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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의 스타★필(feel)]
‘왕의 남자’가 ‘딸의 남자’로 돌아왔다. MBC 수목드라마 ‘투윅스’에 출연 중인 이준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종영을 앞둔 이 작품에서 이준기는 살인 누명을 썼지만, 백혈병이 걸린 딸에게 골수이식을 하기 위해 전력질주로 도망 다니는 장태산 역을 맡아 호연하고 있다. 매 회 깨지고 넘어지고 총까지 맞고 계곡에 떨어지고, 심지어 흙더미에 온몸이 파묻히며 생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극한 액션신보다 더욱 눈물겨운 건 아픈 딸을 향한 지극한 부성애. 그저 그런 탈주범으로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버지의 절실함이 듬뿍 느껴지기 때문이리라.
극이 중반부를 넘어가며 장태산이 자신이 쫓기는 이유를 알게 되면서 멋모르고 당하고 무작정 피하기보다는 고도의 심리전을 쓰면서 자신을 노리는 여러 사람의 허를 찌르고 있다. 지질한 양아치가 고난과 역경을 통해 세상과 맞서는 법을 스스로 터득해가는 모습을 보며 흐뭇하기 이를 데 없다. 불안과 공포에 질린 눈빛에서 카리스마 있는 눈빛으로 변화하는 연기 또한 일품이다.
이준기의 눈빛은 데뷔 초부터 주목받아왔다. 가늘고 긴 동양적인 눈매로 묘한 매력을 풍겼던 이준기는 출세작 ‘왕의 남자’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신비로운 눈빛 때문에 캐스팅되었다. 영화 속에서 성별도, 선악도, 속마음도 도통 알 수 없었던 공길 연기로 남녀 모두를 홀리며 ‘여자보다 아름다운 남자’로 등극했다.
그러나 사실 이준기는 곱상한 외모와는 다르게 실제 성격은 상남자이다. 부산 출신의 경상도 남자이며, 학창 시절 태권도 선수로 활동했을 만큼 운동에도 능하다. 그런 그가 꽃같이 여리고 아름다운 공길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는 것은 그만큼 배우로서 천부적인 소질이 있다는 것과 함께 엄청난 노력이 수반됐다는 것을 의미한다.이번 작품도 노력과 근성으로 ‘장태산’을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왕의 남자’에서 외줄 타기를 배워 직접 소화하던 그는 이번 작품 ‘투윅스’를 준비하며 하루 2, 3시간씩 잠을 줄여가며 복싱과 암벽등반을 했고, 과묵하고 독서를 즐기는 캐릭터에 맞춰 수십 권의 책을 탐독하기도 했다. 그렇게 탄생한 캐릭터는 하찮아 보이되, 절대 가볍지 않고, 안쓰러워 보이되, 결코 동정심이 생기지 않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땀과 눈물이 범벅된 얼굴에서도 복수심 넘치는 카리스마 눈빛은 빛이 난다.
이준기는 ‘왕남’ 공길처럼 재주 많은 광대이다. 군 제대 일주일 후 까까머리로 대규모 일본 팬 미팅으로 개최하며 현란한 춤과 노래 실력을 선보인 그는 온몸이 열정과 재능으로 가득 차 있는 진정한 ‘연예인’이다.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로 동료 배우, 스텝들과 허물없이 지내며 촬영장 곳곳을 자신의 SNS에 깨알같이 올리며 팬들과 유쾌하게 소통하고 있다.
이준기는 어떤 인터뷰에서 어떤 배역을 맡겨지면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워커홀릭형’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의 말처럼 주어진 배역에 따라 완벽한 캐릭터를 찾아 돌진했고, 자신을 진화시켜 최고의 연기를 펼쳐왔다. 그런 결과로 어떤 배역을 맡겨도 믿을 수 있는 진짜 배우로 성장했으며, 이번 ‘투윅스’에서 한층 성숙한 그의 진가를 재확인할 수 있다. 이준기, 자신의 SNS 제목처럼 ‘대한민국 배우 이준기’가 계속 승승장구하기를 기대해본다.
[배우 이준기. 사진 = MBC 제공]
최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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