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4월 한 달간의 부진에도 꿋꿋했다. 신생팀 젊은 야수들의 실책성 플레이와 불펜 방화에 흔들릴 법도 했지만 찰리 쉬렉(NC 다이노스)은 오히려 선수들을 다독였고, 이후 더욱 무서운 투구를 뽐냈다. 그가 리그 최정상급 선발투수로 거듭난 원동력 중 하나다.
찰리는 16일 현재 27경기에 선발 등판, 11승 5패 평균자책점 2.39(1위)를 기록 중이다. 이 부문 2위 크리스 세든(SK, 2.93)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평균자책점왕은 떼놓은 당상이다. 퀄리티스타트도 22회로 유먼과 함께 공동 1위에 올라 있고, 리그에서 2번째로 많은 176⅔이닝을 소화했다. 승운이 따르지 않아 퀄리티스타트 횟수의 절반인 11승뿐이지만 "이에 따른 아쉬움은 전혀 없다"고 강조하는 찰리다.
처음에는 다소 기복이 있었다. 데뷔전인 4월 3일 롯데전서 7이닝 5탈삼진 1실점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다음 등판(LG전)에서 5이닝 6실점(3자책)으로 첫 패전을 떠안았다. 이후 3경기에서도 2패를 떠안았다. 4월 5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3차례 기록했지만 성적은 3패 평균자책점 4.66으로 썩 좋지 못했다. 찰리가 못 던졌다기보다 야수들의 실책성 플레이와 타선 침묵이 발목을 잡았다.
그럼에도 찰리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팀과 동료가 우선이었다. 오히려 야수들이 기죽지 않을까 걱정했다. 외국인선수 선발 시 인성을 중요시하는 김경문 NC 감독도 흐뭇함을 숨기지 않는다. 올 시즌 전 시범경기에서는 보크 판정을 받고 흥분하기도 했던 찰리지만 "한국에서는 한국 법을 따르라"는 김 감독의 말을 명심하고 따르기로 했다. 이제는 김 감독도 "외국인선수가 그런 마음 씀씀이를 갖기 쉽지 않은데 정말 고맙다"고 말할 정도.
찰리의 따뜻한 마음이 동료들에게도 전달됐다. 야수들은 성장했고, 찰리도 승승장구했다. 5월 이후 11승 2패 평균자책점 1.95(147⅔이닝 32자책)로 리그 최고 투수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특히 5월 12일 두산전서 첫 승을 따낸 이후 7월 14일 롯데전까지 6연승 상승세를 달렸고, 패전을 떠안은 2경기에서도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150km 빠른 공에 투심패스트볼, 체인지업, 커트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의 위력이 배가되면서 더욱 무서운 투수가 됐다.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자. 그는 5월 이후 2경기를 제외한 전 경기에서 6이닝 이상을 투구했고, 3점 이상 내준 경기는 2경기뿐이다. 또한 22경기에서 19차례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득점권 피안타율도 2할 9리에 불과하다. 놀라운 안정감이다. 그런데 눈부신 호투 뒤에도 "포수와 야수들에게 고맙다. 좋은 수비가 있었기에 호투할 수 있었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린다.
이뿐만이 아니다. 불펜 방화나 호투에도 승리를 챙기지 못하더라도 "내 승리는 중요하지 않다. 팀이 이기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단순한 '립 서비스'가 아니다. 시즌을 치를수록 믿음은 커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팀워크가 안정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항상 야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공을 던진다"는 찰리의 말도 이와 무관치 않다.
찰리가 선발로테이션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자 NC의 돌풍에도 탄력이 붙었다. 특히 8월 이후 8경기에서는 5승 1패 평균자책점 2.03에 불과하다. 이 기간에 팀도 6승 2패로 선전했다. 9월 2경기서는 2승을 따내면서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NC의 현재 승률은 4할 2푼 5리(48승 4무 65패). 1991년 쌍방울이 기록한 역대 신생팀 최고 승률과 동률이다. 남은 11경기에서 5승만 더하면 4할 2푼 7리로 이를 넘어서게 된다. 기대치를 뛰어넘는 성적임이 분명하다. 충분히 노려볼 만한 기록이다. 찰리의 동료애와 희생정신은 팀과 본인 모두에게 엄청난 플러스 효과를 가져왔다. 리그 최정상급 에이스로 거듭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시즌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 중인 NC 찰리.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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