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664만18855명.
정규시즌 관중 수는 프로야구가 비즈니스 산업으로서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객관적 지표 중 하나다. 올 시즌 최종관중 수는 644만1855명이었다. 715만6157명을 동원했던 지난해보다 약 70만명이 감소했다. 지난해 경기당 평균관중 수는 1만3451명이었으나 올 시즌엔 1만1184명에 그쳤다. 결국 2년 연속 700만 관중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2006년 이후 끝 모르고 치솟았던 국내야구 관중이 7년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경기수가 지난해 532경기서 올해 576경기로 44경기나 많았으나 돌아온 건 관중 수익 감소였다.
통상적으로 한 여름 이후엔 각 팀들의 게임 차가 벌어졌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물 건너간 팀의 경기엔 관중동원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올 시즌엔 32년 역사상 최고의 순위싸움이 벌어지면서 시즌막판 관중감소 현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시즌 중반까지 관중몰이를 폭발적으로 하지 못한 걸 끝내 만회하진 못했다. 9개구단이 올해 KBO에 제출한 홈 관중 목표의 합계는 753만8600명. 약 100만명이나 미달했다. 구단들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 LG만 관중 늘어났다
구단별 관중 유치 현황을 살펴보자. 1위는 LG였다. 128만9297명을 모았다. LG의 라이벌 두산이 115만2615명으로 뒤를 이었고 SK가 91만2042명으로 3위를 차지했다. 롯데는 77만681명으로 4위를 차지했다. 2008년부터 이어왔던 관중 수 1위를 LG에 내준 채 추락했다. 신생팀 NC가 52만 8699명으로 5위를 차지했다. 넥센이 47만9619명으로 6위, KIA가 47만526명으로 7위, 삼성이 45만1483명으로 8위, 한화가 38만6893명으로 최하위를 차지했다.
125만9480명에서 약 2% 증가한 LG만 웃었다. 반면 롯데는 지난해 136만8995명에서 약 60만명, 44%라는 폭풍 감소세를 보였다. 선두에서 8위까지 추락한 KIA도 추락했다. 수도권 빅마켓 구단인 두산, SK, 넥센 등도 15~20%가량 관중 감소를 피해가지 못했다. 전국구 구단 롯데와 KIA의 성적 부진이 전체 관중 수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LG를 제외하고 포스트시즌에 오른 삼성, 넥센, 두산마저 관중 수가 하락했다는 건 단순히 성적이 관중 수 하락의 주된 이유로 보긴 어렵다는 방증이다.
▲ 상황이 너무나도 좋지 않다
상황이 확실히 좋지 않다. 국내 내수경기가 장기침체로 접어들었다. 지방자치단체가 거의 매년 임대료를 올리는 바람에 구단들이 티켓 값을 내릴 수가 없다. 주머니 사정이 여유롭지 않은 팬들로선 현장 관람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롯데의 관중 폭풍 하락이 부산 지역 상권 침체라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서울 등 다른 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아시아시리즈,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최근 국내야구는 청소년, 성인 레벨을 막론하고 국제대회 성적이 좋지 않았다. 콘텐츠의 하향 평준화가 팬들을 외면하게 한 이유로 지적된다. 막강한 슈퍼스타 발굴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일본에서 류현진, 추신수, 이대호의 맹활약은 국내야구에 대한 충성심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됐다. 올 시즌 유독 끊이지 않았던 심판 판정 논란도 관중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
내년에도 상황이 좋지 않다. 윤석민과 오승환의 해외 진출 가능성이 크다. 지난 5~6년간 국내야구 관중 증가를 이끌었던 20대 후반~30대 초반 기수들이 연이어 FA 자격을 얻고 해외 무대 노크를 할 수 있다. 그들을 메워낼 또 다른 스타들을 발굴하지 못하면 국내 야구 팬들은 메이저리그, 일본야구에 더 많은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 또한, 내년엔 2월 소치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7월 브라질 축구월드컵, 9월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국제 스포츠 행사가 줄을 잇는다. 국내야구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릴 수 있는 환경이다. 전통적으로 국내야구는 월드컵이 열리는 해에 관중동원 고전을 면치 못했다.
▲ 콘텐츠 강화를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넥센과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1~2차전 인터넷 예매가 순식간에 마감됐다. 정규시즌 관중이 감소했다고 해서 국내야구 인기가 완전히 떨어진 건 아니라는 증거다. 오히려 포스트시즌은 티켓 값이 더 비싸다. 날씨도 추워지면서 현장 관람이 쉽지 않다. 단순히 국내야구 관중 추이를 야구의 질 하락과 해외야구에 대한 관심, 국제대회 성적과의 상관관계로만 따져선 안 된다는 지적에도 힘이 실린다.
한 야구관계자는 “야구 팬들의 충성심 변화는 매우 설명하기 복잡한 부분이 있다”라고 했다. 좀 더 다각도로 따져보고 분석해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경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6일 한국영화 누적 관객수가 2년 연속 1억명을 돌파했다고 전했다. 400만명 이상을 모은 영화가 네 편이나 됐다. 1억명 돌파 시기도 지난해 11월에서 1달 가량 앞당겨졌다. 물론 문화, 여가생활의 대표 콘텐츠 영화산업과 야구산업을 직접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하지만, 영화와 야구 모두 매일 즐길 수 있는 콘텐츠라는 점에서 야구계는 영화계의 승승장구를 그냥 넘겨선 안 된다.
국내야구는 내년 9구단 체제를 끝내고 2015년엔 10구단 체제로 나아간다. 또 다른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는 것이다. 이 야구관계자는 “프로야구 콘텐츠 강화를 위한 심도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시장환경의 변화와 소비자의 트렌드 분석, 국내 경기침체와 지자체와의 관계개선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따져봐야 한다. 국내 야구인들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부산 사직구장(위), 잠실구장(가운데,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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