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국내야구 사상 첫 정규시즌 3연패.
삼성의 정규시즌 3연패는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이후 32시즌만에 처음으로 나온 대기록이다. 1989년 단일리그 출범 후 1996년~1997년 해태, 2001년~2002년 삼성, 2003년~2004년 현대, 2005년~2006년 삼성, 2007년~2008년 SK가 정규시즌 2연패를 차지했다. 2001년~2002년 삼성을 제외한 모든 팀이 한국시리즈 2연패까지 달성했으나 정작 이듬해 정규시즌까지 제패하진 못했다. 심지어 1986년~1989년 한국시리즈 4연패를 달성했던 해태도 정규시즌 전, 후기리그 승률 통합 1위는 1988년뿐이었다.
▲ 명가의 법칙 거스른 삼성, 너무나도 험난했던 2013년
야구명가의 법칙. 3년 연속 정상전력을 유지하는 건 어렵다는 점. 필연적이다. 우승을 했다는 건 남들보다 많은 경기를 긴장감 속에서 총력전으로 치렀다는 의미다. 게다가 한국시리즈까지 치렀다면 피로 누적은 다른 팀의 2~3배는 된다. 더구나 한국시리즈 우승팀은 다른 팀들이 마무리훈련을 치를 때 아시아시리즈까지 치러야 한다. 크고 작은 부상선수가 속출하게 돼 있다.
삼성도 피할 수 없었다. 선수층이 두껍기로 유명했지만, 부상 앞에 어쩔 수 없이 흔들렸다. 권오준, 안지만, 심창민, 이승엽, 강명구, 조동찬, 채태인, 김상수, 배영섭 등이 부상을 이유로 시즌 아웃됐거나 1군에서 말소됐다. 특히 권오준의 시즌 아웃은 정현욱의 이적과 맞물려 마운드의 약화로 이어졌다. 심창민마저 시즌 중반 어깨 통증으로 고전하면서 불펜의 힘이 뚝 떨어졌다.
결국 삼성은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 3.98, 4위로 추락했다. 지난 2년간 1위를 지켰던 아성이 무너진 것이다. 그 사이 넥센이 5~6월과 9월, LG가 5~8월 급상승세를 타면서 삼성을 제치고 1위를 달리기도 했다. 특히 LG는 8월 중순 삼성에 최대 2.5경기까지 달아났다. 더구나 삼성은 조동찬과 채태인이 쓰러지면서 최대위기를 맞이했었다. 역시 3연패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9월 초순 팀을 재정비하면서 투타밸런스를 찾았다. 8연승을 내달리며 사실상 3연패 8부능선을 넘었다. 결국 10월 2일 부산 롯데전 승리로 국내야구 사상 최초 정규시즌 3연패에 성공했다. 삼성은 불과 1경기를 남기고 자력으로 우승하면서 야구명가의 2연패 법칙을 거슬렀다. 5경기를 남기고 우승했던 지난해 정규시즌보다 훨씬 험난했다. 올해 정규시즌 준우승팀 LG와는 불과 2경기 차였다.
▲ 이도 잇몸도 빛난 화수분 삼성야구
삼성의 정규시즌 팀내 MVP는 단연 채태인이다. 채태인은 2010년 플레이오프서 입은 뇌진탕 후유증과 부진이 겹쳐 2011년과 2012년을 우울하게 보냈다. 하지만, 올해 보란 듯이 살아났다. 타율 0.381 11홈런 53타점을 기록했다. 종아리, 어깨 통증으로 두 차례나 1군에서 이탈하는 바람에 규정타석을 채우진 못했으나 고비마다 결정타를 날리며 삼성 우승을 이끌었다. 최형우도 타율 0.305에 29홈런 98타점을 기록하며 리그 최고 왼손거포의 위용을 회복했다. 배영섭 역시 타율 0.295를 때렸고 김상수와 박석민도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삼성은 지난해 부진했던 타자들이 잘 해주면서 류중일 감독 부임 후 최고의 공격력을 뽐냈다.
마운드에선 2004년 이후 7년만에 다승왕을 차지한 배영수(14승)를 필두로 윤성환, 장원삼(12승), 차우찬(10승)이 제 몫을 했다. 삼성은 2년 연속 10승투수를 4명 배출했고 1999년에 이어 14년만에 토종 10승투수 4인방을 배출했다. 2년 연속 선발 10승투수 3명 배출에도 성공했다. 외국인투수들의 합작승수가 지난해 25승에서 올해 10승으로 뚝 떨어졌으나 결국 토종선발투수와 안지만-심창민-오승환으로 이어진 불펜 필승조, 타선의 힘으로 버텨냈다. 삼성은 올 시즌 7회 이후 역전패가 단 1차례도 없었고 5회 이후 역전승은 가장 많았던 팀이다.
부상자들이 이탈했을 때 백업 요원들도 좋은 활약을 했다. 슈퍼백업 정형식, 왼손대타 우동균, 내야 백업 김태완, 정병곤 등은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시즌 막판엔 베테랑 강봉규도 채태인의 백업 역할을 잘 해냈다. 마운드에선 신용운, 김현우 등이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만큼 강한 잇몸이 없었다면 삼성의 정규시즌 3연패는 없었다.
▲ 사상 최초 정규시즌+KS 통합 3연패 정조준
삼성은 10월 24일 오후 6시 대구에서 한국시리즈 1차전을 갖는다. 삼성이 한국시리즈까지 우승하면 사상 첫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에 성공한다. 삼성은 21세기 들어 2003년, 2007년, 2008년, 2009년을 제외하곤 한국시리즈를 매년 치렀다. 21세기들어 치른 8차례 한국시리즈서 5차례나 우승했다. 올해로 4년연속 한국시리즈를 치르게 됐고, 3년연속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삼성은 기본적으로 한국시리즈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실전감각에 대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자체 청백전으로 만회할 수 있다. 예년보다 약해진 마운드를 추스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한 것도 호재다. 근본적으로 LG, 넥센, 두산에 압도적으로 전력이 앞선 게 아니지만, 전력 우위가 불분명한 세 팀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서 피 터지게 싸울 게 확실시된다. 이미 시즌 막판 2위다툼으로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했다. 한국시리즈에 누가 올라오든 100% 컨디션은 아닐 것이다.
물론 방심은 금물이다. 한국시리즈서 만날 상대분석은 물론이고 부상자들을 체크하고 돌보는 게 최대과제다. 시즌 막판 손목 수술을 받은 김상수의 한국시리즈 불참은 확실시된다. 그러나 8월 중순 문선재(LG)와 충돌한 조동찬은 이미 깁스를 풀고 재활에 돌입했다. 허리통증으로 이탈했던 이승엽의 합류도 문제 없다. 결국 삼성은 김상수의 공백을 잘 메워야 한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 100%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컨디션을 만들어야 한다.
[삼성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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