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중계 32년하면서 이런 시즌은 처음이다.”
MBC 스포츠플러스 허구연 해설위원이 21일 목동 넥센-삼성전 직전 내뱉은 말이다. 허 위원 말대로 올 시즌 선두다툼은 역대급이다. 후반기 부진한 행보의 연속이었던 삼성이 최근 5연승 상승세를 타며 선두를 탈환했다. LG도 21일 창원 NC전서 승리하면서 최근 2연패를 끊어냄과 동시에 2002년 이후 11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23일 현재 선두 삼성과 2위 LG는 승차 없이 승률에서 1,2위다. 삼성은 10경기, LG는 8경기를 남겨뒀다. 선두 삼성과 4위 두산은 불과 2.5경기 차. 올해 포스트시즌 대진표는 정규시즌 최종일인 10월 4일에 나올 것 같다는 말도 있다.
▲ 역대급 선두전쟁, 운명의 날 9월 29일
현실적으로 정규시즌 우승 확률이 가장 높은 팀은 삼성이다. 10경기를 남겨둔 삼성은 포스트시즌이 사실상 멀어진 SK, 한화, 롯데와 각각 3경기씩 남겨뒀다. 남은 1경기는 LG와의 맞대결. 삼성이 10경기서 5승을 챙긴다면, LG는 잔여 8경기서 최소 6승을 챙겨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23일 현재 LG가 삼성보다 2승이 많지만, LG는 2경기를 더 치렀고 삼성은 LG엔 없는 무승부 2개가 있다.
얼핏 보면 LG가 유리한 것 같지만, LG는 삼성보다 적은 잔여경기서 삼성보다 무조건 1승 이상을 더 챙겨야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 LG는 한화와 3경기, 두산과 2경기, 넥센, 삼성, 롯데와 각각 1경기를 남겨뒀다. 상위권 팀과 4경기가 있는데다 28일 잠실 넥센전을 시작으로 10월 4일 잠실 두산전까지 7연전을 갖는다. 물론 하위권 팀들의 고춧가루라는 중대변수가 있는데다 연승과 연패가 이어질 경우 이런 가정은 큰 의미가 없을 전망이다.
때문에 9월 29일 LG와 삼성의 잠실 맞대결에 큰 관심이 쏠린다. 사실상 정규시즌 우승 결정전이자 한국시리즈 직행티켓 결정전이다. 맞대결은 2경기 격차를 벌리는 효과가 있다. 여기서 패배한 팀은 상황에 따라 플레이오프를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한 야구인은 “2~4위 팀은 포스트시즌 준비를 위해 어느 시점부턴 조절에 들어가야 한다”라고 했다. 마지막까지 총력전을 하다 진이 빠진 채로 하루 혹은 이틀 쉬고 준플레이오프에 들어간다면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일단 29일이 올 시즌 역대급 선두다툼의 클라이막스다.
▲ 576경기 종료 이후 승률마저 같다면
프로야구 31년 역사상 1~4위 팀들 중에서 똑같은 승률로 시즌을 마친 팀은 없었다. 역대급 선두다툼이 진행 중인 올 시즌엔 576경기를 모두 마쳤을 때 승률이 같은 상위권 팀들이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68승50패2무의 넥센이 잔여 8경기서 모두 승리하고 69승47패2무의 삼성이 잔여 10경기서 7승3패를 할 경우 두 팀은 76승50패2무로 시즌을 마친다. 승률은 0.603. 이럴 경우 KBO 대회요강에 따라 상대전적으로 순위를 가린다. 올해는 8승7패1무로 넥센이 우세했다.
삼성과 LG도 같은 승률로 시즌을 마칠 수 있다. 예를 들어 71승49패의 LG가 잔여 8경기서 6승2무를 거두고 삼성이 잔여 10경기서 8승2패를 거둔다면 두 팀은 77승49패2무로 정규시즌을 마친다. LG가 5승2무1패를 거두고 삼성이 7승 3패를 거두면 76승50패2무로 역시 동률로 정규시즌을 마친다. 승률은 0.603.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두 팀의 상대전적은 8승7패로 LG의 우세. 29일 마지막 맞대결서 삼성이 승리한다면 두 팀은 상대전적 8승8패 동률로 맞대결을 마친다.
