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강산 기자] 패전에도 진화는 계속된다.
한화 이글스 '루키' 송창현이 데뷔 후 가장 인상적인 투구로 두산 타선을 잘 막았다. 가장 큰 약점이던 제구 불안은 없었고, 연타 허용도 한 차례에 불과했다.
송창현은 18일 잠실구장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88구를 던지며 7피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데뷔 후 2번째 퀄리티스타트.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이는 중요치 않다. 내용 자체로 충분한 의미가 있는 투구였다. 이날 포함 최근 5경기 평균자책점은 2.05(26⅓이닝 6자책)이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4.58에서 4.29로 크게 낮췄다. 갈수록 진화하는 투구로 어느새 선발 한 자리를 완전히 꿰찬 송창현이다.
지난 5일 대전 LG전 6⅔이닝 무실점 호투가 내용상으로는 최고였지만 사사구 5개를 내주는 등 제구 불안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다. 전체적인 안정감은 이날(18일)이 최고였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제구 불안조차 없었다. 사사구는 4회말 최준석에 허용한 볼넷이 유일했다.
이날 최고 구속 142km 직구(50개)는 빠르지 않았지만 묵직하게 들어왔고, 슬라이더(15개) 체인지업(22개)과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체인지업이 기막히게 떨어졌다. 지난해 12승 투수인 두산 노경은과의 맞대결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송창현은 1회말 선두타자 박건우에 초구부터 좌전 안타를 맞아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임재철을 우익수 뜬공 처리한 뒤 포수 이준수가 박건우의 2루 도루를 잡아내며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이원석은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첫 이닝을 넘겼다.
2회에는 2사 후 최준석에 2루타를 맞고 이날 첫 득점권 출루를 허용했지만 김동한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3회에는 2사 후 박건우와 임재철에 연속 안타를 맞고 1, 3루 위기에 몰렸으나 이원석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실점을 막았다.
4회에는 선두타자 김현수에 안타를 내주며 이날 2번째 선두타자 출루를 허용했지만 홍성흔을 6-4-3 병살 처리하며 단숨에 2아웃을 잡았다. 최준석을 볼넷으로 내보낸 송창현은 김동한을 130km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마감했다.
5회에는 2사 후 박건우에 안타를 맞았지만 재빠른 견제로 도루 저지에 성공하며 이닝을 마쳤고, 6회에는 임재철과 이원석을 나란히 뜬공 처리한 뒤 김현수는 초구 포수 파울플라이로 손쉽게 잡아내며 호투를 이어갔다. 어느 때보다 안정감이 넘쳤다. 3루측에 자리한 한화 원정팬들은 송창현의 이름을 연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7회가 아쉬웠다. 선두타자 홍성흔에 4구째를 통타당해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맞았다. 높은 코스로 들어간 실투였다. 결국 그는 주자 한 명을 남겨둔 채 김혁민에 마운드를 넘겼다. 교체를 위해 마운드에 오른 정민철 투수코치도 송창현의 엉덩이를 툭 치며 격려했다.
문제는 승리가 아닌 패전의 멍에를 써야 했다는 점. 바뀐 투수 김혁민이 1사 후 오재일에 2루타를 맞아 2루 대주자 정수빈이 홈을 밟았다. 송창현의 자책점이었다. 결국 한화는 7회말 3점을 허용한 뒤 경기를 뒤집지 못한 채 1-3으로 패했다. 송창현은 시즌 6패(2승)째를 당했다.
지금 송창현에게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 물론 이기면 좋다. 하지만 순위가 확정된 상황에서 내년 시즌에 대한 가능성을 보이는 게 더욱 중요하다. 송창현은 최근 계속해서 선발로 나서면서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트레이드 당시 평가를 스스로 뒤집고 있음은 물론이다. 김응용 한화 감독도 경기 후 "송창현이 잘 던졌다"고 말했다. 이날 송창현의 '패전'이라는 결과보다 투구 내용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두산 강타선을 맞아 호투한 한화 송창현.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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