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영화 '소원'은 참으로 불편한 이야기다. 이는 '아동 성폭행'이라는 단 한마디로 떠오르는 감정이다. 바로 '불편함' 이다.
하지만 막상 공개된 '소원'은 우려보다는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감동적이고, 가슴 아프지만 따뜻한 색채를 가진 이야기다. 가장 아픈 일을 당한 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따뜻한 이야기다.
이준익 감독의 신작 '소원'은 어느 비오는 날 아침, 학교를 가던 9살 소녀 소원이 술에 취한 아저씨에게 끌려가 믿고 싶지 않은 사고를 당한 후, 몸과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은 소원이네 가족 이야기다.
세상에서 가장 절망적인 순간이지만, 소원이네 가족은 절망 끝에서 희망을 찾아 나선다. 반전도,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기지만, '소원'은 끊임없이 감동을 안긴다.
영화 속에서 소원(이레)과 소원의 아빠(설경구), 엄마(엄지원)는 많은 눈물을 쏟아내지 않는다. 눈물을 가슴 속으로 흘려보낸다. 절망이 가득한 순간, 그들마저 눈물을 흘려버린다면 믿고 싶지 않은 상황은 바로 현실이 되고 만다.
어쩌면 기적과도 같은 이야기다. 끔찍한 일을 당한 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모든 이들이 바라는 '소원'이다. 이 작품은 이런 일상의 소중함을 전하고 있다.
불편한 이야기라 피하고 싶지만, 절대 피해서는 안 되는 '현실'을 말하고 있는 소원은, 큰 울림을 전한다. 처음 '소원'이라는 영화가 세상에 알려졌을 당시 많은 우려가 존재했다. 과연 이 작품이 이런 사고를 당한 이들에게 치유가 될지 말이다. 오히려 제 2차, 3차 피해를 낳는 것은 아닌지.
공개된 영화를 보면 이준익 감독을 비롯해 '소원'에 출연한 설경구, 엄지원 등이 얼마나 힘겹게, 또 겸손한 마음으로 촬영을 이어나갔는지 느낄 수 있다. 불편하지만 정면 돌파한 이들의 노고는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영화 속에서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단어가 나오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소원'은 수차례 언급한 것처럼 불편한 현실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감동'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사회 고발 영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에 대한 결과가 아닌,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피해자와 가족들의 '진짜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감동을 선사한다.
법적인 판결이 아닌, 그들을 보듬어주는 시선을 통해 치유, 힐링의 손길을 건네는 것이다. 물론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법적인 판결도 중요하지만 그 후 살아가야 하는 현실도 그만큼 중요하다. '소원'은 바로 이런 현실을 그리고 있다.
이것이 '소원'이 불편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영화가 끝난 뒤 감정의 순화를 느끼며 관객들의 박수를 부르는 이유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소원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이다. 그동안 자신의 죄의식, 혹은 도덕적 양심을 채우기 위해 외쳤던 말이 아닌, 진심을 담은 "소원아, 괜찮다"라는 말. 이런 말이 수많은 소원이가 바라는 말은 아닐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 작품이다.
[영화 '소원' 포스터(위), 스틸컷. 사진 = 롯데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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