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포항 김진성 기자] 유창준이 선발 데뷔전서 패전을 맛봤다.
두산 유창준(24).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부산중학교에 이어 일본 삭신고등학교와 삭신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신고선수 출신으로 올 시즌 1군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상 프로생활이 힘들다고 본 그는 1년 전 두산에 통역으로 왔다가 투수출신인 김진욱 감독의 눈에 띄어 신고선수 계약을 하게 된 것이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17일 포항 삼성전을 앞두고 “창준이 잘 던집니다”라고 했다. 올 시즌 기록은 4경기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1.80. 공이 빠르진 않지만, 묵직한 볼끝을 인정받아 2군에서 꾸준히 실력을 연마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유창준을 제대로 활용하고 싶었으나 오히려 그 시기가 늦었다고 했다.
2위 삼성 추격에 나선 두산. 이날 노경은을 선발투수로 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젠 포스시즌 마운드 운용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앞당겨쓰긴 어렵다. 최근 경은이가 많이 던져서 내일 한화전에 선발로 나간다”라고 했다. 두산은 이날부터 23일 잠실 롯데전까지 운명의 7연전을 갖는다. 애당초 유창준의 임무가 적지 않았다.
김 감독은 유창준을 두고서 “5이닝만 던져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최소한 조기에 무너지면 안 되는 상황. 7연전의 첫 경기부터 불펜이 풀가동되면 마운드 운용이 어려워진다. 역시 리그 최정상급의 삼성 타선. 그리고 데뷔 첫 선발의 압박감까지. 국내 정상급 우완투수 윤성환과의 맞대결을 이겨낼 정도의 내공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유창준은 1회 난타를 당했다. 정형식에게 우중간 안타를 맞은 걸 시작으로 2사 3루 위기에서 최형우에게 중전 1타점 적시타를 내줬다. 강봉규에겐 2루타를 맞았고, 우동균에겐 2타점 중전적시타를 내줘 1회에만 3실점했다. 그 사이 윤성환의 호투로 두산은 경기 초반 주도권을 넘겨줬다.
하지만, 유창준은 이후 호투했다. 2회 선두타자 이정식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김상수에게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내줬으나 정형식과 박한이를 내야땅볼과 중견수 플라이로 돌려세웠다. 3회엔 선두타자 박석민에게 좌익선상 2루타성 타구를 내줬으나 두산 외야진이 박석민을 2루에서 잡아줬다. 유창준은 최형우와 강봉규를 범타로 처리하면서 3회를 마쳤다.
유창준은 4회엔 우동균을 포수 파울플라이, 김태완을 유격수 땅볼, 이정식을 2루 플라이로 처리하면서 첫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유창준은 5회 시작과 동시에 오현택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결국 데뷔 첫 선발등판서 패전투수가 됐다. 하지만, 유창준에겐 이날 경기가 큰 도움이 됐다. 윤성환에게 판정패했으나 크게 밀리지 않으면서 4이닝을 끌어줬다. 볼넷이 1개도 없었다는 건 특히 고무적이었다.
유창준은 4이닝 6피안타 3탈삼진 1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80구 중 스트라이크는 45개였고 볼은 35개였다. 직구 최고구속은 140km까지 나왔는데 스트라이크는 43구 중 25개였다. 슬라이더 17개, 커브 12개, 체인지업 8개를 섞었다. 그러나 변화구 37구 중 스트라이크가 20개에 불과했다. 변화구 제구는 썩 좋지 않은데다 삼성 타선을 유인하는데 실패했다. 다만, 2회부터 수준급 경기운영능력을 뽐내면서 가능성을 내비쳤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이만하면 선전했다고 볼 수 있다. 유창준의 성장스토리는 두산으로선 특별하다. 신고선수 신화 스토리는 이젠 좀 진부한 스토리. 하지만, 한 때 야구를 포기할 뻔한데다 통역까지 한 선수의 1군 성장기 그 자체는 충분히 흥미로운 스토리텔링 감이다. 유창준의 성장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유창준. 사진 = 두산 베어스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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