수하게 돈을 버는 구단은 없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훨씬 더 높다. 근본적으로 국내 거포를 키우기 위한 방법을 찾되, 지난 2년간 끊긴 외국인타자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보다 관중이 다소 감소한 국내야구로선 볼거리 차원에서라도 외국인거포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국내 야구팬들은 거포에 목이 말랐다. 국내야구는 발렌틴의 57호 홈런이 너무나도 부럽다.
[발렌틴(위), 잠실구장(가운데, 아래). 사진 = gettyimgeskorea/멀티비츠,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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