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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BL은 정말 심사숙고 했을까.
KBL(한국농구연맹)이 최근 발표한 한 쿼터 12분 제도. 장, 단점을 늘어놓는 건 무의미하다. 대다수 농구인과 여론은 ‘KBL의 무리수’라는 평가다. 그렇다면, KBL은 이번 결정이 정말 무리수인지 알고 밀어붙인 건지, 무리수인지도 모르는 건지 궁금하다. 경기제도를 뜯어고치는 건 심사숙고할 문제다. KBL 내부에서 어떤 시스템을 통해 이런 결정이 내려졌는지 궁금하다.
▲ 사무국장 회의엔 6명 참석, 감독들은 인터넷 보고 소식 접했다
KBL 이사회는 지난 16일 진행됐다. 통상 이사회에서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려면, 그 전에 사무국장 회의에서 사전조율을 거친다. KBL 사정에 정통한 한 농구인은 “이사회는 사실상 최종결정기구에 불과하다. 실질적 의견조율은 사무국장들이 한다”라고 귀띔했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 하나. KBL 복수 구단에 확인한 결과, 지난주에 열렸던 사무국장 회의엔 10개 구단 10명의 사무국장 중 6명밖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9월은 10개 구단의 해외전지훈련 시즌이다. 지난주만 해도 KT, 삼성, SK 등이 해외에서 전지훈련을 치렀다. 지금도 오리온스, 모비스 등이 해외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무국장들은 전지훈련지에서 선수단 뒷바라지를 하느라 정신이 없을 때다. 기본적으로 사무국장 회의에서 의견수렴 및 교환이 옳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더구나 대부분 감독은 KBL 이사회 발표 후 한 쿼터 12분 변경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지방구단 한 감독은 전화통화서 “스마트 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기사를 봤다”라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이런 문제를 이사회에서 쉽게 결정해도 되나. 최소한 현장의 목소리는 들어봤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아쉬워했다. 결국 이사회의 결정이 사실은 KBL 수뇌부의 밀어붙이기 식이었다는 설에 무게가 실린다.
▲ 농구인들 반응은 당혹스러움 혹은 황당함
KBL 이사회 발표 이후 몇몇 농구인들에게 반응을 물어봤다. 보통 특정 안건이 이사회에서 처리될 땐 농구계에 소문이 돌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한 쿼터 12분 제도는 대다수 농구인이 “금시초문”이라는 반응. 수도권 구단 모 프런트는 “사무국장 회의에서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 당혹스러웠다. 선수들도 선수들이지만, 사무국도 늘어난 경기시간만큼의 마케팅과 각종 행사 계획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라고 했다
좀 더 감정이 격앙된 원로 농구인은 “황당하다. 이게 말이 되나. 프로농구와 KBL 시스템 자체를 완전히 바꾼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농구를 아는 사람이라면 한국실정에선 48분 경기가 무리라는 걸 알 텐데, 밀어붙이기 식 결정이 아닌지 모르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다수 농구인, 그리고 언론 역시 비슷한 반응이다.
또한, 이 농구인은 “경기시간이 8분 늘어난다고 해서 백업 선수들의 필요성이 커지고, 나아가 2군이 활성화 될 것이란 기대는 너무나도 막연한 바람”이라고 지적했다. 단순히 경기력만 생각해도 될 일이 아니다. 위에서 지적했듯, 기록관리와 마케팅, 미디어 등 신경써야 할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KBL은 2014-2015시즌부터 48분 경기를 실시하겠다고 했으나 1년만에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 한 쿼터 12분,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KBL은 유예기간을 뒀다. 하지만, 불과 한 시즌이다. 준비하기에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KBL과 각 구단들은 당장 10월 12일 2013-2014시즌 개막 준비에도 바쁘다. 결국 올 시즌이 끝나는 내년 4월부터 48분경기에 맞는 후속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소리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10개구단과 KBL의 비 시즌 업무는 산 더미다. 더구나 내년 비 시즌엔 스페인 농구월드컵과 인천 아시안게임을 연이어 치러야 한다. KBL은 아직 두 대회 선수단 관리 및 스케줄 조정 방안도 찾지 못한 실정이다. 일을 벌여놓기만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쨌든 이사회 결정은 내려졌다. 남은 건 철저한 준비다. KBL은 이 제도가 앞으로 한국농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선수들을 위한 경기수 조정과 경기력 극대화 방안, 미디어를 위한 경기시작시간 조정, 각 구단 사무국을 위한 각종 시스템 조정 등등. 후속조치들을 발 빠르게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시간만 미루다가 일단 부딪히고 보자는 생각이라면. KBL은 정말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한 쿼터 10분 고수도 고려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농구를 직접 했던 사람들의 생각을 허투루 흘려선 안 된다.
[KBL 로고, 10개구단 감독들. 사진 = KBL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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