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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세계랭킹 23위)이 휴식일까지 자진 반납하며 호주(세계랭킹 12위)전 필승의지를 불태웠다.
이번 제 17회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는 일정이 빡빡하다. 대회가 진행되는 총 9일(지난달 28일부터 오는 6일까지, 이하 한국시각) 중 경기가 없는 날은 3일 단 하루뿐이다. 한국은 지난달 29일 이라크와 대회 개막전을 가진 뒤 4일 연속으로 경기를 치러왔다. 유일한 휴식일인 3일이 지나면 4일부터 또다시 매일 한 경기씩 3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지난 6월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부터 시작해 한국배구연맹(KOVO)컵, 세계남자배구선수권대회 아시아지역 최종라운드 그리고 이번 아시아선수권까지 연달아 참가하고 있는 대표팀은 이미 체력이 바닥나 있는 상태다.
휴식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대표팀은 왼쪽 가슴에 달려있는 태극마크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호주와의 대회 8강전을 생각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박기원 대표팀 감독부터 솔선수범했다. 이번 대회 내내 함단 스포츠콤플렉스에서만 경기를 펼친 한국은 알 나사르 클럽에서 21강과 16강을 치른 호주의 영상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
박 감독은 전력 분석을 위한 자료 수집을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각국 대표팀들이 아침 식사를 하는 오전 9시께 전력분석관과 함께 호주와 경기를 펼쳤던 인도와 카타르 대표팀의 숙소로 찾아가 영상 자료를 요청했다.
국가대표팀의 감독이다. 특히 박 감독의 경우 국제무대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다. 보통의 감독이었다면 자료 수집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전력분석관에게 맡겼을 것이다. 하지만 박 감독은 달랐다.
1시간 가량을 숙소 로비에서 기다린 박 감독은 잘 정리된 호주의 경기 영상 자료를 카타르와 인도 대표팀 감독으로부터 전달받았다. 전력분석관 혼자서 일을 처리했다면 더 많은 시간과 절차가 소요됐을 것이다. 자존심 보단 대표팀의 승리를 먼저 생각한 박 감독의 '용기'가 빛난 순간이었다.
자료를 구한 박 감독은 오후에도 쉬지 않았다. 코치, 전력분석관 등과 함께 영상을 지켜보며 호주 공략법 찾기에 열을 올렸다.
박 감독은 "8강 대진이 나쁘지 않다. 우리가 호주를 잡는다면 중국-인도전 승자와 준결승을 치르게 된다. 충분히 결승 진출까지 노려볼만 하다"며 "8강부터는 단판 토너먼트로 대회가 진행되는 만큼 총력전을 펼치겠다. 선수들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걱정이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윗물이 맑으니 아랫물도 맑았다. 코칭스태프는 오랜만에 찾아온 휴식일을 맞아 선수들에게 자유 시간을 부여했다. 그러나 흐트러지는 선수는 없었다. 선수들은 스스로 체력관리를 했다. 오전부터 숙소 내 헬스장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발목과 허리 등에 부상이 있는 선수들은 팀닥터와 함께 수영장을 찾아 재활운동을 병행했다.
박상하(상무)는 "8강에 진출하긴 했지만 그동안 센터진들의 활약은 저조했다"며 "컨디션을 끌어올려 남은 경기에서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블로킹만 더 살아난다면 한국이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밀려드는 치료 요청에 평소보다 더 바쁜 하루를 보낸 심범수 팀닥터는 "선수들이 먼저 수영장 재활운동을 제안할 정도로 호주전 승리에 대한 강한 열의를 나타내고 있다"며 "선수단 전체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만큼 내일 경기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국은 오는 4일 오후 11시30분 함단 스포츠콤플렉스에서 호주와 대회 8강전을 벌인다.
[남자배구대표팀. 사진 = 대한배구협회 제공]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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