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바야흐로 박병호(넥센) 전성시대다.
박병호의 9월 스퍼트가 대단하다. 9월 15경기서 8홈런을 날렸다. 타율 0.318 33홈런 105타점. 타율 0.290 31홈런 105타점을 기록했던 지난해 성적을 뛰어넘는 커리어하이 시즌이다. 박병호는 시즌 막판 급격한 타율 하락만 없다면 강타자의 상징인 3(3할)-30(홈런)-100(타점)을 일궈낼 전망이다. 아울러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정규시즌 MVP에도 바짝 다가섰다.
올 시즌 박병호의 맹활약은 무엇을 의미할까. 괴물선수가 사라진 국내야구에 박병호가 당당히 그 명맥을 이어가려고 한다. 2년차는 아니지만, 갑자기 정상급 성적을 올린 선수가 다음해에 겪는 소포모어 징크스도 박병호에겐 예외였다. 또 하나. 박병호는 생애 첫 가을야구를 앞뒀다. 2008년 창단한 넥센을 자신의 손으로 포스트시즌에 올려놓기 일보직전이다. 염경엽 감독도 박병호를 두고 “데리고 있어서 행복하다”라고 했다. 박병호를 지난 21일 목동 삼성전을 앞두고 만났다.
▲ 부담감 NO
박병호는 2005년 LG에 입단했으나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2011년 심수창과 함께 넥센으로 트레이드 됐다. 박병호는 2011년 타율 0.254 13홈런 31타점을 기록한 뒤 지난해 리그 최고 4번타자로 거듭났다. 거포 잠재력을 입단 7년만에 꽃피운 것이다. 그런 박병호에게 올 시즌은 또 다른 도전의 해였다. 본격적으로 투수들의 집중견제가 들어오는 시즌이었기 때문이다.
4번타자에게 치기 좋은 공을 주는 투수는 없다. 그리고 그 견제를 이기지 못해 무너지는 4번타자도 많다. 대부분 과도한 부담감 때문이다. 하지만, 박병호는 이겨냈다. 그는 “부담 같은 건 없었다. 지금까지 큰 고비도 없었던 것 같다. 다른 선수들도 잘해줘서 별 탈 없이 보낸 시즌이었다”라고 했다. 실제로 박병호는 4월 타율 0.250 3홈런 13타점, 5월 타율 0.341 5홈런 20타점, 6월 타율 0.316 5홈런 19타점, 7월 타율 0.375 8홈런 18타점, 8월 타율 0.297 3홈런 12타점, 9월 타율 0.333 8홈런 21타점이다. 4월과 8월 약간 주춤했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시즌 내내 꾸준한 성적을 올렸다.
박병호는 “홈런을 노리고 타석에 들어서진 않는다. 주자가 없을 땐 2스트라이크를 당할 때까지 스윙을 자신있게 한다. 주자가 있거나 출루가 필요할 땐 컨택 위주로 가볍게 친다”라고 했다. 박병호는 그렇게 하다 보니 오히려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이유가 있다. 넥센에서 3년째 뛰면서 자신에게 맞는 타격폼을 찾았다. 전문가들은 박병호의 스윙에 군더더기가 없다고 한다. 우람한 팔뚝을 자랑하지만, 스윙이 콤팩트하면서도 팔로우 스로우가 확실하다는 평가. 유인구에 속지 않는 것도 달라진 부분이다. 염경엽 감독은 “안타 수는 작년과 올해가 비슷한데 볼넷이 많아지면서 타율이 올라갔다”라고 했다. 부담 없는 마인드와 좋은 스윙. 커리어하이의 비결이다.
▲ 지나친 책임감 NO
박병호는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없다”라고 했다. 그는 “내 뒤에 (김)민성이가 잘 치고 있다. 앞에는 (이)택근이 형이 잘 해주고 있다”라고 했다. 실제 김민성은 올 시즌 타율 0.287 14홈런 66타점으로 5번타순을 꿰차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3번타자 이택근도 타율 0.287 9홈런 65타점으로 괜찮은 성적. 김민성 뒤엔 강정호도 있다. 넥센 타선을 상대하는 투수 입장에선 박병호만 신경쓰긴 어렵다. 박병호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편안하게 타석에 들어선다. 책임감을 갖되, 지나친 책임의식을 갖는 건 독이라는 의미다.
또 하나. 박병호는 홈런에 대한 대단한 책임감도 갖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일본야구에서 한 시즌 최다 홈런기록이 나왔다. 하지만, 일본선수가 아닌 외국인선수가 세운 기록 아닌가. 국내와 일본 모두 국내선수들의 홈런이 예전만큼 많지 않다. 그만큼 투수들의 기량이 좋아졌다는 의미”라고 했다. 박병호도 요즘 기량 좋은 투수들의 공은 수준급이기 때문에 홈런을 더 많이 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경기에 나서진 않는다고 했다. 박병호가 편안한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설 수 있는 또 다른 배경이다.
▲ 포스트시즌 걱정+MVP 걱정+만족 NO
박병호는 “포스트시즌에선 투수들의 공이 더 좋아진다고 하더라”며 경계했다. 그래도 “하던대로 할 것이다. 포스트시즌에 대해서 동료들과 얘기해본 적도 없다”라고 했다. 박병호는 오히려 “팀이 몇 게임 남지 않았다. 몇 위를 할지 알 수 없으니 우선 남은 정규시즌 경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고 한 발 물러섰다. 요즘 많이 듣는 질문인 정규시즌 MVP 2연패 가능성에 대해서도 “기자들이 투표로 결정하는 것이다.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쿨하게 말했다.
박병호와 얘기를 해보니 굉장히 멘탈이 강했다. 그리고 긍정적이었다. 시즌을 치르면서 변화를 준 건 방망이 무게를 900g에서 880g으로 줄인 게 전부였다. 체력적으로 지치는 여름을 잘 보내기 위해서 대부분 타자가 시도하는 변화. 그는 인터뷰 막판 “타점 100개를 돌파하고 싶었는데, 걱정하지 않았다. 100타점을 넘겨서 홀가분하다”라고 했다. 개인적 욕심을 살짝 내비친 대목이긴 했는데, 역시 평정심이 대단했다.
그렇다고 박병호가 만족하는 건 아니다. 그는 “프로는 만족이라는 걸 모른다. 내년엔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더 발전해야 한다”라고 했다. 다만, 그건 올 시즌이 끝나고 설정해야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병호는 그저 지금 한 타석, 한 경기에 집중한다. 부담도 없고 과도한 책임감도 없다. 가을야구와 MVP에 대한 걱정도 지금은 없다. 그러면서도 만족도 없다. 어쩌면 그가 최고의 집중력으로 최고의 성적을 올린 비결일지도 모른다. 2013년 최고타자가 사는 법. 강인한 멘탈과 4無(부담, 책임, 걱정, 만족 NO)다.
[박병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