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NC 다이노스 외국인투수 에릭 해커가 5승을 채우지 못하고 한국에서의 첫 시즌을 마쳤다. 하지만 그의 화려한 '시즌 피날레'는 승수를 상쇄하고도 남았다.
에릭은 2일 창원 마산구장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 9이닝 동안 116구를 던지며 6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펼쳤다. 올 시즌 3번째 완투. 하지만 이번에도 불운이 겹쳤다. 타선 침묵 탓에 0-2로 뒤진 상황에서 마운드를 넘겨야 했고, 5승 대신 11패를 떠안으며 올 시즌을 마무리해야 했다. 그야말로 빛바랜 완벽투다.
시작부터 위기였다. 에릭은 1회초 선두타자 서건창과 서동욱에 연속 안타를 맞고 1, 3루 위기에 봉착했고, 이성열의 2루수 땅볼로 선취점을 내줬다. 하지만 계속된 1사 2루서 후속타자 박병호의 땅볼 타구를 3루수 모창민이 병살로 연결, 추가 실점 없이 첫 이닝을 넘겼다.
2회부터는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선보였다. 2회초 선두타자 김민성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냈지만 강정호를 병살타 처리한 뒤 문우람은 초구 2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쳤다. 3회부터 5회까지는 3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6회초에도 선두타자 유한준을 3루수 땅볼, 허도환을 삼진 처리하며 13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이어갔다. 후속타자 서건창에 안타에 이어 도루까지 허용, 이날 2번째 득점권 출루를 허용했으나 서동욱을 1루수 땅볼로 잡아 이닝을 마쳤다. 7회초 1사 후 박병호에 안타를 내준 뒤에는 김민성을 4-6-3 병살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쳤고, 8회도 삼자범퇴로 마감했다. 8회까지 투구수 95개로 매우 효과적인 투구를 펼친 에릭이다. 볼넷 없이 사구 하나만 내줄 정도로 제구가 안정적이었다.
문제의 9회. 선두타자 허도환에 안타를 내준 에릭은 서건창의 번트가 공중에 뜨자 지체 없이 다이빙캐치를 감행해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비록 1루 송구가 빗나가 추가 진루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그의 투혼은 NC 선수단에 메시지를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이 송구 실책이 치명타였다. 에릭은 후속타자 서동욱을 2루수 땅볼로 잡아냈으나 이성열에 중전 적시타를 맞아 2점째를 내주고 말았다. 1회 이후 계속된 한 점 차 승부에서 나온 뼈아픈 실점이었다. 에릭은 박병호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흔들리는 듯했으나 곧바로 김민성을 삼진 처리해 시즌 3번째 완투를 이뤄냈다.
이날 포함 에릭의 올 시즌 최종 성적은 26경기 4승 11패 평균자책점 3.63(178⅓이닝 72자책). 16차례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도 승수는 4분의 1인 4승뿐이다. 대표적인 불운의 아이콘으로 꼽힐 수밖에 없다. 최근 6경기 연속 7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9월 이후 평균자책점은 1.70(37이닝 7자책)이다. 완벽에 가깝다. 그런데 이 기간에 3패를 안았고, 승리는 단 한 차례뿐이다. 지난달 27일 한화전 승리도 무려 9경기 만에 찾아왔다.
하지만 에릭은 승수에 드러나지 않는 진정한 가치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시즌 초반 느린 퀵모션과 키킹에 따른 상대팀의 지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한 차례 2군행 이후 완전히 다른 투수로 재탄생했다. 5월 이후 평균자책점은 3.24(158⅓이닝 57자책)로 여느 팀 에이스 못지않은 활약을 펼쳤다.
시즌 5승에는 실패했지만 에릭은 전혀 아쉬운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최일언 투수코치와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타선은 9회말 한 점을 만회하며 에릭의 패전을 덜어주는 듯했지만 1-2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NC 다이노스 에릭 해커의 시즌 피날레는 화려했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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