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8월 중순 이후 기나긴 부진 터널에서 빠져나올 줄 몰랐던 삼성. 최근 소리소문 없이 4연승에 성공하며 선두에 복귀했다. 최근 4연승의 특징은 타선의 집중력 부활이다. 후반기 부진은 마운드 약화도 문제였지만, 타격 집중력 부족 현상도 한 몫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타자들의 응집력 개선은 큰 효과를 봤다.
아이러니하게도 삼성의 현 전력은 여전히 불안하다. 류중일 감독 부임 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승엽, 배영섭, 진갑용, 조동찬 등 주전타자 4명이 부상으로 1군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나마 삼성으로선 이승엽이 18일 포항 NC전서 허리통증으로 1군에서 제외되는 동시에 채태인이 돌아온 게 천만다행이었다. 삼성은 지금 잇몸야구를 펼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 잇몸야구의 저력, 줄부상인데 더 잘 풀린다?
삼성은 전반기 막판에도 조동찬과 김상수가 연이어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그러나 후반기 초반 잘 나갔다. 정현, 강명구, 김태완 등이 만점활약을 펼쳤다. 오히려 조동찬과 김상수가 돌아와서 전력이 100% 가깝게 만들어지면서 슬럼프가 시작됐다. 이번 4연승도 마찬가지다. 최근 진갑용, 배영섭, 이승엽이 연이어 1군에서 제외됐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힘을 부쩍 냈다.
대표적 케이스가 이상훈. 경북고, 성균관대를 졸업한 이상훈은 올해 2월 길태곤과 트레이드 돼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그동안 두꺼운 외야경쟁에 1군에서 기회를 얻지 못했으나 최근 부상자 속출과 확장엔트리로 기회를 얻었다. 지난 18일 포항 NC전서 선제 솔로포와 경기 막판 재역전 발판을 딛는 2루타를 때리며 확실하게 이름을 알렸다. 이밖에 대타로 나섰던 채태인과 시즌 막판 기회를 얻고 있는 베테랑 강봉규, 김태완 등의 활약도 나쁘지 않다.
확실히 삼성야구는 위기에서 강해지는 무언가가 있다. 지난 2년연속 통합우승한 팀의 저력이다.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가 있다. 미리 선수를 육성하면서 이런 비상상황에 대비했기에 꾸준한 상위권 성적이 가능했다. 물론 삼성으로선 이런 상황이 자주, 오래 빚어지면 좋을 게 없다. 잇몸은 잇몸이니 밑천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어쨌든 삼성이 위기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건 LG와 선두다툼을 하는 상황에서 자신감이 배가되기에 충분하다.
▲ 삼성은 여전히 불안하다
삼성이 잇몸야구로 거둔 4연승에 도취되기엔 이르다. 근본적으로 삼성은 LG에 전력상 근소하게 뒤진다. LG는 여전히 100% 전력을 풀가동하고 있다. 삼성은 100%가 아닌 전력으로 시즌 막판에 도달했다. 선두에 복귀한 삼성이 LG를 확실하게 밀어내기 위해선 부상자들의 정상적인 컨디션 회복과 1군 합류가 절실하다. 실제 삼성은 부상자들의 1군복귀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부상자들이 1군에 모두 들어온다고 해서 곧바로 좋은 컨디션을 보여줄 것인지는 미지수다. 현재 대타로 기용 중인 채태인 역시 급박한 상황만 아니었다면 정규시즌을 일찌감치 접고 포스트시즌에 대비해야 옳다. 류 감독에 따르면 채태인은 여전히 스윙을 할 때 약간 걸리는 느낌이 있다고 했다. 컨디션이 완전하지 않다는 의미. 이런 부분들이 전체적인 팀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지장을 줄 수 있다. 자칫 포스트시즌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기서 부상자들 복귀로 흐름을 타지 못할 경우 그대로 시즌 전체 농사를 망치게 된다.
또 하나. 최근 3위 넥센의 기세가 만만찮다. 넥센은 20일 광주 KIA전 승리로 6연승이다. 삼성과 LG를 1.5경기 차로 추격했다. 삼성은 당장 21일 목동 넥센전서 패배할 경우 선두에서 내려오면서 넥센에 0.5경기차로 쫓기게 된다. 삼성으로선 그만큼 막판 11경기서 최근 좋은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근본적으로 불안한 전력과 살얼음 경쟁 양상이니 시즌 막판까지 가봐야 순위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결국 현 시점에선 잇몸야구로 거둔 삼성의 4연승에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현실이다. 객관적 전력 차가 미세한데다 1~4위의 승차가 겨우 3이다. 삼성으로선 역대급 선두전쟁서 시즌 막판 부상자들의 건강한 복귀와 잇몸들의 연이은 선전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삼성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