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김종규와 김민구가 걱정된다.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경희대 3인방, 그 중에서도 김종규와 김민구에게 큰 관심이 쏠린다. 두 사람이 어느 팀에 가느냐에 따라 10월 12일 개막하는 2013-2014시즌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 그런데 지금 김종규와 김민구는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프로농구 팬들은 두 사람의 정규시즌 데뷔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이 100% 컨디션으로 시즌을 맞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 김종규-김민구의 살인적 일정
김종규와 김민구의 올해 스케줄을 살펴보자. 일단 2월 MBC배 대학농구대회에 출전했다. 3월 말부터는 대학농구리그에 돌입했다. 4월부터는 동아시아선수권대회 준비를 위해 태릉선수촌에 입촌해 대학리그를 병행했다. 5월엔 동아시아선수권을 치렀다. 6월까지 대학리그 정규시즌을 소화했다. 곧바로 국가대표팀에 합류했다. 7월엔 윌리엄존스컵에 참가했다. 8월엔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치렀다. 경희대로 돌아온 두 사람은 8월 중순 프로아마최강전과 대학리그 올스타전을 치렀다. 9월엔 대학리그 포스트시즌을 소화했다.
끝이 아니다. 두 사람은 현재 동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 사이 30일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KBL에 입성한다. 동아시안게임은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중국 텐진에서 열린다. 귀국하자마자 경희대 대표로 10월 18일부터 24일까지 인천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에 참가한다. 이후 곧바로 프로팀에 합류해 2013-2014시즌을 소화한다. 대표팀과 경희대 일정으로 프로 적응은 고사하고 프로 첫 시즌 개막과 함께 자리를 비워야 할 형편이다.
2013-2014 정규시즌은 내년 3월 9일에 끝난다. 포스트시즌은 4월에 끝난다. 결국 김종규와 김민구는 올해 2월부터 최장 내년 4월까지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그나마 성인대표팀 참가로 지난 8월 유니버시아드엔 나서지 않은 게 이 정도다. 김종규와 김민구가 돌도 씹어먹을 수 있는 23세 청년들이라지만 이건 도저히 인간이 소화하기 힘든 스케줄이다. 아니나 다를까 김종규는 최근 발목 통증을 참고 경기에 나섰다. 급기야 대학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서 왼쪽 발목을 크게 다쳤고, 3차전서 경기력이 뚝 떨어졌다.
▲ 9월 드래프트의 장점과 단점
진짜 큰 문제는 이런 케이스의 선수가 앞으로도 종종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학에서 성인대표팀 참가가 힘든 기량이라고 해도, 1.5진급을 파견할 수 있는 국제대회에 선발될 기량이라면 이런 스케줄에 걸리는 선수가 나올 수 있다. 일단 KBL 신인드래프트가 1~2월 개최에서 벗어나 지난해부터 9월 혹은 10월 개최로 변경되면서 대학 4학년들이 대학 스케줄을 마치고 곧바로 프로시즌에 돌입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는 점을 짚어야 한다. 지금 대학 4학년들은 대학 스케줄을 끝낸 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곧바로 프로농구 시즌에 돌입하는 빡빡한 일정이다.
신인드래프트 1~2월 개최는 문제가 있었다. 대학 4학년들이 한 시즌을 통째로 쉬고 다음해 가을에 KBL에 입성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대학 일정을 마치고 10개월 가량을 쉬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4학년들은 대학 일정 막바지부터 출전시간이 줄어든다. 대학 진학이 결정된 고등학교 3학년들이 대학 시즌 마지막 대회인 농구대잔치에 참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구인들은 그래도 신인드래프트 9월 혹은 10월 개최가 타당하다고 말한다. 단점에 비해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사실 대학 4학년들이 곧바로 프로에서 긴 시간을 출전하는 케이스가 많지 않아 대부분 선수는 실질적인 스케줄 부담이 크지 않다. 또한, 유능한 선수들일수록 1년이란 시간을 허비할 이유가 없다. 과거 대학 유망주들 중에선 졸업 후 뜻하지 않게 7~8개월을 쉬면서 체중관리 실패, 경기감각 저하 등으로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하고 은퇴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한국농구 전체의 손실로 이어졌었다.
▲ 국내, 국제대회 교통정리 절실하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김종규와 김민구 케이스에서 보듯, 국내, 국제대회 교통정리가 시급하다. 두 사람은 기량이 뛰어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많은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한 농구인은 “대학농구연맹과 대한농구협회, 해당 팀 감독이 합의해서 중요도가 떨어지는 대회엔 참가시키지 않고 선수보호를 해줘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국내농구는 남녀대표팀 연령별 시스템이 전혀 마련돼있지 않다. 이종현(고려대)만 해도 코뼈 부상만 아니었다면 올 여름 19세 이하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아선수권대회를 병행할 뻔했다. 하지만,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유망주가 성인대표팀에 뽑힐 경우 청소년 대회엔 참가시키지 않는 케이스가 많다. 김종규와 김민구도 올해 너무 많은 국제대회에 나섰고 지금도 준비 중이다.
국내대회도 마찬가지다. 현재 대학 상위권 레벨 팀들은 MBC배 대학농구대회, 대학리그, 프로아마최강전, 전국체전 혹은 농구대잔치에 연이어 나선다. 프로아마최강전과 농구대잔치를 통합하는 건 사실상 무산됐다. MBC배와 농구대잔치, 나아가 종별선수권까지. 모두 권위가 있는 대회이니 없앨 수도 없다. 대학들은 호성적을 내서 이미지를 좋게하고 각종 지원금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무작정 주요 대회에 불참할 수도 없고 간판 선수들을 결장시키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 농구인은 “김종규와 김민구가 부상으로 장기간 이탈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걱정했다. 김종규와 김민구 케이스만 보면 어떤 방식으로든 국내, 국제대회 교통정리 혹은 대표팀 연령별 시스템 확립이 절실하다. 향후 KBL 신인드래프트가 9월 혹은 10월로 고정된 마당에 더 이상 미뤄선 안 될 문제다.
[김종규-김민구(위), 김종규(중간), 김민구(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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