삼성과 LG가 똑같은 승률로 시즌을 마치고 상대전적까지 같다면 어떻게 될까. KBO 경기요강에 따르면, 맞대결 전체 다득점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지난 15경기서는 LG가 75점으로 삼성의 69점에 앞섰다. 또 하나. 정말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두 팀이 승률, 상대전적에 이어 다득점까지 같다면. 삼성이 29일 경기서 LG에 6점차로 승리하면서 최종 승률까지 같아질 경우 아예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이럴 경우 전년도 성적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지난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삼성이 LG를 밀어내게 된다. 물론 지난 31년간 상대전적, 다득점, 전년도 순위로 1~4위 희비가 엇갈린 시즌은 없었다.
▲ 최후의 순간에 정규시즌 우승팀이 결정된다면
현재까지 정해진 일정만 보면 정규시즌은 10월 4일에 끝난다. 10월 4일엔 지난 11일 취소된 LG-두산전만 열린다. 그런데 24일~25일 전국에 비 예보가 있어서 4일 복수의 경기가 편성되거나 정규시즌 일정 자체가 좀 더 밀릴 수도 있다. 만약 4일 LG-두산전 결과에 따라 LG, 두산은 물론이고 삼성이나 넥센도 우승 가능성이 남아있다면 어떻게 될까. 해당 팀들은 피 말리는 하루를 보낼 것이다. 그리고 동상이몽 속에서 우승 준비를 할 것이다.
메이저리그서 지구우승이 확정된 팀은 샴페인을 터트리며 열렬하게 축하한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확정한 LA 다저스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확정한 보스턴은 미리 맞춰놓은 우승티셔츠를 입고 샴페인을 터트렸다. 그러나 국내야구의 경우 진정한 우승팀은 한국시리즈 우승팀이라는 암묵적 동의가 있다. 때문에 정규시즌 우승팀은 마운드에서 우승 티셔츠와 모자 정도를 착용한 뒤 우승 플래카드를 펼쳐 기념촬영을 하고 팬들에게 인사를 한다. 홈팀일 경우 좀 더 적극적인 세리모니를 하지만, 원정팀일 경우 홈팬들을 배려해 간소화하는 게 불문율이다. 최근 LA 다저스의 체이스필드 풀장 세리모니 논란도 불문율의 미묘한 해석 차이에서 비롯됐다.
마지막 날 LG-두산전에 따라 삼성 혹은 넥센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다면 어떻게 될까. 숙소에서 우승 티셔츠를 입고 조촐한 우승파티를 열게 된다. 예전엔 일부 팀이 이동하던 중에 우승이 확정 돼 급히 수소문한 장소에서 우승파티를 열기도 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몇 년 전 우리가 가만히 앉아서 정규시즌 우승을 한 적이 있었다. 뿔뿔이 흩어졌던 코치들이 긴급히 소집돼 거하게 한 잔 했다”라고 회상했다. 한편, 이럴 경우 마지막 날까지 기다렸다가 우승에 실패한 팀은 우승 티셔츠와 모자를 모두 버린다. 눈물의 폐기처분. 물론 비용도 고스란히 날린다. 프런트 입장에선 일단 우승 가능성이 있으면 미리 주문제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정 하나 더. 마지막 날 LG-두산전 결과에 따라 LG가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날은 LG의 홈 경기라 LG가 1루 덕아웃을 쓴다. 원정팀 두산은 3루 덕아웃을 쓴다. 그런데 잠실구장의 LG 라커룸은 3루쪽에 있다. 두산 라커룸은 1루쪽. LG 프런트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가려는 두산 선수들 사이로 우승 세리모니를 준비하는 약간의 어색한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김기태-류중일 감독(위), 삼성-LG 경기장면(가운데), LG-두산 경기장면(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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