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최고의 타자? 말씀은 감사하지만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낀다."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의 진화의 끝은 어디일까. 3할-30홈런-100타점에 최근 5경기 4홈런 11타점 맹활약이다. 좀 더 범위를 넓히면 9월 15경기에서 무려 8홈런 21타점이다. 꼭 필요할 때는 도루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미 지난해 20(홈런)-20(도루)를 달성하는 등 호타준족의 면모까지 발휘하며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쥔 박병호다. 그런데 올해 더 무서워졌다. 어지간한 공은 그의 먹잇감이다. 바깥쪽 낮은 공을 잡아당겨 넘기는 힘은 물론 테크닉까지 갖췄으니 상대팀으로선 공포의 대상이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감독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선수 아니냐"며 흐뭇해한다.
박병호는 22일 목동 롯데전에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 4타석 2타수 1안타 2타점 1득점 2볼넷 1도루로 종횡무진 활약했다. 이날의 유일한 안타는 시즌 33호 투런 홈런. 이 한 방은 그야말로 백미였다. 넥센은 1-2로 역전당한 3회와 4회 각각 무사 2루, 무사 1, 3루 기회를 잡고도 단 한 점도 올리지 못하며 어려운 경기를 했다. 그런데 박병호가 단 한 방으로 갈증을 없앴다. 그것도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높은 직구를 비거리 130m 대형 홈런으로 연결했다. 그러고도 "운이 좋았다"고 한다. 못 말리는 해결사 본능이다.
염 감독은 박병호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참을성이 강해졌다"고 강조했다. "상대 투수가 작년보다 더 어려운 공을 던질 때 참아줬다. 그러다 보니 볼넷이 늘면서 타수는 아끼고 타율을 얻었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까지만 해도 삼진(291개)이 볼넷(93개)의 3배가 넘었지만 지난해 111삼진-73볼넷으로 장족의 발전을 이뤘고, 올해는 89삼진-84볼넷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박병호의 올 시즌 현재(23일 기준) 성적은 타율 3할 1푼 8리 33홈런 105타점. 2할 9푼 31홈런 105타점을 올린 지난해 기록은 이미 뛰어넘었다. 홈런, 타점은 물론 득점(93), 출루율(.435), 장타율(.592)까지 타격 주요 부문에서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렸다.
염 감독은 "박병호는 내년이 더 기대된다.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최고의 타자다. 출루율, 득점, 홈런, 타점에 도루까지 가능하니 감독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흐뭇해했다. 이어 "4번 타자가 팀의 기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박)병호는 이미 120%는 했다. 특히 자기만의 존을 형성했는데, 지난해부터 시작해서 올해 완벽하게 만들었다. 병호의 능력이고, 좋은 타자의 기본이다"고 덧붙였다. 경기 전 염 감독의 칭찬을 직접 전해 듣진 못했지만 중요한 순간 시원한 홈런으로 감독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입증한 것이다.
경기 후 만난 박병호는 "감독님이 최고의 타자라고 하더라"고 전하자 손사래를 쳤다. "말씀은 정말 감사하지만 아직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낀다"며 "선수는 완벽할 수 없다. 지금의 위치에서 안주하면 안 된다. 더 잘하고 싶다"며 겸손해했다. 이어 "나만의 존은 경기에 나가 스스로 경험을 쌓으면서 얻어지는 것이다. 특별한 연습은 없다"고 덧붙였다.
박병호는 현재 33홈런으로 이 부문 2위 최정(SK, 28개)에 5개 차 앞서 있다.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2년 연속 홈런왕이 유력하다. 타점도 2위 나지완(KIA, 94타점)과 11개 차 1위다. 박병호에게 2년 연속 홈런-타점왕이 주는 의미는 크다. 한 해 반짝한 게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스로는 기록에 연연하지 않겠단다. 개인 기록도 좋지만 팀 승리가 우선이다. "홈런, 타점 안 나온다고 스트레스를 받진 않는다. 앞으로 남은 9경기는 팀이 많이 승리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내가 할 것만 잘하면 개인적으로도 더 발전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박병호의 설명.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박병호는 넥센 이적 전까지 LG에서 288경기에 출전, 타율 1할 9푼 25홈런 84타점을 올린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적 후 현재까지 302경기에서 타율 2할 9푼 6리 76홈런 238타점으로 완전히 다른 타자로 변모했다. 노력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결과다.
'만년 거포 유망주'는 이제 모두가 인정하는 리그 최정상급 타자가 됐다. 그런데도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낀다. 아직도 목마르다. 지금보다도 더 발전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그가 진짜 무서운 타자인 이유다.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가 홈런을 터트린 뒤 타구를 응시하고 있다(첫 번째 사진), 22일 넥센전서 도루에 성공한 박병호.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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